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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州서 '정치성향 작품 전시·공연' 잇단 논란

송고시간2014-08-0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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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는 제재 연발…예술계는 "표현·창작의 자유"

홍성담 작 '세월오월'
홍성담 작 '세월오월'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8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민중미술작가인 홍성담(59)씨가 6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매이홀에서 8일부터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선보일 걸개그림 '세월오월'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 야권(野圈) 성향의 도시 광주에서 '정치색'을 띤 예술 작품들로 인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미술작품과 이념색채가 묻어 있는 공연 예술로 인해 거의 매년 한 차례씩 예술적·이념적 파동을 겪고 있다.

광주시는 예산이 소요되는 행사에 정치색 짙은 작품들은 지양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문화·예술계는 표현·창작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반발하는 가운데 소모적 논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매년 등장하는 '정치색깔 예술작품'

1980년대 대표적인 민중미술작가인 홍성담씨는 오는 8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하는 '광주정신'전에 가로 10.5m, 세로 2.5m의 대형 걸개그림인 '세월오월'을 선보인다.

홍씨는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시민군과 대인시장에서 주먹밥을 나눠주던 오월 어머니가 힘차게 세월호를 들어 올리는 장면을 그려넣었다.

홍씨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종'을 받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도 그려 넣었다.

홍씨는 큐레이터와 작품 제작에 참여한 작가들과 논의를 거쳐 박 대통령의 모습을 허수아비로 형상화하고 5월 시민군이 놀라는 모습을 그렸다.

이 작품에는 로봇 물고기가 되어 강을 헤엄치는 이명박 전 대통령, 광주항쟁 당시 시민군으로부터 짓밟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윤창중 전 대변인과 낙마한 문창극 총리 전 후보자의 얼굴도 등장한다.

홍성담 작 '세월오월'
홍성담 작 '세월오월'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8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민중미술작가인 홍성담(59)씨가 6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매이홀에서 8일부터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선보일 걸개그림 '세월오월'을 설명하고 있다.

앞서 홍씨는 지난 2012년 6월 광주시립미술관 개관 20돌 기념전에서 4대강 사업을 비하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삽을 악기 삼아 연주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등이 허수아비 모습으로 등장한다.

지난 2009년 12월에는 광주민족미술인협회와 민족예술인총연합이 5·18 기념문화관에서 연 환경기획전 '江강水원來' 전에서 김병택씨의 '삽질 공화국'이란 작품도 등장했다.

가로 120㎝, 세로 550㎝ 크기의 작품에는 삽 형태의 종이 부조 위에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이 모자이크 형식으로 담겼다.

지난 2013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는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남미 사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공연, 논란이 일기도 했다.

◇ 광주시 "예산소요 행사에 안 된다" 잇단 제재

광주시는 이러한 정치색이 베어 있는 작품들에 대해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시민 시장을 표방하는 윤장현 광주시장은 홍성담씨의 '세월오월' 작품에 대해 "창작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시비가 부담되는 비엔날레 특별전에 정치적 성향의 그림이 걸리는 것은 맞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광주시의 한 관계자는 "세월오월 작품은 그림 일부 내용이 광주비엔날레에서 제시한 사업계획의 목적 및 취지에 부적합하다"며 "걸개그림을 공공청사인 시립미술관에 전시하는 것이나 외벽에 게시하는 일체의 행위를 불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시는 앞서 홍씨가 2012년 4대강 사업을 비하하는 작품을 선보일 때도 철거를 지시했고, 2009년 김병택씨의 '삽질공화국' 작품도 철거를 요구했다.

김병택씨의 설치미술 작품 '삽질 공화국'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병택씨의 설치미술 작품 '삽질 공화국'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과정에서 국정원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광주시는 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체 게바라 티셔츠가 문제가 됐을 때에는 합창단 지휘자를 문책기로 했고, 이후 지휘자는 자진 사퇴했다.

광주시의 한 관계자는 7일 "지자체로서는 정부와 관계도 있고 대통령을 비판하는 작품들이 선보이면 손놓고 구경만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며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문화예술계 '표현·예술자유 침해' 반발…소모적 논쟁도 우려

광주시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문화예술계는 "표현·예술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홍성담씨는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어렵게 주제를 잡았는데 광주시에서 문제를 삼아 당혹스럽다"며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거침없는 상상력인데 이를 인정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미술인들도 "문화수도를 지향한다는 광주시가 작가의 고유 영역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인 발상"이라며 "전시 불허와 책임자 엄벌이라는 구시대적 작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은 체 게바라 티셔츠 논란이 제기될 당시 합창단 지휘자의 중징계를 검토하고 사상적 재단을 하려는 태도는 '문화적 테러'라며 "광주의 한 자치구를 대표하는 공직자로서 부끄럽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손을 보탤 생각"이라고 광주시를 비판했었다.

그러나 광주시 입장을 헤아리고 소모적인 논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계의 원로급 인사는 "특히 문화영역에서 표현의 자유는 금과옥조처럼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에서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 이념의 자유도 어느 정도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의회의 한 관계자는 "시민시장을 표방한 윤장현 시장도 정부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를 이해해주고 관료사회도 문화·예술분야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며 "광주가 정의로운 가치와 함께 실용적인 가치도 추구할 수 있도록 소모적인 논쟁이 확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shch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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