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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의 무덤 지중해> ①아프리카·중동 난민 목숨 건 유럽행

송고시간2014-09-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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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과 일자리 등 나은 삶 위해 리비아서 지중해 통과 시도

(EPA=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리비아 해상에서 전복된 난민선에 타고 있다 구조된 난민이 자신의 상처를 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리비아 해상에서 전복된 난민선에 타고 있다 구조된 난민이 자신의 상처를 보고 있다.

<※편집자 주 = 내전과 정정 불안을 피해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의 탈출 행렬이 계속되면서 바다에 수장되는 난민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이런 비극적인 사태의 원인과 대책을 조망하는 특집기사 2꼭지를 송고합니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더 나은 삶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작은 배 한 척에 의지해 지중해를 건너려는 아프리카 '보트 난민'이 올해 들어 크게 늘고 있다.

낡은 보트에다 초과 승선을 한 탓에 지중해에서 난민선이 침몰하는 해상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인명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 유럽행 관문 된 리비아…목숨 건 18시간의 보트 항해

리비아는 유럽으로 불법 이민을 하려는 아프리카 난민들의 주요 이동 경로로 통한다.

중동 현지 언론과 BBC 등에 따르면 난민 수십만명이 지난 수년간 더 나은 삶과 구직을 위해 리비아를 거쳐 이탈리아나 지중해 섬나라 몰타로 향했다.

아프리카와 중동 난민의 유럽행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2011년 초 이후 급증했다. '아랍의 봄' 여파로 일부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해안 경비가 느슨해지면서 북아프리카 탈출 행렬은 가속화했다.

리비아 정국이 민병대간 충돌로 혼란을 거듭하고 치안이 악화하면서 리비아 해안 도시가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해 유럽으로 떠나려는 출발점이 된 것이다.

리비아는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유럽 대륙과 가장 가까운 나라이기도 하다. 리비아에서 출발하면 바닷길로 18시간 항해를 하면 이탈리아에 도착할 수 있다.

실제 리비아 해안 도시에서 출발한 난민들의 주요 목적지는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를 주 목적지로 삼아 밀항하려는 배를 하루 동안 30척이나 목격하기도 한다고 리비아와 튀니지 어부들은 말한다. 대부분이 어선을 개조한 난민선의 탑승 인원은 50~300명 사이다.

리비아에서 보트를 탄 난민 마마두는 "리비아의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나를 이탈리아로 데려다 줄 수 있는 보트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여기에 왔다"며 "1년 넘게 피란민 신세였는데 나는 이 기회를 잡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리비아에서 지중해를 건너려고 대기하는 전체 난민 수는 40만~6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리비아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유럽연합(EU)에 막대한 재정 지원을 바라고 있다.

지난달 26일 이탈리아 남부 해안에서 난민선 전복 사고로 수장된 난민의 시신이 담긴 관을 내리는 모습(AP=연합뉴스 DB)

지난달 26일 이탈리아 남부 해안에서 난민선 전복 사고로 수장된 난민의 시신이 담긴 관을 내리는 모습(AP=연합뉴스 DB)

리비아에서는 2011년 민중봉기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하고 나서 아프리카 난민의 불법 입국도 쇄도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난민 수천 명은 국경 통제가 허술한 사막을 넘어 리비아 해상 도시를 거쳐 유럽행을 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난민 다수의 국적은 시리아…대부분이 분쟁 국가·빈곤국 출신

유럽행을 택한 '보트 난민'의 절반 이상은 시리아인들이다.

나머지 다른 국적의 난민 중에는 리비아와 국경을 맞댄 아프리카 말리, 수단을 포함해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이집트, 팔레스타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국적자도 많다. 최근 분쟁이 잦은 지역 출신이 대부분인 셈이다.

리비아를 포함해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외국 근로자로 일을 해 온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국적 보유자도 유럽행을 시도한다.

특히 시리아는 3년6개월간 내전에 휩싸이면서 이 나라 주민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아예 고국을 떠나고 있다. 시리아 영토를 떠난 난민들은 레바논, 이라크, 터키 등 인접국의 난민촌이 포화상태에 있고 생활 여건도 열악하자 유럽으로 망명을 꿈꾸는 것이다.

리비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다 이탈리아 해군에 구조된 한 여성 난민은 "시리아 혁명이 시작한 다라에서 이곳까지 왔다"며 "지금 내 고향은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출신의 한 여성 난민은 지독한 가난을 피해 2012년 고국을 떠났다. 그는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수단에서 1년간 일하고 리비아 감옥에서 몇 달을 견딘 끝에 밀입국 주선자에게 1천600달러를 주고 300명의 다른 난민과 함께 가까스로 배에 탈 수 있었다.

동남아 출신 '보트 피플'은 일자리를 찾으려 유럽행을 시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난민들이 몸을 싣는 배는 매우 열악하고 초과 승선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이 크다.

이 기간 보트 난민은 굶주림과 갈증, 더위에 지치고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지중해를 건너는 과정에서 수백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근해에서는 난민을 실은 배가 뒤집혀 360여명이 한꺼번에 몰살당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리비아를 출발해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선 3척이 잇따라 지중해에서 침몰해 500명 가까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정부기구(NGO)들은 근본적인 '보트 난민'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난민 문제가 악화돼 국제적 문제로 부각되고 관련국의 긴장감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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