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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침몰> 세월호 조타실에선 어떤 일이…(종합)

송고시간2014-04-1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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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진술, 전문가 자문 토대…사고 당시 재구성

소환된 환자복 입은 생존 승무원
소환된 환자복 입은 생존 승무원

(목포=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세월호에서 생존한 승무원들이 19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경찰서에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 선장 등 승무원 3명이 구속된 가운데 사고 단초가 무리한 항로변경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승선에서 하선 때까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선장의 이해 못 할 행동이 상상을 초월한 인명피해를 부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 내용과 구속된 선장, 항해사의 진술, 해양전문가의 의견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승객 등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인천항을 떠난 지 9시간여 만에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孟骨水道)'를 막 지나 병풍도 북쪽 해상에 이른 시각은 지난 16일 오전 8시 42분께.

운항 경력 13개월째, 입사 5개월이 채 되지 않은 항해사 박모(25.여)씨와 조타수 조모(56)씨의 눈앞에는 거센 물살이 넘실거렸다.

영상 기사 '물조차 젖지 않은 셔츠'…먼저 탈출한 선장
'물조차 젖지 않은 셔츠'…먼저 탈출한 선장

[앵커] 수백명을 사지로 몰아넣은 세월호 이준석 선장은 취재진 앞에서 먼저 배를 떠났다는 사실을 부인했는데요. 뉴스Y에 포착된 그의 행적을 보면 그가 승객의 구조는 안중에 없이 내빼는 데 바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현실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영장실질 심사를 마치고 나온 세월호 이준석 선장. 취재진의 질문에 승객들에게 배를 떠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변명합니다. 먼저 배에서 내렸다는 사실도 부인합니다. <이준석 / 세월호 선장> "(그런데 방송은 선실에 있으라고 나왔단 말입니다.) 그 당시는 구조선이 아직 도착을 안 해서 그랬습니다. (그리고서는 선장이 먼저 내리셨잖아요.) 아닙니다." 하지만 뉴스Y가 촬영한 영상에선 그가 첫번째 구조선에 탑승한 모습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팽목항에 도착한 구조선에서 내려 응급진료소로 향하는 이준석 선장. 세월호가 300명 가까운 승객과 함께 물속에 가라앉은 그 시간입니다. 비교적 담담한 표정에 아직도 깃이 서 있는 셔츠와 말끔한 니트 차림이 가라앉고 있던 배에서 구조된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물에 젖은 몸을 담요로 녹이고 온수팩까지 끌어안아야 했던 다른 구조자와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영상을 보면 이 선장이 적어도 상체가 물에 젖지 않을 정도로 신속하게 배에서 탈출했다는 걸 추측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다른 탑승객들은 자리를 지키라는 안내 방송만 믿다 변을 당했습니다. 배가 가라앉기 전에도 선장은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습니다. 거센 조류 속에 배가 급히 방향을 바꿀 때였습니다. <이준석 / 세월호 선장> "(배를) 돌릴 때 있었던 게 아니라 항로를 지시하고 잠시 침실에 볼일이 있어 갔다 온 사이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선원법은 선장이 위기상황에서 반드시 승객의 안전을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장이 나 홀로 내뺀 세월호에는 순식간에 침몰이 진행되는 상황을 알 수 없는 수백여명의 승객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뉴스Y 고현실입니다.

평소에도 소용돌이가 발생하는 이 구간은 이날 막 사리(15일)를 지난 데다 썰물 때와 맞물려 물살이 더 거세진 것으로 알려졌다.

물살 거세기로 이름난 맹골수도 항로에서 조타지휘를 하기는 처음인 박씨는 조타수에게 방향전환을 지시했다.

이곳은 병풍도를 끼고 제주를 향해 뱃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변침점(變針點)이다.

조타수 조씨는 이날 오전 구속 전 진술에서 "항해사 지휘에 따라 평소대로 조타키를 돌렸다. 하지만 평소보다 많이 돌아갔다"고 말했다.

조씨는 "내가 실수한 부분도 있지만 조타키가 유난히 빨리 돌았다"고 말했다.

이는 일반적인 항로에서 보통 5도 안팎의 조타기 조정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5도 이상 돌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객선침몰> 세월호 조타실에선 어떤 일이…(종합) - 1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 대목에서 항해사와 조타수의 결정적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살이 거센 맹골수도에서 2∼3도 정도로 작은 각도로 전환하는 이른바 소각(小角)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삼열 전 목포지방해난안전심판원장은 19일 "뱃머리를 심하게 꺾는 과정에서 거센 물살 저항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며 "순간 배가 휘청거리고 복원되지 않자 당황해 조타기를 더 무리하게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도 해상관제센터(VTS)에서 확인된 항적에도 세월호는 계속해서 우현 변침으로 조작했으나 뜻과는 반대로 좌현으로 계속 쏠렸다.

세월호는 정상적인 방향에서 무려 115도나 틀어졌다. 뱃머리가 오던 방향으로 거꾸로 되돌려진 상태로 사실상 추진동력을 잃었다.

배가 좌현으로 밀리면서 제대로 결박되지 않은 화물, 차량 등이 쏟아지고 세월호는 급속히 기울기 시작했다.

많은 승객들이 배가 기우뚱한 뒤 '쿵'하는 소리가 났다는 진술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해양 전문가들도 세월호가 외부 충격에 의해 침몰한 것이 아닌 만큼 선체에는 파공(破孔) 흔적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 등도 항로에는 어선 등 외부적인 위험상황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받고 돌아오는 선장
치료받고 돌아오는 선장

(목포=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19일 오후 검경합동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던 이준석 선장이 허리 통증과 고혈압 증세를 호소해 병원치료를 받고 돌아오고 있다.

여기에다 국민들의 공분을 산 것은 사고 전후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가 벌인 행적이다.

수사결과 이씨는 맹골수도 항행을 박씨에게 맡기고 자신은 선실에서 쉬고 있었다. 탈출 당시 입고 있는 반바지 차림은 이를 잘 보여준다.

24시간 배를 책임져야 하는 선장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배가 기우뚱하자 당황한 채 조타실에 뛰어온 선장은 우왕좌왕 시간만 허비하다 수백여명의 승객들은 선실에 남긴 채 자신만 빠져나왔다.

이씨는 구속 전 진술에서 '승객에게 대기하라'고 한 이유는 "조류가 빠르고, 수온도 차고, 주변에 인명 구조선이 없어서 그랬다"고 변명했다.

서둘러 유보갑판 등으로 대피하라는 말만 했어도 수백명이 사망 또는 실종하는 참사는 결코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이다.

nic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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