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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 개혁> ② 최우선가치 '안전'을 놓쳤다

송고시간2014-05-1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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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구조 분야 인력·장비 투자 미흡, 훈련 부실발생빈도 낮은 여객선 사고 대책 마련에 둔감

해경 인명구조 훈련
해경 인명구조 훈련

해경 인명구조 훈련(연합뉴스 DB)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국민이 우리에게 가장 원하는 것은 안전입니다. 바다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해양재난에 대한 신속한 구조가 필요합니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작년 3월 취임식에서 무엇보다도 강조한 것은 안전이었다.

이후 안전은 해양경찰의 지상과제로 여겨졌다. 올해 해경의 5대 핵심가치(안전·헌신·신뢰·창조·명예) 중에서도 안전은 제1순위였다.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본청에 해양안전국을 신설하려 했고 지방청에 경무관 계급의 안전총괄부장 직제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해경은 그토록 부르짖던 안전을 놓치고 말았다.

구조를 요청하는 학생에게 선박의 경도와 위도를 물어보며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했다. 현장에 처음 도착한 경비정은 선장·선원 구조에 급급한 나머지 선체 내부 승객의 탈출을 유도하지 못했다.

해경이 운영하는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세월호가 복원력을 상실하고 조류를 따라 떠밀려가는 비상 상황이 이어졌음에도 18분가량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수색 현장에서는 민간 잠수부와의 불협화음으로 수색작업이 지연되면서 실종자 가족의 마음을 타들어가게 했다.

해경의 허술한 대응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여객선 사고에 대한 대응체제 마련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1993년 10월 서해훼리호 사건(292명 사망), 1994년 충주호 유람선 화재 사건(29명 사망) 이후 20년 가까이 대형 여객선 사고가 발생하지 않자 해경은 방심했다.

수색구조 분야에 대한 인력과 예산 투자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공개한 해경 자료를 보면 해경의 구조 전담인력은 현재 232명에 불과하다. 2006년 지방청 신설 이후 해양경찰관이 2천200명 늘어났는데 구조전담 인력은 이 기간 전체 증가 인원의 8.7%에 불과한 191명이 늘었을 뿐이다.

해경의 올해 해양안전 관련 사업 예산은 208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1.86%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해경의 전국 파출소·출장소 중 순찰정·수상오토바이 등 연안 구조장비를 1척도 보유하지 못한 곳이 절반에 이른다. 작년 기준으로 329곳의 파출소·출장소 중 연안 구조장비가 없는 곳은 152곳(46.2%)이다.

사과하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사과하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진도=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30일 오후 진도군청에서 열린 범정부사고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 가족과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를 하고 있다. 김 청장은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겪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2014. 4. 30 <<특별취재팀 기사 참조>>
areum@yna.co.kr

심해 잠수능력을 지닌 해경의 유일한 특수구조단은 자체 헬기도 없다. 부산 다대포에 있는 특수구조단은 세월호 침몰 사고 때 김해공항·목포공항을 거쳐 현장에 가는 바람에 신고 접수 후 약 5시간이 지나 오후 1시 40분이 돼서야 도착했다.

수색구조 분야의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면 상시 반복훈련으로 현장 대응력을 키워야 하지만 훈련 또한 부실하게 이뤄졌다.

해경의 해상훈련은 상·하반기 지방청과 해경청 주관으로 각각 한 번씩 연간 총 4차례 시행되는데 지나치게 평가 위주로 진행돼 실전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작년 7월 새로 만든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도 소형 어선 재난사고 때나 적용할 법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 여객선 사고에 적용하기엔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나마 세월호 사고 당시 적용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수칙조차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해경은 선장·선원을 먼저 구조해 육상 병원에 이송함으로써 '신속한 인명구조를 위해 사고선박 구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현장에 급파한다'는 수칙을 준수하지 않았다.

또 해경이 '전복 선박 내에 생존자가 없는 것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생존자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구조작업을 전개한다'는 수칙을 떠올렸다면 세월호 침몰 전 선체 내부로 진입해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렸어야 했다.

세월호에서 승객의 카톡 메시지 발송은 당시 오전 10시 17분까지 계속됐다. 해경의 첫 경비정이 도착하고 47분이 지나도록 선체 내부에 있던 승객 302명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셈이다.

조원철 연세대 방재안전관리 연구센터장은 "매뉴얼은 평균값인데 재난은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며 "매뉴얼이 크고 작은 재난 모두에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작년부터 진행돼 온 해경의 '해양사고 30% 줄이기' 프로젝트는 해경에 '바다가 안전해졌다'는 착시 현상을 안겨줬다.

해경은 목표 달성을 위해 해난사고 비중이 가장 높은 어선 안전사고에 역량을 집중했다. 여객선 사고나 다른 해난사고에 대한 구조역량 강화는 자연스레 후순위로 밀렸다.

그 사이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가 발생했고 여수 우이산호 충돌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해경은 그러나 작년 해양사고 30% 줄이기 목표를 달성했다며 실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자축했다.

해경의 슬로건 '안전한 바다, 행복한 국민'처럼 바다는 안전해졌고 국민은 행복해졌는가. 답은 국민이 알고 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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