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교황방한> 의자 필요없다…소탈한 행보 이어가

송고시간2014-08-16 18:05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장애인 꼭 껴안고 입맞춤…아이들만 보면 차 세워 강복담백한 치아바타빵 등 식사도 소박해

<교황방한> 음성 꽃동네 방문
<교황방한> 음성 꽃동네 방문

(음성 사진공동취재단 =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충북 음성군 꽃동네를 방문해 신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4.8.16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이상현 기자 = 미리 준비된 의자에 앉지도 않았다. 올해 79세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장애인과 함께하는 50여 분의 시간 내내 서 있었지만 피곤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눈빛만으로 따뜻함이 전해졌다.

격식을 따지지 않는 교황의 소탈하고 겸손한 행보가 사흘째 이어지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물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사흘째인 16일 오후 충북 음성에 자리잡은 꽃동네 희망의 집을 찾아 인자하고 따뜻한 눈길로 장애인 한명 한명의 머리를 쓰다듬고 입을 맞췄다.

강당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으라는 꽃동네 측의 거듭된 권유에도 의자에 앉지 않은 교황은 장애아동이 건넨 화환을 목에 건 채 따뜻한 눈길로 이들을 둘러봤다.

다소 서툴지만 정성껏 율동 공연을 준비한 장애 아동들을 꼭 껴안아줬고, 손가락을 빨고 있던 갓난아기의 입에는 자신의 손가락을 넣어 주기도 했다.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그려 보이기도 했다.

두 손을 전혀 쓰지 못하는 김인자(74)씨가 발가락으로 접은 종이학과 하반신을 전혀 쓰지 못하는 여성 장애인이 한땀 한땀 떠서 만든 자수 초상화를 선물 받고는 얼굴을 쓰다듬으며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교황은 앞서 희망의 집 안내를 맡은 수녀와 수사 신부가 건물 입구에서 무릎을 꿇자 일어나라고 손짓을 한 뒤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는 손길도 사흘째 계속됐다.

교황은 앞서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카퍼레이드 도중 세월호 유가족 400여명이 모인 곳에 도착하자 차에서 내려 김유민양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47)씨의 두 손을 맞잡고 아픔을 달랬다.

전날 세월호 유가족으로 구성된 도보 순례단이 전달한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밝힌 교황은 성모 승천대축일 미사(15일)에 이어 이날 광화문 광장 카퍼레이드와 꽃동네 방문 내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가 담긴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고 이들을 기억했다.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하고자 하는 교황의 따뜻함도 계속 됐다.

전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한 카퍼레이드에서 8차례나 차를 멈추게 했던 교황은 이날 한국 순교자 124위 시복식에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30분간의 카퍼레이드에서도 10여 차례 차를 세웠다. 꽃동네에서는 13번가량 차를 세워 500m를 진행하는데 10분이 넘게 걸렸다.

이는 군중 속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아이들을 발견하고 이들에게 축복을 내려주기 위해서였다. 교황이 가장 환하게 웃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기들은 때로는 깜짝 놀란 듯 울음을 터트렸지만 교황은 이런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인자한 할아버지의 미소를 지으며 아기의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거나 얼굴을 쓰다듬었다. 교황의 경호원들은 아기를 발견하는 즉시 교황에게 데려와 교황을 만나게 해주고 부모에게 데려다주느라 분주했다.

<교황방한> 아이에게 입맞춤하는 교황
<교황방한> 아이에게 입맞춤하는 교황

(서울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 집전에 앞서 카페레이드를 하던 중 아이에게 입맞춤을 하고 있다. 2014.8.16
photo@yna.co.kr

교황은 '용기있게' 카메라나 휴대전화를 들이대는 시민들과도 함께 '셀카'를 찍으며 격의 없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김대건 생가 앞에서는 교황과 손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던 한 시민이 소지품을 바리케이드 바깥으로 떨어뜨리자 직접 허리를 굽혀 물건을 주워주기도 했다.

방한 기간 교황의 '깜짝 행보'도 잇따랐다.

전날 오전 헬기 대신 KTX를 타고 대전으로 향한 교황은 "처음으로 고속전철을 타고 대전을 가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고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가 전했다. 날씨 때문이긴 했지만 더 많은 사람과 만나고 싶어하는 교황의 뜻을 반영한 선택이기도 했다.

이날 솔뫼성지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서는 예정에 없던 예수회 재단의 서강대를 깜짝 방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회 출신 첫 교황이다. 교황은 40분간 예수회 회원 및 학생 100여명과 얘기를 나누고 이들의 활동을 격려했다.

방한 기간 교황의 식사는 검소하고 소박한 평소 성품 그대로였다.

두번의 오찬을 제외하고 모든 식사를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 내 식당에서 먹는 교황의 주식은 담백한 이탈리아식 치아바타와 프랑스식 바게트 빵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국 아르헨티나와 바티칸이 있는 이탈리아의 음식이 연상되는 소박한 메뉴다.

교황청대사관에는 수십년째 매일 400∼500개의 빵을 대전역 노숙자와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는 등 나눔 활동을 벌여오고 있는 대전의 대표 빵집인 성심당에서 구운 빵이 전달됐다.

교황은 15일 세종시 대전가톨릭대에서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자 대표들과 함께한 점심 식사를 하며 참나무숯으로 구운 숯불갈비와 갈비탕을 먹었다. 갈비는 남미의 대표 전통음식 '아사도'(Asado)와 비슷한 방식으로 조리됐다고 한다.

식사에는 빵과 호박전, 동태전, 송이버섯구이, 호박죽, 연어, 잡채 등이 제공됐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교황은 질문을 다 받는 동안 식사를 거의 못하다가 이후 호박죽과 채소, 프로쇼또(햄 요리 일종) 외에 잡채도 몇 숟갈 들었다"고 설명했다.

식기는 전부 교구에서 사용하던 것을 썼고 평소 검소한 생활을 강조해 온 교황의 성품을 고려해 식탁 장식도 한국적인 문양인 '색동'을 포인트로 해 화려하지 않게 꾸며졌다.

오는 17일 충남 서산 해미성지에서 열리는 아시아 주교 오찬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육쪽마늘이 곁들어진 한우 등심구이와 서해 청정 갯벌에서 잡은 낙지로 만든 낙지죽이 나올 예정이다. 육쪽마늘이 들어간 빵도 준비됐다.

앞서 교황은 방한 전세기에서도 동승한 교황 수행단 및 취재 기자단과 동일한 메뉴의 기내식을 먹었다. 샐러드와 라자냐, 쇠고기 버섯찜, 크루아상, 요구르트 등으로 이탈리아 일반 식당에서도 맛볼 수 있는, 평범한 음식이었다.

hanajjang@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