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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풍자 그림 전시 불허에 예술인 반발 '확산'

송고시간2014-08-0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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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대통령 풍자 그림 수정 요구 이어 전시 불허 방침예술인 "표현의 자유 침해"…비엔날레 특별전 '차질' 우려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광주시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을 수정하라고 작가에게 압력을 가한 데 이어 전시 불허 방침마저 세우자 예술인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광주시는 6일 보도자료를 내어 8일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광주정신'전에 선보일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걸개그림에 대해 "비엔날레의 사업계획 목적과 취지에 부적합하다"며 전시를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광주시는 "걸개그림을 공공청사인 시립미술관에 전시하는 것이나 외벽에 게시하는 일체의 행위를 불허할 계획"이라며 "걸개그림의 제작 및 전시, 게시 관련자에 대해 조사를 통해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의 걸개그림은 80년대 대표적인 민중미술작가 홍성담 씨가 지역 작가, 시민과 협업해 그린 '세월오월'로 80년 5월 광주정신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보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월호를 들어 올리는 시민군과 주먹밥 어머니가 그림의 중심을 차지하고 문제가 된 박근혜 대통령의 허수아비 형상은 그림의 좌측에 그려져 있다.

지난달부터 광주에 머물며 지역 작가들과 작업 중인 홍성담 씨는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어렵게 주제를 잡았는데 광주시에서 문제를 삼아 당혹스럽다"며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거침없는 상상력인데 이를 인정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반해 광주시는 정부나 시의 예산을 지원받는 행사인 만큼 시의 입장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 출장 중인 윤장현 광주시장은 "창작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시비가 부담되는 비엔날레 특별전에 정치적 성향의 그림이 걸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광주비엔날레 창설 20주년을 맞아 야심 차게 기획한 특별전이 개막도 하기 전에 '전시 불허'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돼 행사 차질도 우려된다.

특히 이번 '광주정신' 특별전은 1980년대 광주에서 시작된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조명하고 '걸개그림'을 통해 오월 광주가 이뤘던 대동세상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전시가 취소될 경우 국제적인 망신을 살 수도 있다.

지역 미술계의 한 인사는 "비엔날레는 실험정신과 혁신이 생명인데, 현실을 풍자한 작품을 관에서 간섭하고 심지어 전시를 못하게 하는 것은 심각한 횡포"라며 "예술가의 자유로운 정신을 옥죄는 시도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미술인은 "문화수도를 지향한다는 광주시가 작가의 고유 영역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인 발상"이라며 "전시 불허와 책임자 엄벌이라는 구시대적 작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시는 지난해 9월 열린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인공기 문양 작품이 등장하자 철거 소동을 빚었고 광복절 기념식에서는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원들이 체 게바라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합창단장을 징계하려다 철회하기도 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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