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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영동선서 열차 충돌…1명 사망, 중경상 91명(종합3보)

송고시간2014-07-22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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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 "안내방송 없이 무방비 상태서 사고"…노약자 피해 커목격자 "크고 긴 경적 소리 이후 '꽝∼'"…국토부 '심각' 발령

열차 충돌 부분
열차 충돌 부분

(태백=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22일 오후 강원 태백시 상장동 모 아파트 뒤쪽 태백역∼문곡역 사이 철길에서 영동선 여객 열차끼리 충돌해 탈선했다. 사고 현장 모습.

(태백=연합뉴스) 유형재·배연호·이재현·김윤구 기자 = 강원 태백에서 관광열차와 여객열차가 충돌해 탈선하면서 승객 1명이 숨지고 91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났다.

열차 선로가 하나뿐인 단선 구간에서 발생한 이날 사고는 아무런 안내방송 없이 무방비로 사고가 난 탓에 노약자의 인명 피해가 컸다.

◇ 사고 발생·인명피해

사고는 22일 오후 5시53분께 강원 태백시 상장동 모 아파트 뒤쪽 태백역∼문곡역 사이 단선 구간에서 발생했다.

당시 문곡역을 통과한 제천발 서울행 'O트레인' 관광열차가 정차 중이던 청량리발 강릉행 무궁화호 여객열차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관광열차 1량과 여객열차 1량이 각각 탈선해 승객 박모(77·여·경기 안산시)씨가 숨지고 91명이 중경상을 입어 태백지역 3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이 가운데 4명은 크게 다쳤고 나머지 경상자 87명 중 52명은 병원 치료 후 귀가했다.

충돌 열차 복구작업
충돌 열차 복구작업

(태백=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22일 오후 강원 태백시 상장동 모 아파트 뒤쪽 태백역∼문곡역 사이 철길에서 영동선 여객 열차끼리 충돌해 탈선했다. 관계자들이 사고 열차에서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사고 당시 관광열차에는 승객 39명과 승무원 4명, 여객열차에는 승객 63명과 승무원 4명 등 모두 110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직후 119 등이 현장에 출동해 부상자 구조 작업을 벌였으며, 상당수 승객은 충돌 당시 굉음에 놀라 승무원 등의 도움으로 열차 밖으로 탈출했다.

◇ 안내방송도 없이 무방비 상태서 '꽝'

청량리발 강릉행 여객열차는 정차역인 태백역을 출발한 지 30여 초 만에 사고가 났다.

당시 승무원 등의 안내 방송도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로 노약자 등의 피해가 컸다.

승객 박모(24·여·동해시)씨는 "열차가 태백역을 출발해 잠이 들려는 순간 '쿵'하고 충돌해 깜짝 놀랐다"며 "사고 전·후 안내방송은 전혀 없었고, 승무원들이 도와줘 겨우 열차를 탈출할 수 있었다"고 다급했던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승객 박모(20·전남 광주시)씨도 "열차가 출발한 지 얼마 안 돼서 '쿵'하고 충돌했다"며 "갑작스러운 사고에 당황해 하고 있을 때 승무원의 유도로 탈출했다"고 설명했다.

태백 영동선서 열차 충돌…1명 사망, 중경상 91명(종합3보) - 3

사고가 난 곳은 단선 구간으로, 평소 일반 차량 통행이 잦고 아파트가 밀집한 곳이다.

사고 현장에서 15m가량 떨어진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평소에는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가면서 '따릉∼따릉∼'소리가 났는데, 사고 당시에는 엄청나게 크고 긴 경적 소리가 들리더니 쇠끼리 부딪히는 굉음이 들리고서 연기가 났다"고 "사고 현장을 살펴보니 두 개 열차의 앞부분이 크게 파손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45·여)씨는 "철길 바로 건너편 도로에 서 있었는데, 아주 크고 긴 경적소리에 이어 굉음이 들렸다. 소리가 난 쪽을 살펴보니 방음벽 사이 바로 앞에서 열차끼리 충돌해 있었다"며 "그 순간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아이를 업고서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 사고 왜 났나…"교차 교행 규칙 안 지킨 탓"

단선 구간에서 발생한 이번 열차 충돌사고는 열차가 한 대씩 교대로 지나가야 하는 이른바 '교차 교행 규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고 당시 태백역을 출발해 강릉역으로 향하던 여객열차는 문곡역 진입을 앞두고 정차해 있었다.

또 맞은 편인 서울 방면으로 향하던 관광열차는 문곡역에서 정차 후 여객열차를 보내고서 출발하기로 돼 있었다.

국토부, 여객열차 충돌 사고수습본부 설치
국토부, 여객열차 충돌 사고수습본부 설치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2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 설치된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관계자들이 피해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열차는 이러한 교행 규칙을 지키지 않은 채 문곡역에서 서지 않고 그대로 운행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코레일 측은 보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의 한 관계자는 "두 개의 열차가 문곡역에서 정상적으로 교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관광열차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정거장에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운행해 정거장 밖에서 기다리던 무궁화호 열차와 충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광원 국토부 철도관제팀장은 "기관사가 신호를 잘못 봤을 수도 있고 신호가 잘못돼 있었을 수도 있다"며 "기관사의 실수가 아니면 신호 체계의 오류로 보인다"고 밝혔다.

◇ 사고 수습…최연혜 코레일 사장 "참담한 심정"

국토교통부는 사고 직후 중앙사고 수습본부를 설치하고, 안전감독관 5명과 철도 경찰을 사고 현장으로 파견했다.

이 사고로 이 구간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으며, 밤사이 복구작업을 거쳐 이르면 오는 23일 오전에야 운행이 재개될 전망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내일 오전 9시까지 복귀를 마무리할 계획이며, 후속 열차들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복구에 온 힘을 쏟겠다"며 "사고가 시스템의 오류인지 실수인지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열차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사상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고, 최선을 다해 복구작업하는 등 조속히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이어지는 4단계 위기 대응 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을 발령하고 사고 대응에 나섰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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