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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D-2> 모국 사대에 돌아온 귀화궁사 엄혜련

송고시간2014-09-1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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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자양궁 에이스…개인·단체전서 세계최강 한국 위협

(인천=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일본 양궁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엄혜련(27)이 모국에서 시위를 당긴다.

17일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엄혜련은 일본 여자 양궁 국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엄혜련은 여자 개인전, 단체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해 일본에 사상 첫 올림픽 여자 양궁 메달을 선사한 스타다.

특히 엄혜련은 한국에서 일본으로 국적을 바꿔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주목을 받는다.

그는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북체고를 졸업하고 국내 최고의 실업 양궁단 가운데 하나인 현대모비스에서 활동했다.

런던올림픽에서 2관왕에 등극한 기보배(광주광역시청)와 동기처럼 지내며 경쟁해왔다.

그러나 엄혜련은 선발전에서 번번이 탈락해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선 적이 없었다.

엄혜련은 집안 사정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바로 실업 선수가 된 사실을 아쉬워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엘리트 선수가 쉽게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어머니가 정착한 일본으로 떠났다.

귀화한 뒤 하야카와 렌으로 이름도 바꾸었다.

엄혜련은 애초에 일본 국가대표가 될 생각이 없었으나 한국에서 조련된 탁월한 기량은 감출 수가 없었다.

결국 일본 대표로 2011년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세 번째 메이저대회에 나서게 됐다.

엄혜련은 국제대회에 나서기 시작했을 때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으나 최근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그는 올해 6월 안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양궁연맹(WA) 3차 월드컵에서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달에는 아시안게임 전초전으로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아시아그랑프리에서 금메달 획득을 주도했다.

엄혜련의 일본은 그 대회 결승전에서 한국을 꺾어 경계심을 자아냈다.

류수정 한국 여자 대표팀 감독은 "엄혜련이 일본의 최근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며 "경기 때 동료의 리듬을 조절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한국과 같은 거친 경쟁이 없는 곳에서 숨은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경쟁을 뚫고 실업선수가 된 만큼 다른 나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성훈 한국 남자 대표팀 감독은 "기량은 한국이고 국적은 일본"이라며 "튼실한 기본기가 국적을 바꿨다고 사라지겠느냐"고 말했다.

엄혜련은 국제대회에 나설 때, 특히 한국과 맞붙을 때 국내 누리꾼들로부터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모독을 들어야 했다.

한국에서 성장해 일장기를 달고 뛴다는 자극적인 모양새 때문이었다.

"국가대표가 되려고 일본에 귀화한 것이 아니에요. 조국을 겨냥하지도 않습니다. 스포츠 선수로서 성취하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이 무척 신경 쓰이지만 자꾸 그런 생각을 하면 나를 대표로 선발한 일본에 내가 실례를 저지르는 것 같아요."

엄혜련은 이런 견해를 밝혀왔다.

그래도 한국 팬들의 반응은 원색적인 욕설이 대다수였고 엄혜련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은 엄혜련을 한솥밥을 먹는 동료처럼 살갑게 대하고 있다.

적수이기 전에 어려서부터 국내 대회마다 만난 친구이거나 잘 아는 동생이기 때문이다.

김성훈, 류수정 감독도 엄혜련을 경계하기보다는 대견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아시안게임 D-2> 모국 사대에 돌아온 귀화궁사 엄혜련 - 2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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