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시아·수니·쿠르드지역으로 '세동강' 위기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이라크가 수니파 중심의 서북부와 쿠르드족의 동북부, 시아파 중심의 중남부 지역으로 세 동강 날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이라크에서의 득세에 그치지 않고 중동 지도를 재편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서방언론은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가 동부의 주요 유전도시 키르쿠크를 장악했다는 점을 부각해 보도했다.

KRG의 자체 정예군 조직인 페쉬메르가는 12일 ISIL의 진격으로 정부군이 도주한 틈을 타 자치지역 바깥의 키르쿠크에 진출, 장악에 성공했다.

석유가 풍부한 키르쿠크 지역은 쿠르드인과 아랍인, 투르크멘인 등 민족 간 대립 격화 가능성이 커 이라크의 '화약고'로 불려왔다.

쿠르드 정부는 사담 후세인이 축출된 후인 2005년 자치권을 획득했으며 이후 주변지역 석유 통제권을 두고 중앙정부와 대립해왔다. 한국의 자이툰 부대가 2004년부터 4년여간 파병된 곳이 쿠르드 자치지역의 수도 아르빌이기도 하다.

쿠르드족 국회의원인 쇼레쉬 하지는 NYT에 "쿠르드 지도부가 이런 황금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면서 "(ISIL에 장악된) 모술에는 매우 안된 상황이지만 역사는 우리에게 우리 영토를 되찾을 한 두 차례의 기회만 줄 뿐이고 이번은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미 지난달 승인 없는 독자적 원유 수출로 중앙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KRG는 이번 키르쿠크 장악을 계기로 영토 확대를 꾀하는 모양새다.

쿠르드군 페쉬메르가는 이날 ISIL이 추가 장악한 동부 디얄라주(州) 자라우라 및 사디야 마을에도 병력을 배치, 쿠르드 자치지역을 벗어난 지역의 분쟁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수니파 ISIL과 시아파 누리 알말리키 총리 주도의 중앙정부 간 충돌에는 시아파 이슬람의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이 합세해 대결 구도가 더욱 명확해졌다.

WSJ는 이란이 혁명수비대 산하 정예부대인 쿠드스 병력을 이라크에 배치해 ISIL과 교전을 벌이는 정부군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또 이라크와의 국경지역에 병력을 배치하고 ISIL이 100㎞ 반경에 접근하면 폭격하겠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란은 이라크와 1980년대 8년간 전쟁을 벌여 역사적 숙적 관계지만 현재 양국 모두 시아파 정권이 들어서 있어 유대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이렇게 이라크가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 지역으로 삼분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ISIL이 이라크를 넘어 중동 지도를 재편하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WSJ가 보도했다.

WSJ는 "ISIL은 이라크와 시리아에만 위협이 되는 게 아니다"라며 "ISIL은 시리아의 지중해 연안부터 이라크까지 7∼8세기 (이슬람 수장) 칼리프가 지배하던 지역에 단일한 급진 이슬람 국가를 세우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nari@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4/06/13 16:2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