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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선원·승객 생사 가른 '4·16 09:37'

송고시간2014-05-1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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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들 탈출 시작…"무서워, 가만히만 있으래" 승객들은 공포에 질려10:17 마지막 메세지 "지금 더 기울어"

전남도 어업지도선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의 구조장면. 기울어진 세월호로 구조헬기와 보트가 접근하고 있다.

전남도 어업지도선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의 구조장면. 기울어진 세월호로 구조헬기와 보트가 접근하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세월호 침몰 순간의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질수록 안타까움과 분노의 깊이가 더해지고 있다.

세월호에서 보낸 마지막 신호가 된 카카오톡 메시지가 발신된 지난달 16일 오전 10시 17분 배의 기울기는 108.1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배 옆면이 바다에 닿아 전복이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구속된 선원 15명이 탈출하기 시작한 오전 9시 37분은 선원들과 승객의 생사가 갈린 시각이 됐다.

이 시각 전 선원들의 비정한 행태와 이 시각 후 승객들의 처절한 기다림의 뚜렷한 대비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선장 등 4명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한 배경을 수긍하게 한다.

인명 구호 의무가 있는 선원들이 승객들을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승객 사망을 예상하고도 탈출한 점으로 미뤄 '미필적 고의'도 있다고 봐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고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설명했다.

다만 재판에서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피해자를 사망자 전원으로 볼 수 있을지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이 이루질 것으로 보인다.

◇ 4월 16일 오전 9시 37분 전 선원들은

오전 8시 48분 전남 진도군 병풍도 해상에서 19노트(최고 속력 21노트)로 운항하던 세월호는 급격히 왼쪽으로 기울었다.

지난달 16일 침몰한 세월호 조타실에서 선원들이 해양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비교적 손쉽게 탈출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침몰한 세월호 조타실에서 선원들이 해양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비교적 손쉽게 탈출하고 있다.

조타수가 오른쪽 변침을 시도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당황해 크게 조타기를 돌린 게 원인이었다.

조타수는 지난해 12월에도 실수를 해 입출항 시 조타를 금지당할 만큼 미숙했다.

맹골수도 운항 경력이 없는 3등 항해사는 레이더만 보고 1차 140도, 2차 145도로 변침하도록 조타수에게 지시했다.

선장은 미숙한 3등 항해사와 조타수에게 국내에서 물살이 두번째로 세다는 맹골수도 운항을 맡기고 침실에 있었다.

배는 엔진정지와 조류의 영향에 오른쪽으로 타원형을 그리며 흘러가다가 오전 8시 52분 왼쪽으로 30도가량 기운 채 멈춰 섰다. 단원고 2학년 최덕하(사망)군이 119에 처음으로 신고한 시각이다.

각자 선실에 있던 선원 6명은 조타실에 모였다. 1등 항해사는 복원성 문제를 알고 오전 8시 55분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구조를 요청했다. .

선장은 8시 58분 2등 항해사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을 지시하고 2등 항해사는 방송시스템 전원 버튼을 누르고 방송을 시도했지만, 비상 버튼을 누르지 않아 선내 방송은 이뤄지지 않았다.

2등 항해사는 사무장, 매니저에게 침몰 상황은 알리지 않은 채 '선내 대기' 방송을 하도록 했다.

조타실에 있던 선원들은 오전 9시 제주 VTS로부터 퇴선 준비를 하라는 교신을 듣고도 승객들에게 준비 안내를 하지 않았다.

오전 9시 13분, 21분, 23분 인근에 구조 선박들이 대기하고 있다는 교신도, 24분 "승객들에게 구명동의와 두꺼운 옷을 입도록 조치하라"는 교신도, 25분 "선장이 판단해서 인명 탈출 시키라"는 교신도 묵살했다.

전남도 어업지도선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의 구조장면. 왼쪽으로 완전히 기운 선체 난간에 매달린 승객, 바다에 몸이 잠긴 채 선체 구조물을 잡고 머리만 내놓은 승객, 구명조끼조차 입지 않고 바다에 빠진 승객 등 침몰당시 승객들의 구조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전남도 어업지도선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의 구조장면. 왼쪽으로 완전히 기운 선체 난간에 매달린 승객, 바다에 몸이 잠긴 채 선체 구조물을 잡고 머리만 내놓은 승객, 구명조끼조차 입지 않고 바다에 빠진 승객 등 침몰당시 승객들의 구조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오전 9시 34분 세월호의 침수한계선인 D데크(1층)까지 물이 차오르자 선원들은 3분 뒤 교신을 끊었다. 탈출 시점으로 수사본부는 보고 있다.

그 사이 5층 조타실, 3층 기관부 선실, 가장 아래층인 선저의 기관실에 있던 선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구조를 기다리다가 해경 123함에 오전 9시 39분과 46분 나눠 탔다.

◇ 오전 10시 17분까지 승객들은

세월호는 오전 8시 52분 30도가량, 9시 21분 45도 이상, 34분 52.2도, 40분 55.3도, 46분 61.2도, 10시 9분 73.8도로 기울다가 17분에는 90도를 넘어 108.1도로 기울어 전복이 진행됐다.

오전 8시 52분부터 한 시간동안 승객들은 모두 7차례의 '선내 대기' 방송만 들었다. 사고 상황이나 대피 요령 등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선원들이 떠난 뒤 승객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선체가 55.4도 기울었던 오전 9시 41분 한 승객은 "아 진짜 보고싶어 ㅜㅜ 엄마 ㅜㅜ, 진짜 무서워 ㅜㅜㅜ, 창문 바로 앞에 컨테이너 떠내려가고 있어, 방송도 안해줘, 걍(그냥)가만히만 있으래"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오전 9시 42분 휴대전화 배터리가 닳는 것을 걱정하는 메시지도 있었다.

또 다른 승객은 "아빠가 속보 떴다고, 배터리 닳는다고, 지피에스 켜놓고…"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선원이 아닌 가족과의 연락으로 침몰 상황을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메시지는 오전 10시 17분 "지금 더 기울어"라는 내용이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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