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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옥타 개성 방문> ③남북 경제교류 해법(끝)

송고시간2014-04-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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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 투자 '개성공단 국제화'에 기여…남북 경협 모델 될 것""철저한 政經 분리·신뢰 구축·문화교류 병행·조선족 활용"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통일문제 전문가나 대북사업 종사자들은 5월 2일 월드옥타 회원 21명을 비롯한 전 세계 한상(韓商) 35명이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양영식 전 통일부 차관은 "상당히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적은 대부분 대한민국이지만 외국에 사는 한상들이기에 이데올로기보다는 철저하게 경제원리에 따라 사업을 진행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호주 시민권자로 1992년부터 북한에 진출해 사업을 펼쳐온 천용수 코스트그룹 회장은 "경제교류를 우선으로 해야 하며, 북한 왕래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재외동포가 통일의 물꼬를 트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심스러운 반응도 나오고 있다. 북한 사회의 특성을 제대로 모르거나 남북한 분위기를 도외시한 채 사업에 뛰어들다 보면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재외동포 기업인의 대북 사업이 남북한 경제교류, 나아가 남북한의 화해 협력에 미치는 영향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통일문제에 정통한 전문가와 대북사업을 오랫동안 펼쳐왔거나 관심을 둔 기업인들로부터 재외동포 기업인들의 역할과 바람직한 남북한 경제교류의 해법을 들어본다.

▲ 양영식 전 통일부 차관 = 월드옥타 고문 자격으로 이번에 한상들과 동행한다. 이번 방문은 개성공단의 국제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월드옥타 회원들이 투자하고, 공단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수입해 외국에 팔 것이기 때문이다. '월드옥타+개성공단'은 남북한 모두에게 이익이며, 남북경협의 모델이 될 수 있다. 통일로 가는 길은 단계가 필요하다. 먼저 경제공동체를 지향하고 이를 이루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개성공단에는 5만3천여 명의 북한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이들 가족과 이웃, 주기적으로 교체가 이뤄지는 인원까지 합하면 100만 명 정도의 북한 주민이 개성공단을 알고 있고, 함께 호흡하고 있다. 남북한 모두에게 공단이 잘 돌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여기에서 활로를 찾아야만 한다. 지금으로서는 한상들이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규모가 크면 클수록 당국 간 합의와 그를 뒷받침하는 실천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합의만 있고, 실천은 미미했다. 합의 내용을 보장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지금까지 북한이 보장하겠다고 선언한 규정들을 지키면서 교류하면 된다. 아직 북한은 정치가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기에 한상들도 신변 보장을 받으려면 약점 잡히면 안 된다. 북한 경제를 돕는다는 경제원리로 접근할 것을 주문한다.

▲ 천용수 호주 코스트그룹 회장 =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평양에 업무용 건물을 지었으며, 북한 최초의 합영회사를 세웠다. 우리 회사의 연간 매출액 2억1천만 달러 가운데 4천500만 달러가 북한에서 나온다. 22년째 북한과 사업을 하고 있다. 신뢰의 결과이다. 남북한 당국에만 통일 문제를 맡겨 두는 것은 재외동포에게는 방관이다. 당연히 한상들이 개성공단에 진출해야 한다. 활발히 교류하며 남북한 공동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미래에 대한 생각 없이 투자했다. 지금부터는 그 투자에 재외동포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호주동포들은 2004년 북한 예술인을 초청해 공연했다. 각국의 문화예술 단체도 북한의 공연단을 초청하고, 또 북한에 들어가 공연을 펼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신뢰가 싹터야 관계가 돈독해진다. 다들 북한과 사업하면 적자가 나고 어렵다는 선입견을 품고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부정적인 시각으로 출발한다. 당연히 만남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나 사업이 그런 관계라면 이뤄지겠는가. 이제는 그런 인식을 바꿔야 한다.

▲ 이성국 중국 이조그룹 회장 = 연간 200만 켤레 이상의 신발을 생산한다. 북한에도 신발공장을 두고 있어 자주 왕래한다. 파트너는 북한 체육성이다. 현재 북한에서는 전력 사정 때문에 많은 양의 신발을 생산하지는 못한다. 신발공장을 지으면서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다. 그만두려고도 했지만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 때문에 사업하고 있다.

조선족들의 사업은 남북 관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좋아지기만을 기다린다. 그렇다고 조선족들이 한국을 무시하고 북한에 들어가 사업하지는 않는다. 한국이 없었다면 오늘날 조선족의 위상이 높아질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의리를 지키려고 한다. 경제교류도 동포라는 입장, 인도적인 차원에서 진행해야 한다. 그렇다고 조건 없는 지원은 안 된다. 어느 정도의 이익을 챙기면서 발전에도 기여해야 한다. 자존심 강한 북한도 그것을 원한다.

▲ 표성룡 중국조선족기업가협회 회장 = 평안북도가 고향이다. 북한과 무역하고, 평양에 상점과 식당도 열었다. 철강 판매·부동산 개발 등 1개 기업에서 연간 250억 위안(약 4조5천972억 원)의 매출을 올리지만 북한과의 사업은 미미하다. 북한 주민들은 '통일이 안 되면 우리 민족이 살 길이 없으며, 서로 대화해야만 금강산도 개성공단도 열린다'고 말한다. 이런 생각을 하기에 조건 없이 만나 대화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지난 2월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조선족들은 아버지와 어머니(남과 북)가 이혼한 지 60년 됐는데, 서로 생각이 다른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대화 장소에 장관이 나오건, 차관이 나오건, 노동자가 나오건 무슨 상관인가. 자존심만 세우지 말고, 7천만 동포를 생각해 대화의 장에 자주 나와야 한다.

조선족들은 남북 대화가 많아질수록 북한에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다. 우리가 북한에 가는 것은 중국의 앞선 기술이 북한에 유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을 접하면 북한 주민들의 생각도 바뀔 것이다. 많은 조선족이 북한에 고향을 두고 있다. 재미동포·호주동포·캐나다동포보다도 마음대로 북한을 왕래할 수 있는 동포다. '통일 대박'을 준비하는 한국 정부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 엄광철 중국 선성투자그룹 사장 = 중국은 물론 한국 등지의 400여 개 기업에 복합물류 서비스를 제공해 돈을 벌었다. 다음은 북한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선족들에게 중국의 개혁개방은 한국 진출이라는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 제2의 기회는 북한이라고 판단한다. 지금까지 봉제·신발·요식업·수산물 가공업 등에 진출했다. 앞으로는 물류업·장비임대업·금융서비스업 등이 발전할 것으로 본다. 이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현재 준비 중이다.

3년 전 중국 선전에서 미술전시회가 열렸을 때 북한의 만수대창작사가 출품한 작품들을 모두 구입했다. 이는 북한 사람들과 사전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북한 화가들을 중국으로 초청해 문화예술 작품도 교류하고 있다. 경제 진출에 앞서 문화예술 교류가 먼저라는 생각에서다.

서로 이해하고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사업을 잘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북한과 조선족 사이에도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 이를 좁혀야 한다. 당연히 남한과 북한은 더 클 것이다. 조선족이 독자적으로 북한에 진출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과 한국 기업, 특히 조선족 기업과 합작해 진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의 문은 곧 열린다. 조선족 기업인들에게 기회가 열리는 것인 동시에 남북 교류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다고 본다.

▲김우재 월드옥타 회장 = 우리는 이번 개성공단 방문에 이어 지난 2004년 평양무역박람회와 같은 투자유치 및 수출상담회를 추진하고 있다. 경제포럼도 준비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안에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 북한과의 통로인 중국 옌볜, 선양, 다롄 등지의 조선족 기업인들이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월드옥타에는 조선족 회원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과 합작하고 연계한 경제협력 사업을 펼치는 길을 찾고 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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