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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이제는 미국>②'꽃보다 포맷'…예능진출 물꼬

송고시간2014-09-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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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할배' NBC방송에 포맷 수출…"국내 최초 美지상파行""기획 단계부터 포맷 판매·리메이크 염두에 둬야"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평균 나이 76세의 '할배'들이 태평양을 건넌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3일 케이블채널 tvN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꽃할배')가 미국의 유수 지상파 채널인 NBC에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꽃할배' 포맷을 사들인 NBC는 내년 상반기 방송을 목표로 배우를 섭외 중이다.

미국판 '꽃할배'의 제목은 '베터 레이트 댄 네버'(Better Late than Never:더 늦기 전에)로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할배'들과 젊은 짐꾼이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담는 '꽃할배'의 기본 구성을 그대로 따를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방송을 목표로 할리우드 스타들을 섭외 중이며, 영화 '버킷 리스트' '헤어 스프레이' '시카고' 등을 만든 미국 유명 프로듀서 크레이그 제이단과 닐 메론 콤비가 제작에 참여한다.

한국 예능프로그램이 미국 지상파 채널에 포맷을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류의 핵심 수출 콘텐츠인 드라마에 비하면 예능의 해외 진출은 아직 미약한 수준. 이번 '꽃할배' 포맷 판매는 한류 예능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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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끼기' 오명 벗고 포맷 수출국으로…美시장 진출 물꼬

한국 예능 프로그램들이 툭하면 '베끼기' 시비에 휘말렸던 것은 그리 먼 과거의 일이 아니다.

공공연하게 외국 예능을 모방했던 제작 관행은 2008~2009년을 기점으로 외국 포맷을 정식으로 수입해 방송하는 형태로 점차 변화했다.

흥행력이 입증된 데다 제작 노하우를 인수하기에 제작비를 덜 수 있다는 것이 포맷 수입의 장점이다. 외국 방송을 접하는 국내 시청자가 늘면서 표절 논란이 쉽게 점화하는 데다 우리 사회의 저작권 인식이 바뀐 것도 포맷 수입 증가에 역할을 했다.

KBS 2TV '1대100',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처럼 그동안은 외국 예능 포맷을 들여온 국내 방송사들이 자체 포맷 수출에도 눈을 돌린 결과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는 한국 예능이 확고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MBC '나는 가수다'와 '아빠 어디가', SBS '런닝맨' 등을 필두로 한류 예능의 포맷을 수입해 현지화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KBS '개그콘서트'의 포맷도 중국에 팔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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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서 '꽃할배' 포맷 판매는 한류 예능이 이제 아시아권을 넘어 미국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는 의미가 있다.

'꽃보다' 시리즈 연출자인 나영석 PD는 "우리가 만든 포맷으로 미국에서 프로그램이 제작된다는 것은 그 프로그램이 영미권 국가에 모두 뿌려진다는 것이기에 정말 영광스럽고 흥분된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해외 콘텐츠 시장에 밝은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도 15일 연합뉴스에 "'꽃보다 할배'의 미국 지상파 진출은 정말 의미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지상파, 케이블까지 워낙 채널이 많은데다 각자 자기네의 독보적인 예능 포맷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미국이 포맷을 수출하는 일은 흔해도 아시아 포맷이 미 지상파로 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예능 수출에 나선 MBC도 미국측과 여러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 수출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보편적인 코드의 힘"…리메이크 염두에 둔 기획 필요

포맷 수출은 문화적 차이 때문에 국경을 넘어가면 가치가 떨어지는 '문화적 할인'이 큰 예능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장치다. 전 세계적으로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따른 콘텐츠의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미 검증된 프로그램을 지역 특색에 맞게 현지화할 수 있다는 점은 포맷 수출의 가장 큰 매력이다.

또 포맷은 완성본과는 달리 수출 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해도 매출이 계속 발생한다는 장점이 있다.

제2, 제3의 '꽃할배'가 지속적으로 나오려면 콘텐츠와 기획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아시아와는 많은 부분 다른 문화권의 미주 시장을 공략하려면 콘텐츠가 현지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꽃할배'가 미국에서도 통한 것은 노년의 여행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효과적으로 가공했기 때문이다.

나 PD는 "'꽃보다 할배'가 미국까지 가게 된 배경에는 보편적인 코드의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짐꾼이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는 건 동양의 독특한 문화인 것 같지만 어른들에 대한 공경심, 어르신들이 보여주는 우정, 노년의 버킷리스트 같은 모습은 만국 공통의 감정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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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리 콘텐츠가 좋아도 기획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내용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이 외국 방송사들의 눈에 운좋게 띄는 것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구상 단계부터 해외에 포맷을 판매, 재제작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획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MBC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우리 예능이 할리우드처럼 세계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 능력은 갖췄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이를 엮어낼 기획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해외에 판매된 포맷이 실제 방송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포맷이 판매되더라도 현지에서 재제작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인적·물적 자원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tvN도 NBC로부터 '꽃할배' 포맷 판매 의뢰를 받은 것은 1년 전이라는 게 방송사측 설명이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제작이 완료돼서 미국 채널에 실제로 '꽂히지' 않는 이상 포맷 판매는 의미가 없다"면서 "실제로 포맷이 판매됐으나 개발 단계에서 멈춰 물거품이 된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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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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