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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재민들 '합동차례'…친지도 복구에 '일손'

송고시간2014-09-0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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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인데…' 고단한 수해 복구
'명절인데…' 고단한 수해 복구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지난달 25일 폭우때 침수피해를 입은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의 한 수재민이 추석날인 8일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수해복구가 늦어져 귀가하지 못한 부산지역 수재민들이 추석을 맞아 8일 합동차례를 올렸다. 명절을 맞아 이들을 방문한 친지들도 복구에 일손을 보탰다.

8일 오전 부산 기장군 국민체육센터 강당.

지난달 25일 기록적인 폭우 때 가옥이 침수된 수재민 80여 명이 머무는 체육센터 한편에 합동 차례상이 차려졌다.

수재민들은 경건한 표정으로 술을 올리고 절을 하며 조상의 음덕을 기렸다. 차례가 끝난 뒤에는 서로를 안고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하기도 했다.

체육관 한쪽에 널브러진 이불과 매트리스, 침수 때 황급히 빠져나오며 다른 옷을 챙기지 못해 꾸깃꾸깃한 옷을 입은 수재민의 모습에서 물난리 이후 생활의 고단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김모(41)씨는 "피해를 보지 않았다면 지금쯤 따끈한 밥 한 공기를 차례상에 올린 뒤, 조카들 재롱에 푹 빠져 있을 때인데 올해는 어린 조카들이 고생할 것 같아 동생 부부에게 오지 말라고 했다"면서 "조상이 돌봐준 덕분에 무사히 빠져나왔다며 위로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육관서 합동 차례 지내는 부산 수재민
체육관서 합동 차례 지내는 부산 수재민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 폭우피해 수재민들이 추석인 8일 기장군 국민체육센터 강당에서 합동차례를 올리고 있다.

이모(76) 할머니는 "오랜 체육관 생활에 몸도 마음도 고단하지만, 조상께 차례를 지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직접 차린 음식은 아니지만 조상께서도 저의 이런 사정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절을 맞아 이들을 방문한 친지들도 복구에 일손을 보탰다.

주방용품과 가재도구를 마당에 널어놓고 새로 닦아내고, 침수로 얼룩덜룩해진 벽지를 긁어내 새 도배를 준비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손자·손녀의 재롱에 모처럼 수재민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났다.

박모(69) 할머니는 "침수 피해 이후 아들네에 가 있다가 명절을 맞아 집에 잠시 왔다"면서 "닦고 쓸고, 아직 복구작업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빨리 복구가 이뤄져 주민들이 낙담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5일 시간당 13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기장군에서는 822가구, 1천54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복구작업을 거쳐 귀가하거나 친척집 등 임시거처로 옮겼지만 82명은 아직 국민체육센터에 머무르며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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