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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끝까지 잡겠다'던 최재경 지검장 사표 '왜'

송고시간2014-07-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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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 코 앞서 놓친 뼈아픈 실책 23일 공개 뒤 결심한 듯'혼자 책임지겠다' 의지 보였지만 추가 문책 가능성 높아

출근하는 최재경 인천지검장
출근하는 최재경 인천지검장

(서울=연합뉴스)=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24일 오전 인천지검에 출근하고 있다. 최 지검장은 도피 중 사망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과 관련, 검찰의 부실 수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뉴스Y 제공)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최재경(51) 인천지검장의 사표 제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 지검장은 도피 중 사망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 수사와 관련, 검경의 문책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검찰 부실에 책임을 지고 24일 전격적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최 지검장은 불과 이달 초까지도 "도피 중인 유씨 부자를 끝까지 검거하겠다"며 "지켜봐 달라"고 의지를 보였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지난 4월 검찰 내 특수통인 최 지검장을 믿고 그가 수장으로 있는 인천지검에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수사를 맡겼다.

최 지검장을 비롯한 인천지검 수사팀은 지난 4월 20일 수사 착수 이후 유씨 도피가 장기화할 기미가 보이자 지난 5월 18일부터는 밤샘근무까지 자청했다. 반드시 유씨를 검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유씨가 이미 6월 12일 순천의 한 매실 밭에서 숨진 사실이 22일 오전 최종 확인되며 상황은 급반전됐다.

더구나 전날 유씨 사망 사실을 모른 채 유효기간 만료를 앞둔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재청구, 검찰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결과적으로 6월 12일 이후 40일 간 사상 최대의 검경 인력이 동원돼 '유씨 유령'을 쫓은, 볼썽 사나운 꼴이 됐기 때문이다.

경찰관으로부터 변사 보고서를 받은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는 제대로 유류품을 확인하지 않아 40일 넘게 수사력을 낭비했다는 호된 비판을 받고 현재 대검 감찰을 받고 있다.

최 지검장이 사퇴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23일 오후 언론 브리핑 이후 여론이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이날 브리핑을 자청했다.

유씨 추적 관련 언론 보도가 수사에 방해가 된다며 매일 열던 언론 브리핑을 6월 5일 돌연 중단한 상황이어서 뜻밖이었다.

인천지검은 1시간여 동안 진행된 브리핑에서 많은 시간을 그동안의 수사 노력과 구원파 신도의 조직적인 방해 등 수사 어려움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 25일 순천 별장 압수수색 당시 유씨가 별장 내부 비밀공간에 숨어 있었는데도 놓친 사실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검찰 조직의 흠집을 스스로 드러낸 이례적인 조치였다. 그러나 여론은 냉담했다.

언론은 일제히 검찰이 은신처 압수수색을 부실하게 해 코 앞에서 유씨를 놓쳤다고 보도했고, 비난 여론은 최고조에 달했다.

최 지검장은 언론 브리핑 직후 검찰을 비난하는 여론이 심상치 않자 사의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 지검장은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특별수사팀장인 김회종 인천지검 2차장, 정순신 특수부장, 주영환 외사부장 등 간부 검사 3명이 이날 제출한 사표를 반려했다.

검찰의 부실 수사 책임을 '홀로 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수통으로 불리며 검찰 내부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던 최 지검장은 2012년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과 중앙수사부 존폐, 감찰 문제 등을 놓고 정면 대립하며 사표를 제출했다가 반려된 적이 있다.

대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최 지검장의 사의 표명을 전해 들은) 김진태 총장이 밤새 고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행정절차상 사표가 아직 대검으로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검은 최 지검장의 사표가 접수되는 대로 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최 지검장의 사표 제출을 시작으로 검찰 수뇌부에 대한 문책으로 이어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김무성 대표 주재로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경 수사 지휘 라인의 책임자 문책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검경 내부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문책성 인사가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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