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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사봉공하지마! 죗값을 치러"…'골든크로스' 정의를 묻다

송고시간2014-06-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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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10.1%로 19일 종영…괴물 서동하 캐릭터로 방점 찍어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하지마! 멸사봉공(滅私奉公) 하지마! 너 같은 놈은 죗값을 치러야해!"

능력있는 자는 죄를 눈감아주고 다시 일할 기회를 주는 게 '대의'일까. 성장과 발전의 열매만 크고 달다면 그 과정에서 드리워진 그늘은 사뿐히 즈려밟아도 될까.

KBS 2TV 수목극 '골든크로스'가 정의를 물으며 지난 19일 막을 내렸다.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게 벌써 4년 전이고, 드라마 '추적자'의 메시지가 파란을 일으킨 것도 2년 전이다. 하지만 2014년 6월에도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정의는 기다림의 대상인 듯 하다.

"멸사봉공하지마! 죗값을 치러"…'골든크로스' 정의를 묻다 - 2

'골든크로스' 역시 마지막까지 과연 이 땅에 정의는 있는가에 물음표를 찍었다. 성마른 시청자는 마지막회에서 주인공 강도윤(김강우 분)이 환하게 웃는 클로즈업 신을 보고 채널을 돌렸을 터. 하지만 진짜 마지막 장면은 뒤에 숨어 있었다. '불사신' 서동하(정보석)가 감옥에서 출소한 뒤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조직은 해체됐지만 라인만 살아있으면 언제든 다시 모일 수 있지"라며 회심의 사악한 미소를 짓는다. 이 장면에는 '몇년 뒤'라는 자막 설명이 붙었다.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고, 불공정한 것들이 시정되는 사회를 우리는 바라지만 기득권은 난공불락이고, 해묵은 병폐는 더욱 단단해지며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슬로건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골든크로스'는 고발했다.

'추적자'에 비해 화제성도 떨어지고 시청률도 낮았지만 '골든크로스'는 고위 경제관료 서동하와 그가 속한 대한민국 상위 0.001%들의 비밀조직 골든크로스의 만행을 조명하며 방점을 찍었다.

'골든크로스' 마지막회 시청률은 10.1%. 같은 시간 방송된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11%, MBC '개과천선'은 7.9%였다. 마지막회에서조차 시청률 1위를 차지하지 못했지만 드라마는 한국경제 고도성장이 낳은 괴물 서동하의 섬뜩한 생명력을 보여주며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서동하가 있으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멸사봉공하지마! 죗값을 치러"…'골든크로스' 정의를 묻다 - 3

명석한 두뇌를 발휘하며 고위 경제관료로서 능력발휘를 해온 서동하. 그러나 그는 두 차례 살인, 두 차례 살인미수를 저질렀고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한 민간은행에 '부실은행'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외국펀드에 헐값에 매각함으로써 국가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발뺌하는 데 도가 텄다. 그러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자 자신의 잘못을 눈감아주면 "앞으로 국가를 위해 멸사봉공하는 자세로 일하겠다"고 두 손 모아 빈다. "내가 한국경제를 살릴 사람"이라고 자신 하면서.

서동하의 악행이 언뜻 다분히 극성이 강화된 드라마적 장치로 보이지만, 잘못된 경제정책과 거대 투기세력·자본의 횡포가 어떤 피해를 낳는지 살펴보면 서동하는 개연성이 높은 인물이다. 돈이 사람 목숨마저 좌지우지하는 것을 우리는 익숙하게 보아오지 않았던가.

서동하는 "한 번만 용서해줘"라며 읍소하지만 강도윤은 "용서는 뼈를 깎는 반성을 하는 놈한테 하는 거야"라며 일축한다. 그리고 그에게 멸사봉공할 생각하지 말고 죗값을 달게 받으라고 소리친다.

강도윤도 시청자도 안다. 죗값을 치르는 게 경우에 따라, 사람에 따라 얼마나 상식적이지 않은 일인지.

드라마는 골든크로스의 수장 김재갑(이호재)이 해외로 도피하는 데 성공하고, 살인까지 저질렀음에도 서동하가 '몇년 뒤'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으로 우리사회 기득권, 권력층의 엄연한 실재를 이야기했다.

다만, "손해 보듯 살아라. 입장 바꿔 생각해 봐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새기고 살고 싶었던 강도윤이 '몇년 뒤'에도 같은 모습이기를 바라면서.

'골든크로스' 후속으로는 이준기 주연의 사극 '조선총잡이'가 25일부터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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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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