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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경제활동 기업문화…유병언 돈줄은 신도 헌금

송고시간2014-06-1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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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유씨 교회 헌금으로 계열사 인수·사업 확장" 유씨 일가 4명 소득 1999∼작년 576억, 사치·호화 생활

유병언 회장과 장남 유대균 검거를 지원하기 위한 임시반상회 모습. (연합뉴스 DB)

유병언 회장과 장남 유대균 검거를 지원하기 위한 임시반상회 모습. (연합뉴스 DB)

(인천=연합뉴스) 박대한 손현규 기자 =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의 측근 8명에 대한 첫 재판에서 유씨 일가와 계열사의 폐쇄적이고 비정상적인 기업 문화가 드러났다.

종교와 경제활동의 일치에 바탕을 둔 기업 문화가 유씨 일가 비리의 뿌리 역할을 하면서 결국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16일 첫 재판에서 송국빈(62) 다판다 대표 등 피고인 8명에 대한 공소사실을 열거하기 전 이례적으로 유씨 일가 계열사의 부조리한 기업 문화 등에 대해 10분 넘게 설명했다.

이진호 검사는 "유병언은 한국평신도복음선교회를 세운 후 자신의 장인이 이끌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조직을 합병했다"면서 "이후 수십 년 간 신도들에 대한 강력한 권위를 보유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유씨 일가 계열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신앙생활과 경제활동의 일치"라며 "신도 헌금은 교회 단위에서 관리한 게 아니라 한 곳으로 모여 관리되면서 계열사 인수나 사업 확장에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유씨가 신도들에 대한 종교적 권위를 내세워 신도들의 헌금을 주머니 속 쌈짓돈 마냥 기업 운영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992년 오대양 사건 재수사 이후 상습사기 혐의로 유씨를 기소하면서 '자신을 맹종하는 신도들을 이용하고 종교를 빙자한 사기극을 벌인 인물'로 규정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유씨가 '네 것과 내 것의 구분없이 사는' 이른바 '통용생활'을 설파하면서 신도들의 사채나 헌금을 가로챈 것으로 봤다.

검찰은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유씨를 자신을 믿는 신도들을 울린 '거짓 종교 지도자'로 판단했다.

유병언 측근 8명 첫 재판 열린 인천지방법원
유병언 측근 8명 첫 재판 열린 인천지방법원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송국빈 다판다 대표 등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측근 8명의 첫 재판이 열린 16일 오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법원 413호 대법정에 방청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전국적인 구원파 교회 조직은 유씨에 이끌려 계열사 제품 판매통로로 이용됐다. 신도들에게 계열사 사장과 주요 임원을 맡기면서 교회 안에서의 자신의 영향력을 기업으로 확장했다.

이 같은 특수성으로 인해 유씨는 각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고 지분 하나 없이 사실상 그룹 총수의 지위를 누렸다.

이 검사는 "유씨는 모든 계열사 의사 결정 과정의 정점에 있으며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와 김동환(48)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 등을 통해 권한을 행사했다"며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은 유씨가 돈을 달라는 요구를 하면 거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유씨 일가 계열사의 비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로 인해 이사회나 감사가 실질적인 감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외부 감사마저 구원파 신도를 앉혀 사실상 유씨의 경영권 행사에 대한 제동 장치는 전무했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이를 바탕으로 유씨 일가는 고급주택, 외제차, 해외 부동산 등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사치스런 생활을 누렸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세무당국에 신고된 유씨 일가 4명의 소득은 576억원에 달한다.

이 검사는 "유씨 일가는 지극히 호화로운 생활을 했으며 (돈을 모은 과정은) 사실상 착취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같은 유씨 일가와 측근의 경영비리가 계열사 중 하나인 청해진해운의 부실 경영에 영향을 끼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고 보고 끝까지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pdhis959@yna.co.kr,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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