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무인기 北소행 결론…'임무명령서' 해독이 결정적

송고시간2014-05-08 12: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국가 중요시설·군 부대 촬영…방공망 허점 확인돼

추락 소형무인기 3대 모두 북한지역서 발진 확인
추락 소형무인기 3대 모두 북한지역서 발진 확인

(서울 사진공동취재단 = 연합뉴스) 8일 오전 용산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김종성 ADD UAV 사업단장이 최근 우리 지역에서 추락한 소형 무인기 3대에 대한 한미공동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군 당국은 소형 무인기 3대가 모두 북한에서 발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우리 지역에서 추락한 소형 무인기 3대가 모두 북한에서 발진한 것을 확인한 소위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GPS 정보가 담긴 무인기 메모리칩에 저장된 임무명령 데이터였다.

지난달 11일 국방부의 무인기 중간조사 결과 발표 때는 북한에서 발진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정황 증거만 제시됐다면 8일 최종 조사결과 발표 때는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가 제시됐다.

한미 공동조사전담팀은 파주, 백령도, 삼척에서 추락한 무인기의 비행경로 분석을 통해 3대 모두 발진지점과 복귀지점이 북한 지역임을 확인했다.

◇ GPS 정보 담긴 임무명령서를 해독

군 당국은 지난달 14일 한국 13명과 미국 5명의 무인기 전문가로 조사전담팀을 구성한 이후 무인기의 비행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GPS 정보가 담긴 임무명령서 해독에 주력했다.

GPS 수신기가 장착된 추락 무인기들은 임무명령 데이터에 의해 이륙한 후 입력된 좌표를 따라 비행하면서 사전에 명령받은 좌표 상공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복귀 좌표를 따라 이륙 지점으로 되돌아오도록 고안됐다.

따라서 조사전담팀은 무인기의 임무명령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무인기 메모리 칩을 다른 콘솔(장치)에 연결하는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에 장착된) 중국제 메모리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해 관련기관을 통해 중국에서 회로 안내서를 입수해 분석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무인기 3대는 모두 우리 군사시설 상공을 지나가도록 계획됐고, 백령도와 파주 추락 무인기는 7∼9초 간격으로 사진을 촬영한 사실이 조사결과 확인됐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백령도에서 3월31일 발견된 무인기는 발진지점과 복귀지점이 해주 남동쪽 약 27㎞로 확인됐고 비행 계획과 사진촬영 경로도 일치됐다.

백령도 추락 무인기는 1.7㎞ 고도에서 119장의 사진을 촬영했다. 대청도와 소청도 상공을 지그재그식으로 정찰비행하면서 군사시설을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파주에서 3월24일 발견된 무인기의 발진지점과 복귀지점은 개성 북서쪽 약 5㎞로 역시 비행 계획과 사진촬영 경로가 일치했다.

파주 추락 무인기가 촬영한 178장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경기도 파주 시청 근방에서 촬영이 시작돼 동남 방향으로 비행했고, 서울시청 근처에서 유턴한 다음 남하했던 궤적을 역으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비행했다.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가 촬영한 경복궁 일대 (국방부 제공)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가 촬영한 경복궁 일대 (국방부 제공)

이 무인기는 당초 2㎞ 상공을 유지하면서 남하했으나 북쪽으로 돌아가면서 기체 이상으로 인해 고도가 점차 낮아졌다.

삼척에서 지난달 6일 발견된 무인기는 발진지점과 복귀지점이 평강 동쪽 17㎞ 지점으로 확인됐으나 사진자료가 없어 비행계획과 사진촬영 경로의 일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 北 무인기 정찰활동으로 드러난 방공망 허점

최종 조사결과 무인기 3대 모두 북한에서 넘어온 것이 확인됨에 따라 추락 전 이를 발견하지 못한 우리 군 당국의 방공망 허점에 대한 비판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북한 무인기가 청와대 등 국가 중요시설과 군부대를 촬영하는 동안 군 당국은 이를 전혀 식별하지 못했다.

군 당국은 파주에서 북한 무인기가 발견됐을 당시 처음에는 동호인이 날린 것으로 추정하다가 백령도에서 무인기가 추가로 발견되자 북한 제품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파주에서 처음으로 무인기가 발견됐을 때는 관련 정보가 없어 북한의 것으로 생각하기 어려웠다"며 "백령도 추락 무인기는 공중 레이더로 비행궤적이 일부 확인돼 처음부터 북한에서 발진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무인기는 날개폭과 길이가 1∼2m로 군이 보유한 저고도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다. 백령도 추락 무인기는 당일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사격훈련에 대비해 공중조기경보통제기(피스아이)가 출격한 상황이어서 식별이 가능했다.

소형 무인기가 발견된 파주와 백령도, 삼척 등은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서 군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파주는 서울과 인접한 곳이고 전시 북한군 탱크가 밀고 내려올 가능성이 큰 통일로(국도1호선)와 닿아있다.

백령도는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도발을 저지하는 해병 백령부대를 비롯해 인근 연평도의 해병 연평부대 등이 있는 최북단 서북도서 군사 요충지다.

삼척 인근 축선은 북한군의 특수부대와 남파 간첩의 해안 침투를 저지하는 해안부대를 비롯한 육상부대가 많은 동부전선의 요충 지역이다.

하지만 군은 북한이 그동안 이들 지역에 언제, 얼마만큼의 무인정찰기를 침투시켰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는 탑재중량이 3∼4㎏ 수준으로 아직은 공격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발전시키면 무기화도 가능해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hojun@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