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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화천 여군 중위 사망사건 軍이 진술서 조작"

송고시간2014-08-1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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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 모친 "이성관계 진술 강요…중요 참고인은 조사도 안 해"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4년 전 강원 화천 전방부대에서 상관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당한 여군 중위의 사망 사건을 육군이 재조사에 나선 가운데 당시 군 헌병대가 진술을 조작해 이성 문제로 말미암은 자살로 결론 내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 중위의 어머니 강모(56)씨는 1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2010년 3월 20일 화천 전방부대 인근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심 중위 사건에 대한 군 헌병대의 수사는 엉터리였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군 헌병대는 부대 내 이성관계 문제로 딸이 자살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딸은 휴가 나올 때마다 부대 상관 때문에 괴롭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오죽하면 '죽이고 싶다'고 했겠나"라며 "딸은 이성 문제가 아니라 상관의 지속적인 괴롭힘 등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강씨는 4년 전 군 헌병대의 수사가 엉터리로 마무리된 탓에 딸을 괴롭힌 상관 A(45) 소령은 '구두 경고'라는 면죄부를 받았고, 그 결과 인천의 또 다른 부대에서 여군들이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군 헌병대에서 심 중위의 자살 동기를 이성관계로 몰아가려고 진술을 조작했다는 구체적 근거에 대해 강씨는 "당시 부대 내 남자친구였던 병사의 진술이 두 차례 있었는데 딸이 사망하고 나서는 이성 문제가 주를 이뤘다"며 "하지만 군 헌병대가 시키는 대로 진술서를 썼다는 말을 나중에 그 병사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강씨는 "딸이 사망하고서 6개월간의 통화내역 확인결과 A 소령이 딸에게 560여 건의 문자메시지와 500여 차례의 전화통화를 했다"며 "심지어 2009년 8월에는 딸에게 휴대전화를 끄도록 한 뒤 단둘이 밤을 지새우도록 강요받은 사실을 나중에 딸이 울면서 토로하기도 했는데 군 헌병대 조사에서는 모두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소대장이던 딸이 대대장이던 A 소령으로부터 지속적인 모멸감과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중대장이 잘 알고 있었는데, 군 헌병대 조사에서는 중대장의 진술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중대장에게 진술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안다"고 토로했다.

A 소령이 주말과 휴일에 심 중위와 함께 등산을 자주 했으며, 심지어 A 소령이 심 중위에게 '장기 복무 선발과 관련해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애원하라'는 말도 한 것을 육군에서도 확인했다.

결국, 당시 심 중위 사망사건을 수사한 군 헌병대는 A 소령이 심 중위에 대한 지속적인 괴롭힘과 성 군기 위반 부분은 축소한 채 이성 문제만 부각시켜 사건을 종결지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 육군은 심 중위의 사망 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나선 가운데 지난 13일 심 중위의 어머니인 강씨를 대구의 모처에서 만나 심층 면담을 했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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