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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두달…아픔 속 가족애·안전의식 쑥↑

송고시간2014-06-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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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안돼'…안전불감증·관피아 부패 척결 목소리 고조

한달 늦은 어린이날 행사…안전체험
한달 늦은 어린이날 행사…안전체험

한달 늦은 어린이날 행사…안전체험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안전은 모두의 화두가 됐다. 안전 공약이 홍수를 이뤘던 선거까지 거치면서 모두의 뇌리에 안전의식이 깊이 박혔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무기 연기된 어린이날 행사를 대신하는 '부산어린이 한마당'이 지난 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야외광장에서 열렸다. 어린이가 부산소방본부가 마련한 비상탈출 장비를 체험하고 있다. 2014.6.14
ccho@yna.co.kr

(전국종합=연합뉴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6일로 두 달을 맞는 가운데 우리 사회는 세월호가 던진 엄중한 과제 앞에 서 있다.

세월호의 아픔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시민들은 애써 슬픔을 억누른 채 한층 도타워진 가족애와 일상에 만족할 줄 아는 자족분위기, 안전을 강조하고 우선시하는 달라진 풍토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관피아' 등 공직사회 병폐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는 가운데 시민들은 이번 슬픔을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 더 커진 '가족 사랑' = 세월호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무엇보다 가족애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되도록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는 세태가 형성됐다.

인천시 남구 박모(43·여)씨는 "큰 위기나 사고 없는 하루하루에 만족한다. 가족이 건강하게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달라진 안전 의식을 강조했다.

사고 이후 중학생 자녀 2명에게 공부하라고 닦달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청주의 김모(44)씨는 지금도 공부 얘기는 입 밖에 내지 않고 있다.

다람쥐 쳇바퀴 같고, 별 볼일 없다고 푸념하던 자기 일상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각자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충북의 자살자는 72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02명)보다 30% 준 것이다.

◇ 첫째도, 둘째도 안전…"안전불감증 노(NO)!" = 안전은 모두의 화두가 됐다. 안전 공약이 홍수를 이뤘던 선거까지 거치면서 모두의 뇌리에 안전의식이 깊이 박혔다.

비행기나 유람선, 극장에서도 비상탈출 설명을 허투루 듣지 않는다. 고속·시외버스를 타면 안전띠부터 찾는다.

울산시 울주군 범서초등학교는 단순한 수영강습을 넘어 물놀이 안전수칙 등을 교육하고 있다. 해상 조난이나 선박 사고 시 대피요령도 알려준다.

돌아온 치어리더
돌아온 치어리더

(창원=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프로야구는 치어리더 율동 등 자제했던 열띤 응원전을 재개했다. 프로야구 NC-한화전이 열린 지난 13일 오후 마산야구장에서 NC 치어리더 김연정 등이 음악에 맞춰 화려한 춤을 선보이고 있다. 2014.6.13
choi21@yna.co.kr

울산 남부소방서는 "재난 발생 시 대피요령 등을 강의해 달라는 유치원, 어린이집, 아동센터 등의 문의 전화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한 소방관은 "작은 아파트 화재라도 대피 방송에 따르는 주민들이 확연히 늘었다"고 강조했다. 세월호라는 '예방주사'를 맞은 결과다.

◇ '이것은 고쳐야'…곳곳에 도사린 안전불감증 = 안전을 외치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다중이용시설의 비상시설 관리는 여전히 미흡하다.

지하상가와 전통시장 등을 보면 비상등과 비상벨, 소화전이 상품에 가려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방화 셔터를 옷 진열대로 쓰기도 한다.

춘천의 한 소방관은 "비상시설이 가려져 있으면 응급 상황 시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시내버스와 택시, 대형차량의 난폭·불법운전은 승객과 선량한 운전자들을 사고 위험으로 내몰기도 한다.

대중교통 승무원과 승객 간 불신의 장벽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지난 10일 부산에서 도시철도 1호선 전동차가 정전사고로 선로 위에 멈춰섰을 때 승객 300여명이 '밖은 위험하니 나가지 말라'는 기관사의 안내방송을 무시하고 차 문을 열어 탈출했다.

승객을 버린 세월호 승조원들을 보며 '내 안전을 책임질 사람은 나 밖에 없다'는 자위의식이 확산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 상가·축제 서서히 '기지개'…청소년 수련시설은 '울상' = 직장인들이 국민적 애도 분위기 속에 회식을 회피하며 경영난에 빠졌던 식당가는 최근 조금씩 생기를 되찾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경남도지회 측은 "세월호 참사 후 각종 행사와 회식이 취소돼 업체마다 평균 30% 이상 매출이 감소했는데 이제 조금씩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골목상권 분위기를 전했다.

프로야구는 치어리더 율동 등 자제했던 열띤 응원전을 재개했다.

'올스톱'된 지역 축제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청원문화원은 제8회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를 지난 13일 개막했다. 옛 농경문화를 재현하는 증평의 들노래 축제도 열렸다.

'대천해수욕장 개장 인파'
'대천해수욕장 개장 인파'

(보령=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후 가족애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되도록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는 세태가 형성됐다. 지난 14일 서해안 최대 규모의 해수욕장인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이 개장한 가운데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해변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14.6.14 << 보령시 >>
kjunho@yna.co.kr

잔뜩 움츠러들었던 바닷가도 활기를 띠고 있다. 보령 대천해수욕장은 샤워장과 야영장 정비 등 피서객 맞이 준비를 끝내고 지난 14일 개장했다.

청소년수련시설은 아직 주름살을 펴지 못하고 있다. 경기 화성의 H테마파크만 해도 매년 4∼6월 한 달 평균 3천∼4천명으로 북적거렸지만, 세월호 사고 여파로 청소년 수학여행이 전면 취소되거나 보류되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미 7억원의 운영손실이 발생했고, 수련원 직원 40명 가운데 절반인 2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포천의 H청소년 수련원은 지난달 26일 아예 문을 닫았다. 휴업신청을 한 전국의 청소년수련원·유스호스텔도 적지 않다.

'수학여행 성지' 제주도도 올해만큼은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 "시민 참여의식 높아졌다" =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내재해 있던 모순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제 시민들은 이런 암적 모순을 더는 남의 일로 여기지 않는다. 사회 참여 의식이 높아졌다.

세상일에 무관심했던 30, 40대 여성들이 '앵그리 맘'으로 돌변하고, 모든 계층이 정부의 무능과 안일한 대처를 한목소리로 질타한 데서 읽을 수 있다.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날카로워졌다.

'관피아' 등 공직사회 병폐를 즉시 개혁하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도 비판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대다수 시민은 사회문제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꿔 나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최윤정 충북·청주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들이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고 있다. 시민의식이 변화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박재천 김근주 김영만 최해민 배상희 변지철 이재림 이재현 김진방 민영규 기자)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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