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다 나오기를 바랐는데…'너무 죄송합니다'
송고시간2014-07-28 19:01
희생 단원고생 아버지 2명 팽목항까지 400km 도보 순례29일 사고해역 방문하곤 다음 날 다시 걸어서 단원고로
(진도=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아이들이 다 나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400km를 걸어서 왔는데 너무 죄송합니다."
진도 팽목항에 28일 오후 내내 장맛비가 쏟아졌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비가 그치자 노랑 깃발을 든 30여 명의 도보순례단이 나타났다.
팽목항에는 그동안 간간이 도보 순례단이 찾았다.
그러나 이날 도보 순례단은 의미가 남달랐다. 세월호 사고의 희생자 유족들이 직접 참여했기 때문이다.
단원고 학생 고 이승현, 김웅기군의 아버지들인 이호진, 김학일씨는 지난 8일 단원고를 출발, 20일 동안 400여km를 걸어 이날 마침내 팽목항에 다다랐다.
그동안 피로가 누적되며 한 걸음 한 걸음이 힘들었다.
하지만 3개월여 전 수학여행을 떠난 자신들의 아들이 시신으로 돌아온 슬픈 항구에서 옮기는 발걸음은 더 더욱 무거웠다.
그러면서도 두 아버지는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을 먼저 드러냈다.
김씨는 "20일 동안 걸으면서 제발 모두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기도했는데 너무 죄스럽다"며 "우리의 기도와 노력이 부족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는 "분향소에 있을 때는 사고 원인과 대처에 대해 너무 화가 나서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여기 오면서 아들 시신을 수습해 병원으로 옮기고 화장하고 묻었던 일들이 떠올라 웅기 생각이 더 간절했다"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도보순례를 처음 제안한 이씨도 햇빛에 그을린 피부처럼 까맣게 타버렸을 자식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애써 담담히 전했다.
이씨는 "웅기나 승현이나 우리가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자신들을 생각하는 가족을 보며 웃었을 것"이라며 조용히 먼바다 쪽을 바라봤다.
20일 간 이어진 이들의 도보순례 일정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29일 사고 해역을 방문한 뒤 30일에 온 길을 다시 걸어 돌아간다.
올라가는 도중에 한국을 방문하는 교황을 만나는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이씨는 "많은 분들이 힘을 내도록 기운을 북돋워 주셔서 먼 길을 무사히 올 수 있었다"며 "돌아가는 동안에는 아직 바다에 남아 있는 아이들도 꼭 돌아오고 진상 규명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도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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