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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 개혁> ③ "제복만 남기고 모두 바꿔라"(끝)

송고시간2014-05-1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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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간부 경비함 근무 확대, 전문성 강화 필요민간 잠수사 DB 구축, 민·관·군 구조체제 확립 시급

제60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
제60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

(인천=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24일 오전 인천시 북성동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열린 제60주년 해양경찰의날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유공자들에게 포상하고 있다. 뒤에는 이날 취역한 청룡함. 2013.9.24
dohh@yna.co.kr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해양경찰의 해난구조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양경찰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바다의 파수꾼' 역할을 다하려면 현장 경험 축적으로 전문성을 강화하고 민관 구조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전관예우 근절,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확립도 더는 늦출 수 없는 현안이라고 지적한다.

◇ "현장이 답이다"…해경 간부 함정 근무 의무화해야

해양경찰청은 바다의 치안과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인데도 해상 근무 경험이 없는 간부가 수두룩하다.

현재 해경 경무관급 이상 간부 14명 중 1천t급 이상 경비함 함장을 지낸 간부는 전혀 없고 총경 이상 간부 67명 가운데 경비함정 근무 경험이 없는 비율도 25%(17명)에 달한다.

해경 간부의 함정 근무 기피 현상은 함정 근무 경력이 승진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함정 근무 경력에 따른 가산점이 없다 보니 짧게는 3박4일에서 길게는 6박7일까지 반복되는 해상 근무를 자원하는 간부가 별로 없다.

이 때문에 경위 계급을 달고 해경에 채용되는 간부 후보 상당수는 채용 초기 1년가량 의무적인 함정 근무를 마치면 다시 배로 돌아가지 않는다.

초급 간부인 경위가 충분한 승선 경력을 쌓지 않았다면 경감·경정으로 승진해도 함정 근무를 하기 어려워진다. 중·대형 함정의 함장의 계급이 경감·경정이기 때문에 승선 경력이 짧은 간부에게 배를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해경의 전문성을 강화하려면 함정 근무와 육상 근무의 순환 보직 인사를 철저히 시행, 간부라면 함정 근무 경력을 최소한 5년은 쌓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아울러 함정 근무에 따른 가산점 제도를 만들어 승진 때 우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경 간부의 함정 근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을 잘 알고 있다"며 "간부의 함정 근무 기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인사 시스템 개선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 민간잠수사 인력 관리 강화…민관 구조체계 확립 시급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여객선 해난사고에는 민간 잠수사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해경의 잠수 인력과 장비로만 원활한 구조작업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해경 자체적으로 대형 해난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를 구축하라고 주문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매년 수백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 지원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때문에 해양 선진국들도 해상 치안기관을 보완하는 민간 구조협회를 양성하며 민관 구조협력체제를 갖추고 있다.

해경은 그러나 전국 민간 잠수사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지 않은 탓에 세월호 사건 초기 민간 잠수사를 침몰 현장에 체계적으로 투입하는 데 실패했다.

민간 잠수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구조를 지원하겠다는 민간 잠수사들과 안전이 우려돼 불가하다는 해경 간에 승강이가 끊이지 않았다.

해경은 지난달 28일 민간 심해잠수 24개 업체에서 82명의 인력현황을 확보하고 추가 투입 잠수사를 선발하고 있다.

그러나 해난사고가 발생한 뒤 민간 잠수사 현황을 파악하고 추가 투입 잠수사를 선발하는 것은 이미 뒤늦은 조치다.

<세월호참사> 구조작전 설명하는 해경 관계자
<세월호참사> 구조작전 설명하는 해경 관계자

(서울=연합뉴스) 해경 관계자가 2일 오후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의 해상 바지에서 민관군 잠수사들에게 구조작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4.5.2 << 해군 >>
photo@yna.co.kr

평소 민간 잠수업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잠수사의 잠수능력을 세분화해 해난사고 발생 직후 상황에 맞는 민간 잠수사를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여기에 조류를 포함한 해역별 잠수 여건을 분석하고 해군 특수전전단(UDT), 해난구조대(SSU) 등과도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 전국 어디에서도 즉각 출동할 수 있는 민·관·군 통합 구조시스템 마련도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 전관예우 고리 끊고 해양구조협회 투명성 높여야

해경은 작년 1월 해양구조체계 선진화라는 취지로 비영리 법정단체인 한국해양구조협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출범 초기부터 해경 퇴직 간부 6명이 협회에 취업했다. 출범 취지는 퇴색됐고 해경이 협회를 만들어 '셀프 재취업'을 주도했다는 비난이 나왔다.

재정 지원 없이 서둘러 출범한 협회는 해경 지원을 등에 업고 해양 관련 기관·단체에 기부금 명목으로 손을 벌렸다. 이는 협회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잡음의 원인이 됐다.

앞서 언급됐듯이 해난사고 때 민간 구조협회의 보완적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해난사고는 광활한 바다에서 발생하는 특성상 해상치안기관의 행정력이 바다 전체에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진정한 민관 구조체계 확립을 위해 이제라도 해양구조협회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협회에 해경 퇴직 간부를 취업시키는 전관예우 관행은 과감히 끊어야 한다. 또 협회 전신인 한국해양구조단을 중심으로 한 조직 운영에서 벗어나 다른 협회·단체에 문호를 더욱 개방해야 한다.

현재 민간 구난업체 중 협회 부총재단에 포함된 업체는 '언딘'이 유일한 데 다른 민간 구난업체의 참여를 더욱 활성화하지 않으면 협회의 대표성은 확보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 본청 위주 해경 지휘체계 개선 필요

해경 본청 지휘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총력체제'를 가동, 직접 현장에 가서 사고 대응을 지휘하는 경우가 많다.

본청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은 사고 수습에 대한 해경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효과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방해양경찰청과 일선 해양경찰서의 존재 의의를 스스로 축소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본 청장이 직접 현장에서 지휘하는 상황에서 지방청장과 해경서장의 역할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미국 9·11 테러 사건 직후 현장 캡틴은 뉴욕 소방서장이었다. 뉴욕 소방서장은 사건 현장에서 전권을 쥐고 인명구조를 지휘했다.

해경의 재난 대응체계도 해양경찰서장·지방청장의 현장 지휘권을 강화하고 본청은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윤동근 울산과학기술원 교수(재난관리공학)는 "재난의 인명·재산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현장을 잘 알고 위기관리능력을 갖춘 리더가 지휘를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현장 대응경험이나 구조경험이 있는 현장 지휘관들의 권한이 부족하고, 중앙의 명령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안전처 신설 방침이 발표됨에 따라 해경 조직 개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해경 지방청 폐지 주장이 제기된 데 이어 해경 해체론까지 나오고 있다. 해경의 체질 개선을 위한 조직 개편이 어느 수준까지 미칠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 광범위하게 확대된 해경의 역할과 임무 일부를 다른 기관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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