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세월호참사> 구명조끼 흔들며 소리쳐도 방치한 선원들

송고시간2014-04-23 16:47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승객 코앞에 두고도…구명벌도 터뜨리지 않아30분 뒤 도착한 해경 객실 유리 깨고 승객들 구해

"구조 애썼다"는 선원들…구명벌 그대로 두고 탈출
"구조 애썼다"는 선원들…구명벌 그대로 두고 탈출


(서울=연합뉴스) 지난 16일 침몰한 세월호 선원들이 해경 경비정으로 탈출하고 있다. 오른쪽의 구명벌은 펼쳐지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목포=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세월호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구조작업을 벌인 해경들에 따르면 최초 신고 뒤 해경이 도착할 때까지 선장과 승무원들은 조타실에서 몸을 사리고 있었다.

조타실 바로 옆에는 구명벌 16개가 있었지만, 선장을 비롯해 누구도 구명벌에 손도 대지 않았다.

이 순간 조타실 바로 앞 객실 안에는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흔들고 강화유리를 두드리며 애타게 구조요청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사고 현장에 최초로 목포해경 경비정 123함(110t)이 도착하자 서둘러 올라타기 바빴다. 이때가 최초 사고 신고 후 약 40분이 지난 오전 9시37분. 선원들이 처음 탈선을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이다.

선원들은 조타실에 모여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바로 구조 가능하냐"는 교신을 반복하고 있었다.

당시 일부 선원의 손에는 조타실로 선원들을 모으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무전기가 들려 있었다.

선원들이 서둘러 경비정에 올라타는 동안 목포해경 소속 이형래(37) 경사는 이미 60도 이상 기울어진 세월호 갑판에 올랐다.

그는 서 있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갑판 돌출부에 의지해 기어올라 구명벌 두 개를 바다로 떨어뜨렸다.

선원과 승객 탈출법 '극과 극'
선원과 승객 탈출법 '극과 극'

(인천=연합뉴스) 선원들은 세월호 왼쪽에 바짝 붙인 해경 경비정 123정으로 옮겨 타고 있는 반면(왼쪽), 승객들은 세월호 오른쪽 난간에 매달려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지난 16일 오전 9시 30∼50분 사이 촬영된 것이며 오른쪽 사진은 오전 10시 촬영된 것. (해양경찰청)

그 뒤 조타실 근처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경비함에 올랐다.

사고 초기 조타실에 모인 선원들이 서둘렀다면 충분히 구명벌 16개 모두를 떨어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후 경비정이 다른 승객들을 찾아 뱃머리를 돌리는 순간 조타실 바로 앞 선수(船首) 쪽 객실 안에 6∼7명의 승객이 구명조끼를 벗어 흔들며 구조요청을 하고 있었다.

조타실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확인 가능한 객실이었다.

경비함은 다시 한번 세월호에 접근해 강화유리를 구조도구로 깨고 이들을 구했다. 그 뒤 경비함은 80명을 더 구조했다.

선원들이 조금이라도 구조활동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더라면 신고 후 40여분간 더 많은 승객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경사는 "구명벌을 터뜨려야만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어서 구명벌을 떨어뜨렸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 한 명도 구명벌에 오를 수 없어 안타깝다"며 울먹였다.

수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선원들 대부분이 지금 생각하면 구호조처를 해야 했었다"며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chinakim@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