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르포> 독립투표 하루 앞둔 스코틀랜드…팽팽한 긴장감

송고시간2014-09-17 21:1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역사적 결정 앞둔 '폭풍전야'…거리 민심은 팽팽히 맞서찬반운동 진영 막바지 총력전…'불상사 막아라…' 초긴장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반대 캠페인 (AP=연합뉴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반대 캠페인 (AP=연합뉴스)

(에든버러=연합뉴스) 김태한 특파원 = "이제 하루 뒤면 영국 섬의 지도가 바뀔지도 모르겠네요."

스코틀랜드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17일(현지시간) 아침 에든버러 공항에 내려 잡아탄 택시에서 만난 기사 대니얼 리드(53)씨는 휴대전화 지도를 검색하는 기자에게 독립투표 얘기를 먼저 꺼냈다.

에든버러 토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자신은 이번 투표에서 스코틀랜드 독립을 지지할지, 반대표를 던질지 아직 의향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찬성표를 던지자니 불투명한 미래가 걱정되고, 그렇다고 반대투표를 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부세계의 사람들은 투표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는지, 스코틀랜드의 독립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질문을 쏟아냈다.

전 세계가 숨죽이고 주목하는 독립투표를 하루 앞둔 스코틀랜드의 주도 에든버러의 아침 풍경은 뜻밖에 차분했다.

잔뜩 흐린 날씨로 을씨년스러운 거리 분위기가 주민들의 초조한 심정을 대변하는 듯 느껴졌다.

투표가 끝난 뒤 독립안 통과가 확정되는 일이 벌어지면 독립 찬성 지지자로 물결을 이룰 에든버러성 주변 광장도 관광객만 오가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간간이 거리 주변 고택들 창밖에 내걸린 파란색 스코틀랜드 국기와 독립을 지지하는 '예스'(Yes) 깃발이 투표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거리의 민심은 치열한 여론조사 결과처럼 팽팽히 엇갈렸다.

양복차림의 직장인 애런 맥더널드(34)씨는 "영국을 떠난 스코틀랜드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며 "무모한 독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상식이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독립안 부결을 장담했다.

에든버러의 한 아파트에 스코틀랜드기와 독립찬성 을 의미하는 글자 'Yes'가 걸려있다. (AP=연합뉴스)

에든버러의 한 아파트에 스코틀랜드기와 독립찬성 을 의미하는 글자 'Yes'가 걸려있다. (AP=연합뉴스)

라일리라고만 이름을 밝힌 다른 중년 남성은 "이번이 아니면 스코틀랜드의 독립은 영영 어려워질 것"이라며 "민심은 독립을 선택할 것"이라고 상반된 전망을 내놨다.

투표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기대와 우려의 심정이 교차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대학생 대니얼 리드(21)씨는 "내일모레면 스코틀랜드인이 수백 년간 꿈꿔왔던 독립이 결정된다"며 "독립국 스코틀랜드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든버러성 인근 기념품 판매점 주인 고든 하퍼(53) 씨는 "북해유전의 수입만으로 연금과 국민건강보험 등 국가운영 재원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독립하면 정말 큰일이 생기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지었다.

투표를 앞두고 유세전이 가열되면서 찬반운동 진영의 주민들이 충돌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에든버러 시내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스튜어트 데이비스 씨는 "투표일 밤에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일찍 가게 문을 닫고 개표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든버러에서는 집에 깃발을 내걸고 독립반대를 지지하는 일은 찬성파들에게 싸움을 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귀띔했다.

일부 대형 주점들은 투표 당일 밤샘 영업을 예고해 찬반 운동 진영 지지자들 사이에 마찰이 벌어질 지 모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스코틀랜드 경찰 당국은 투표일 이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투표소 및 개표소와 주요 집회 장소에 대한 경비인력을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 등에서 긴급 지원을 받아 확충한 것으로 알려졌다.

307년 만의 스코틀랜드 독립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는 18일 오전 7시(한국시간 18일 오후 3시)를 기해 시작된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이끄는 독립 찬성운동 진영과 이에 맞서는 영국 정당연합 반대운동 진영은 투표 당일에도 각각 2만5천 명의 캠프인력을 총동원해 최후의 순간까지 유권자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thkim@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