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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의 무덤 지중해> ②난민 참사 원인과 대책은

송고시간2014-09-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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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가난 때문…EU 대책마련 난망, 유럽국가 사회문제화 우려

(EPA=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리비아 해상에서 보트 전복으로 물에 빠졌다 구조된 난민이 구급차를 통해 이송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리비아 해상에서 보트 전복으로 물에 빠졌다 구조된 난민이 구급차를 통해 이송되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에 둘러싸인 지중해의 북쪽 바다 연안은 지상 최고의 휴양지로 자리 잡은 반면, 남쪽 바다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살던 곳을 탈출하려는 아프리카·중동 난민들의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남단 람페두사 섬 인근에서 타고오던 선박이 침몰하면서 소말리아와 에리트레아 난민 360명 이상이 숨지는가 하면 지난 10일에는 몰타 인근 해상에서 난민선 전복으로 5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아프리카·중동 난민들의 희생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북아프리카 주요 출항지인 리비아에는 여전히 많은 난민들이 계속 몰려들고, 리비아의 국가권력 부재와 무법상태를 악용해 난민들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밀항을 알선해주며 돈벌이를 하려는 업자들의 기승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그러나 이라크, 시리아, 우크라이나 등의 내전과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 국가'(IS)의 차단 등에 주력하면서 지중해 난민 문제 해결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 지중해 난민 밀입국 루트 변화와 밀항 이유는 = 아프리카·중동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밀항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전쟁과 가난 때문이다. 어떻게든 유럽으로 가는 것이 현재 살고 있는 곳보다 낫다는 판단에서이다.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고,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난민들의 탈출 루트도 시대 상황에 따라 변해왔다.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돼 아랍 중동국가 및 북아프리카로 확산된 반 정부 시위를 통칭하는 `아랍의 봄' 이전에는 지중해 서부 루트가 난민들에게 인기였다. 당시에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인들을 태운 수많은 난민선들이 지중해 서부 루트를 통해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스페인 자치도시 세우타와 멜리야에 가기 위해 카나리아 제도를 목적지로 향해했다.

그러나 스페인이 그후 모로코와 해안 경비를 강화하고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스페인 자치도시 세우타와 멜리야에 방벽을 설치한 이후 그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후 2012년에는 그리스를 경유하는 지중해 동쪽 코스가 유행했다. 당시 지중해 난민 전체의 절반 정도로 추정되는 3만7천214명의 난민이 적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국경수비기관인인 프론텍스가 지난 2012년 8월부터 터키와 맞닿은 육상 국경은 물론 해상에 대한 경비를 강화하면서 지중해 동쪽 코스를 이용하는 불법 난민 수도 줄기 시작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 땅에 도착하기에 가장 가까운 몰타와 이탈리아의 람페두사 섬이 자연스럽게 밀항의 목적지로 부상했다. 당시 지중해 중앙루트를 통해 탈출한 난민은 전체의 14% 정도인 1만379명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내전이 심해지면서 수천명의 아프리카 사람들이 리비아로 도망쳐 지중해 밀항의 기회를 기다리는데다 3년 가까이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을 피해 도망치려는 시리아 등 중동 난민도 대폭 늘어났다. 여기에 아랍의 봄 이후 자유를 느껴 본 사람들이 혼잡하고 위험한 난민선을 타고서라도 유럽으로 탈출하려는 것도 난민 증가에 한 몫을 하고 있다.

◇ 지중해 난민 수의 급격한 증가 = 지난 2013년 유럽 해안에 도착한 난민 수는 약 6만명인 반면 올해 들어서는 지금까지 13만명이 넘어서고 있다고 영국 BBC는 보도했다. 수천명의 아프리카·중동 난민들이 작고 위험한 배를 타고서라도 지중해를 건너려고 하면서 수많은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 6월 올해 들어 최소 2천200명 이상의 난민이 바다에 빠져 숨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또한 이민이나 난민에 관한 국제문제 협의기구인 국제이주기구(IMO)는 15일(현지시간) 몰타 인근에서 500명 가까운 난민들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면서 올해 지중해에서 숨진 난민이 3천명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유엔 조사 결과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 난민이 유럽으로 향하다 지중해에서 2012년에 500명, 2011년에는 1천5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난민보호 단체에 따르면 1993년 이후 지중해에서 숨진 난민은 모두 2만여 명에 이른다.

지난 6일(현지시간) 서부 사하라 이남 지역의 난민들이 지중해 남부 해상에서 이탈리아 해군 선박으로 옮겨타고 있다.(EPA=연합뉴스 DB)

지난 6일(현지시간) 서부 사하라 이남 지역의 난민들이 지중해 남부 해상에서 이탈리아 해군 선박으로 옮겨타고 있다.(EPA=연합뉴스 DB)

지중해의 여러 통로를 통해 유럽으로 건넌 난민 수는 그동안 많고 적음을 반복해왔다. EU 프론텍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8년에서 2012년까지는 많은 수의 난민들이 터키와 그리스를 통하는 지중해 동쪽 루트를 통해 유럽으로 갔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지중해 중앙루트를 이용하는 난민 수가 가장 급격하게 증가했다. UNHCR은 지난 2005년 북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로 간 난민이 2만5천명이었으나 2009년에는 9천573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카다피 리비아 정부가 붕괴한 2011년에는 6만1천명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탈리아 해군은 지난 8월초 유럽으로 건너오려는 아프리카·중동 난민 9만3천명을 구출했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해군은 8월 말에도 360명을 구조하는 등 여름철을 맞아 급격하게 늘어난 난민들의 안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 과정에서 난민보트에서 질식했거나 익사한 것으로 보이는 시신 수십구가 같이 발견되는가 하면 지난 7월말에는 보트에 탄 난민 60명을 흉기로 찌르고 사체를 바다에 유기한 혐의로 남자 5명을 체포하는 등 구조작업이 그리 간단하지 않는 실정이다.

더구나 구조된 난민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바람에 이탈리아 본토보다 더 북아프리카쪽에 위치해 있는 람페두사섬은 난민들로 항상 가득찬 상태이고, 어쩔 수 없이 3천명을 수용하는 난민센터를 1만6천명까지 수용하도록 확장하고 있다.

더구나 람페두사섬 난민 임시수용소에서 피부병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강제로 옷을 모두 벗게 하고 호스로 약품을 뿌리는 비인도적 행위를 했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등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사정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근 몰타와 그리스도 난민을 분담해서 수용하고 있지만 이곳은 혼잡하고 운용 재원 마저 별로 없어 UNHCR 등 국제기구로부터 난민 보호 규약을 위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실정이다.

◇EU의 큰 숙제로 등장한 아프리카·중동 난민 문제 = 이탈리아와 몰타는 그동안 수시로 지중해 난민들에 대한 EU 차원의 대책 마련을 호소해왔다. 그러나 EU는 아직 뚜렷한 해결책 없이 문제가 발생한 지역 회원국들의 희생과 다른 회원국들의 경제적 지원을 촉구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EU는 28개 회원국들이 저마다 사법권과 정책 결정권을 갖고 있어 효율적인 난민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 정부들에 대해 지중해 난민의 비극을 막도록 국경 수비를 강화하도록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EU 차원에서 볼 때 현재는 난민이 가장 먼저 도착한 EU 회원국이 입국과 거주 허용의 일차적 책임을 지도록 한 더블린 규약만 제대로 작동 중이다. 그 결과 이탈리아, 몰타 등은 난민들의 망명신청을 처리하기에 바쁜 반면 핀란드나 독일은 직접 신청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중해 난민들이 어느 곳에 처음 도착했느냐에 따라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정도도 크게 다르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이 난민들을 처리하는 방식도 다르다고 밝혔다. 가령 수단 사람들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비율이 스페인에서는 2% 정도에 불과했으나 이탈리아는 68%에 달한다.

물론 EU 회원국들은 본국으로 돌려보낼 경우 박해를 박거나 목숨을 잃을 것이 예상될 경우 강제송환을 금지한 국제법 규약을 따르고 있다. 또한 EU 자체 규정에 따라 지문을 제공한 망명신청자는 난민센터에서 식량과 쉴 곳, 의료를 제공받을 권리가 보장되며 망명이 거부될 경우 법에 호소할 수도 있다. 아울러 도착후 9개월이 지나면 직업을 가질 권리도 보장된다.

하지만 아프리카·중동의 지역 분쟁이 끝나지 않으면 아프리카·중동 난민 문제는 현재 수준에서 머물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그리스 본토를 거쳐 발칸 반도를 통해 북부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당수 불법 이민은 제대로 적발되지 않고 따라서 전체적인 불법 이민자 수를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EU 프론텍스는 지난 2012년 34만4천928명의 불법 체류자를 적발하기도 했다.

앞으로 아프리카·중동 난민 문제가 유럽 국가 전체의 사회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rhe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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