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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병사 꼬리표는 낙인…그린캠프서 가혹행위

송고시간2014-06-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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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에 나타난 관심병사 관리실태 "도움 요청해도 외면"재판부 "군대 특수성 감안해 건강하게 사회복귀토록 배려해야"

<관심병사 꼬리표는 낙인…그린캠프서 가혹행위> - 1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으로 관심병사 관리의 문제점이 지적되는 가운데 최근 법원 판결문에도 이와 관련된 군대 내 실상이 드러나 있어 주목된다.

관심병사들은 정서불안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고, 군대 적응 프로그램으로 마련한 '그린캠프'에서는 또 다른 가혹 행위를 당했다. 그린캠프는 자살우려자 등 관심병사를 모아 별도로 훈련을 진행하는 곳이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2011년 8월 부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의 경우 주변의 무관심이 화를 불렀다.

2010년 6월 입대한 A씨는 신병교육을 받던 중 조울증 증세가 관찰됐다. B급 관심 훈련병으로 분류된 그는 '그린캠프'에 보내진 뒤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관심병사' 꼬리표는 되레 낙인이 됐다. 동료들은 관심병사인 그를 놀리고 따돌렸다.

전문상담관을 찾아가 "진짜 힘들고 죽고 싶다"고 말했지만, A씨에 대한 현역복무부적합 심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고 도와주지 않는다"는 메모를 남기고 전투화 끈으로 목을 매 자살을 했다.

그의 죽음 후 A씨의 유족이 낸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수원지법 안산지원 민사합의1부(홍용건 부장판사)는 "1억1천7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대 지휘관 및 군간부 등은 상담결과 및 군의관의 진단을 종합해 A씨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며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잘못으로 그가 자살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2010년 7월 군 복무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B씨 사건 판결문에는 '그린캠프'의 운영상 문제점이 드러나 있다.

B씨는 고등학생 시절에 당한 집단 따돌림의 후유증으로 자폐 및 우울증세가 있었다. 2010년 2월 입대를 했지만 동료와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았다. 그런 B씨가 보내진 곳이 '그린캠프'였다.

하지만 캠프에서 B씨는 24시간 감시에 시달려야 했다.

사고 예방이라는 명분으로 창문에는 철창이 설치됐고 건물 출입문은 이중 자물쇠로 봉쇄됐다. 심지어 화장실 문에도 자물쇠가 달렸다.

다른 캠프 참가자들이 떠나고 B씨만 남았을 때는 별도 프로그램 없이 방치되며 폭언을 듣기도 했다.

B씨는 부대로 복귀한 뒤 정신과 치료를 위해 국군수도병원에 들렀다가 건물 6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캠프에서 돌아온지 8일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합의1부(김정숙 부장판사)는 이 같은 사실을 인정, "국가는 1억5천5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와 B씨의 사건을 각각 심리한 두 재판부는 군대 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해 장병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재판부는 "일반 사회와 달리 엄격한 규율과 집단행동이 중시되는 군대 사회에서는 장병 개인이 체감하는 정신·신체적 고통이 일반사회의 그것과 크게 다르므로 장병이 건강한 상태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충분한 배려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러한 조치를 게을리 한 것은 장병 건강을 위한 보호 및 배려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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