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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사체, 유병언 확인에 왜 40일이나 걸렸나(종합)

송고시간2014-07-2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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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로 분석했고 모계 분석도 해서 시간 많이 소요"

유병언 추정 변사체 발견장소
유병언 추정 변사체 발견장소

(순천=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22일 오전 경찰의 DNA 감식결과 유병언으로 추정된 변사체가 지난달 12일 발견된 전남 순천시 서면 신촌리의 모 야산 밑 밭에서 변사체를 처음 발견한 마을 주민이 아직 현장에 남아있는 변사체의 머리카락과 뼈조각을 가리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세월호 참사의 장본인으로 지목돼 수사당국의 대대적인 추적을 받아 온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한 달 열흘 전에 발견된 변사체와 동일인임이 밝혀짐에 따라 시신 확인에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유전자 분석에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상대적으로 긴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는 뼈를 토대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형 병일씨와 형제 관계인지 확인하기 위해 시신과 병일씨가 동일 모계인지 확인하는 데 필요한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에도 적잖은 시간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뼈가 아닌 시신에 남아 있는 근육을 채취해 하루 만에 유전자 정보를 확인해 경찰의 설명을 무색하게 했다.

◇ 경찰 "뼈로 분석… 중복 확인에 시간 많이 걸렸다"

22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의 부검을 맡은 민간인 촉탁 의사는 시신이 심각하게 부패함에 따라 머리카락과 대퇴부 뼈를 국과수에 보내 유전자 감정을 의뢰했다.

우선 두 샘플 중 대퇴부 뼈의 유전자 정보가 검경이 송치재 별장과 안성 금수원에서 확보한 유전자와 일치한 사실이 확인됐다. 두 유전자는 유씨의 것일 가능성이 컸다.

뼈나 머리카락이나 유전자를 분석하는 데 질적인 차이는 전혀 없다.

하지만 머리카락을 통한 신원 확인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머리카락의 모근이 살아 있어야 하는데 부패가 심해 모근이 상했다면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부패가 많이 진행된 변사자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할 때는 보통 성공률이 좋은 뼈를 이용하고 있는데, 뼈는 전처리 과정이 필요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은 추가 확인을 위해 형 병일씨와 시신이 형제 관계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을 하느라 다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송치재 별장이나 금수원에서 나온 유전자가 유씨의 것이 아닌 제삼자의 것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특히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동일 모계를 확인하는 데 유용한 유전자다.

서울과학수사연구소 앞 경찰 경계근무
서울과학수사연구소 앞 경찰 경계근무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2일 오전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실린 앰뷸런스가 들어간 서울 양천구 신월동 서울과학수사연구소 앞에서 경찰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남자의 정자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는 난자와 수정될 때 떨어져 나가 남성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자손에게 유전되지 않기에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은 동일 모계를 확인하는데 주로 쓰인다.

이에 대해 한 법의학 전문가는 "유전자를 분석할 때 검사 항목이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는데 미토콘드리아는 그중 하나일 뿐"이라며 "미토콘드리아는 오래된 시료에서도 검사가 잘 되고 모계 관계를 확인하는데 좋지만 '이 사람이다'라고 단정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미토콘드리아 분석 결과는 100% 확정적으로 결과를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중복 체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2일 새벽까지 '이 변사체가 유씨로 추정된다'고만 밝혀 언론보도에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유전자 분석 결과를 받았을 때도 유씨의 것으로 추정된다고밖에 할 수 없었지만 시신에서 유씨의 지문이 검색된 이후에는 유씨가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기술 문제 때문에 그렇게 늦어졌을까

경찰의 과학적 해명에도 불구하고 신원 확인이 지나치게 늦어진 것은 변사체를 처음 발견한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기 때문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국과수는 시신의 근육을 채취해 하루만에 유전자 분석을 끝냈다.

경찰의 위탁을 받아 변사체의 부검을 처음 했던 민간 의사는 시신의 부패가 많이 진행됐다는 이유로 분석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뼈를 떼어내 유전자 분석을 의뢰했다.

스쿠알렌 병 등 변사체와 함께 발견된 유류품이 유씨의 것일 수 있다는 강력한 정황증거가 있음에도 경찰은 단순 변사 사건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시신의 유전자 분석을 서두를 수도 없었다.

검찰과 경찰이 시신과 대조를 한 유전자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증폭됐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유씨 관련 유전자를 검찰과 경찰이 각기 관리해 정보 공유가 늦어져 변사체 신원 확인에도 시간이 허비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스러운 시선도 쏠리고 있다.

그동안 유씨 추적과 관련한 정보를 원만하게 교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경찰청 관계자는 "이들 유전자 정보는 모두 경찰이 아니라 검찰이 가진 정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지검 관계자는 "금수원에서 확보한 것과 형 병일씨의 유전자는 검찰이 확보해 대검에서 관리했지만 송치재 별장에서 나온 유전자는 경찰이 갖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경찰의 한 감식과 관계자는 "뼈의 유전자를 분석할 때 준비할 것이 많아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관건은 샘플들을 빨리 찾아 비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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