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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침몰> 참사의 시각, 세월호에 어떤 일이…

송고시간2014-04-1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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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진술, 전문가 자문 토대…사고 당시 재구성

 소환된 환자복 입은 생존 승무원
소환된 환자복 입은 생존 승무원

(목포=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세월호에서 생존한 승무원들이 19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경찰서에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 선장과 항해사 등 승무원 3명이 구속된 가운데 사고 원인이 무리한 항로변경, 즉 변침(變針)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승선에서 하선때까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선장의 도저히 이해 못할 행동이 상상을 초월한 인명피해를 부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 내용과 구속된 선장, 항해사의 진술, 해양전문가의 의견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승객 등 475명을 태운 세월호가 인천항을 떠난 지 9시간여만에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孟骨水道)'에 들어선 것은 16일 오전 8시42분께.

운항 경력 13개월째, 입사 5개월이 채 되지 않은 항해사 박모(25.여)씨와 조타수 조모(56)씨의 눈앞에 들어온 것은 거세게 내려오는 물살이었다.

영상 기사 세월호 3등 항해사, 사고해역 첫 조타
세월호 3등 항해사, 사고해역 첫 조타

[앵커]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조타를 맡았던 3등 항해사가 사고 해역에서는 처음으로 배를 조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세월호 승무원에 대한 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서해지방 해양경찰청에 나가있는 취재기자 연결해 수사 상황 들어보겠습니다. 윤석이 기자. [기자] 네. 세월호 침몰 당시 세월호의 조타를 맡았던 3등 항해사가 사고해역인 맹골수도에서는 처음으로 조타를 지휘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을 수사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잠시 전 수사 중간 내용을 브리핑했는데요. 세월호의 항로를 변경한 3등 항해사 26살 박모씨가 사고 수역에서는 처음으로 조타를 맡았다고 밝혔습니다. 애초 2등 항해사가 담당해야할 수역인데 인천에서 출항이 늦어져 업무 교대시간에 따라 3등 항해사가 조타를 담당했다는 설명입니다. 합수부는 또 승객들을 두고 먼저 탈출한 선장 등을 구속한 가운데 오늘 승무원 7명을 추가 소환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합수부는 항해사, 조타수, 기관사 등 10여명을 조사 대상으로 올려 순차적으로 소환하고 있는데요. 객실과 식당 등을 관리하는 승무원들에 대해서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입니다. 합수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월호의 침몰 원인도 윤곽이 잡히고 있습니다. 사고 직전 '쿵' 소리가 났다는 생존자들의 증언 때문에 암초와의 충돌 등이 거론됐지만 합수부는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외부 충격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좁은 항로를 운항하면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무리하게 변침, 즉 항로를 변경하다가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항로 변경이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난 갑작스러운 것이었는지 선박 유지 관리상의 하자나 컨테이너 등 화물적재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사본부는 항로 변경 전후의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세월호가 침몰 당시 선장이 조타실에 있었는지 승객들에게 적절한 시점에서 퇴선 명령을 내렸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생존자들은 사고 당시 배가 기우는 데도 선실에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이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또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승객들을 놔두고 먼저 배에서 빠져나왔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서 뉴스Y 윤석이입니다.

평소에도 소용돌이가 예사인 이 구간은 이날 막 사리(15일)를 지난데다 썰물때와 맞물려 물살이 더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악명이 높은 맹골수도 항로에서 첫 조타지휘를 맡게 된 박씨는 조타수 조씨에게 방향전환을 지시했다.

이 곳은 병풍도를 오른쪽으로 끼고 제주를 향해 뱃머리를 돌리는 이른바 변침점이다.

조씨는 구속전 진술에서 "항해사 지휘에 따라 평소대로 조타륜을 돌렸다. 하지만 평소보다 많이 돌아갔다"고 말했다.

조씨는 "내가 실수한 부분도 있지만 타륜이 유난히 빨리 돌았다"고 말했다.

이는 일반적인 항로에서 보통 5도 안팎의 조타기 조정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5도 이상 돌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선장
병원에서 돌아오는 선장

(목포=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19일 오후 검경합동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던 이준석 선장이 허리 통증과 고혈압 증세를 호소해 병원치료를 받고 돌아오고 있다.

검겅 합동수사본부도 이 대목에서 항해사와 조타수의 결정적 실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살이 거센 맹골수도에서 2∼3도 정도로 작은 각도로 전환하는 이른바 소각(小角)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삼열 전 목포지방해난안전심판원장은 19일 "뱃머리를 심하게 꺾는 과정에서 거센 물살 저항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며 "순간 배가 휘청거리고 복원되지 않자 당황해 조타기를 더 무리하게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도 해상관제센터(VTS)에서 확인된 세월호 항적에도 8시45분께 우현을 시도했으나 배는 계속 좌현으로 쏠렸다.

항해사와 조타수는 이를 잡기 위해 우현으로 끝까지 뱃머리를 돌렸으나 세월호는 9분만에 사실상 추진동력을 잃고 물살에 왔던 길로 밀렸다.

배가 좌현으로 밀리자 제대로 결박되지 않은 화물, 차량 등이 쏟아지면서 세월호는 더 급속히 기울기 시작했다.

구조작업 '박차'
구조작업 '박차'

(진도=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19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사력을 다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많은 승객들이 배가 기우뚱한 뒤 '쿵'하는 소리가 났다는 진술도 이를 뒷받침 하는 대목이다.

해양 전문가들도 세월호가 외부 충격에 의해 침몰한 것이 아닌 만큼 선체에는 파공(破孔) 흔적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국민들의 공분을 산 것은 사고 전후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가 벌인 행적이다.

수사결과 이씨는 맹골수도 항행을 박씨에게 맡기고 자신은 선실에서 푹 쉬고 있었다. 탈출 당시 입고 있는 반바지 차림은 이를 잘 보여준다.

배가 기우뚱하자 당황한 채 조타실에 뛰어온 선장은 우왕좌왕 시간만 허비하다 수백여명의 승객들은 선실에 남긴 채 자신만 배를 빠져나왔다.

그러나 이씨는 구속전 진술에서 '승객에게 대기하라'고 한 이유는 "조류가 빠르고, 수온도 차고, 주변에 인명 구조선이 없어서 그랬다"고 변명했다.

서둘러 유보갑판 등으로 대피하라는 말만 했어도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nic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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