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에 몰린 유병언과 검찰…숨가쁜 추격전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모두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서로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숨 가쁜 추격전이 펼쳐지고 있다.

27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에 따르면 검찰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잠적한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행적이 발견된 전남 순천 지역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유씨 부자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의 도움을 받아 은신처를 옮겨다니며 도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과 유씨 부자의 숨바꼭질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날 전국 곳곳에서 시민 제보가 접수되면서 한 때 '유병언이 검거됐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 8분께 충남 홍성IC를 빠져나간 체어맨 승용차에 유씨 부자가 탄 것으로 의심된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2시간가량 추격전이 펼쳐졌지만 오인 신고로 확인됐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 인근의 서해안고속도로 상에서 유씨를 잡았다는 소문도 나돌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검찰은 유씨가 아직 순천 인근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보고 검거팀과 경찰력을 집중 배치했다. 순천 일대를 포위해 신도들의 도피 지원을 끊는 '고사작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장인 김회종 2차장 검사도 이날 오전 급히 순천으로 내려갔다.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현지 검거팀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유씨 부자 검거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앞서 검찰은 유씨 부자가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잠적하면서 허를 찔린 바 있다. 유씨 측근들을 줄줄이 구속하며 속도를 내던 검찰 수사는 '유병언 부자'라는 장애물 앞에서 멈칫했다.

뒤늦게 유씨의 장남 대균(44)씨의 서울 염곡동 자택과 유씨의 초기 은신처로 알려진 금수원을 압수수색했지만 허탕만 쳤다. 여러 차례 수사에 허점을 보였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이날 "유병언 일가를 신속하게 검거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검찰은 유씨 부자 검거에 조직의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6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신고 보상금을 내건 상황에서 검거가 지연될 경우 검찰에 쏟아질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순천 외에도 전국 항만에서 밀항업자를 상대로 정보 수집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궁지에 몰린 유씨 부자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린다.

고령을 감안하면 유씨가 장기간 도피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유씨를 '숭배'하는 구원파 신도들의 도움이 계속될 경우 도주 행각은 예상 외로 길어질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이재옥(49)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 등 구원파 신도 7명은 이미 범인은닉·도피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이들 중 일부는 "예수를 배신한 유다가 되기 싫다"며 유씨 소재에 대한 단서 제공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o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4/05/27 17:1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