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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중 친구구하려던 단원고생에 감동

송고시간2014-07-2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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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연합뉴스) 최종호 류수현 기자 = 세월호가 침몰하던 긴박한 순간 단원고의 한 학급 반장이 오랜 시간 배에 남아 친구들의 탈출을 도운 뒤 간신히 구조된 것으로 전해져 감동을 주고 있다.

29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열린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나선 A양 등 단원고 생존학생에 따르면 이 학교 한 학급 반장 신모(17)군은 사고 당일 3층 놀이방 근처에 서 있다가 흔들리던 배가 한순간에 급격히 기우는 것을 느꼈다.

사람, 짐, 자판기 등이 쏟아지며 놀이방은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일부 승객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창밖으로 컨테이너와 라면 박스 등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본 신군은 곧바로 예삿일이 아니라고 판단, 왼쪽으로 기운 벽면을 타기 위해 신고 있던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맨발로 벽면을 밟고 친구들의 숙소가 몰려 있는 복도까지 이동한 신군은 물이 차오르는 와중에도 각 방을 돌며 방마다 배치된 성인용 8개, 아동용 1개 등 9개의 구명조끼를 복도로 챙겨 나오는 일을 반복했다.

신군은 이후에도 우측갑판으로 대피한 일반인 승객들이 복도로 내려준 구명줄을 학생들에게 묶어주는 등 배가 기울기 시작한 때부터 30여 분간 배에 남아 친구들의 탈출을 도왔다.

증인으로 출석한 신군은 "내가 마지막으로 줄을 타고 갑판으로 올라가 구조됐는데 복도에 남은 친구가 있을까봐 올라가면서 출입문이 있는 놀이방으로 가라고 복도를 향해 소리쳤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출입문이 가까운 놀이방 쪽에 있었으면서 왜 복도로 향했냐는 검사 질문에는 "방에 있던 친구들은 창밖을 보지 않는 한 급박한 상황을 알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랬다"고 대답했다.

신군이 건네준 구명조끼를 입고 구조된 A양은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방송을 듣지 못했는데 반장이 방을 하나하나 돌아다니며 구명조끼를 꺼내온 뒤 친구들에게 줬다"고 증언했다.

신군의 용감한 행동에 검사는 인명구조에 대한 전문적 교육을 받았는지 물어보며 놀라워했고 피고인인 승무원들의 변호인도 "용감한 친구"라며 감탄했다.

신군은 "승객을 버리고 먼저 달아난 승무원들을 가감 없이 처벌해달라"면서도 "우리를 향한 안타까운 눈빛을 평생 끌고 갈까 두려워 사고 이전처럼 평범하게 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신군의 증인신문을 마치며 "용감한 행동으로 친구들을 많이 구했는데 앞으로 자부심을 많이 가져달라"며 경의를 표했다.

한편 전날 재판에서는 사고 당시 침착한 대응으로 친구들을 이끈 뒤 자신은 미처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다른 학급 반장인 한 여학생의 사연이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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