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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조수미 "아리랑 듣는 순간 저절로 반응했죠"

송고시간2014-09-19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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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식서 인천시립합창단과 협연

(인천=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는 스포츠 행사와 유독 많은 인연을 맺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시작으로, 2000년 시드니,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등의 무대에 섰다.

19일 개막하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도 노래를 부른다.

개회식에 앞서 18일 전화로 만난 조수미는 "스포츠 행사 무대에 여러 차례 섰지만 국내에서 벌어지는 이런 큰 행사에는 열 일 다 제쳐놓고라도 와야 한다고 생각해 이번 무대에 섰다"고 했다.

"제가 우리나라 무대에 선 지 30년이 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나라에 대한 걱정과 애정이 깊어져요. 아무래도 이런 행사가 국내서 열리면 그만큼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지는 게 확실한 것 같습니다. 다른 거 다 제쳐놓고라도 와야죠. 물론 개인적으로 스포츠도 좋아합니다.(웃음)"

<아시안게임> 조수미 "아리랑 듣는 순간 저절로 반응했죠" - 2

그는 고은 시인이 쓴 시에 작곡가 김영동이 음표를 단 '아시아드의 노래'와 강원도 아리랑 등 각도의 아리랑을 부른다.

지난 17일 공개된 리허설에서 그는 찌를 듯한 고음과 유려한 비브라토(Vibrato·기악이나 성악에서 음을 가늘게 떨어서 내는 기법)로 좌중을 압도했다.

'아시아드의 노래'와 '아리랑'은 고음으로 유명한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적'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에 비견될 정도로 현란한 고음과 기교가 필요한 곡들이다.

"작곡가님이 저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신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린 그는 "라이브로 부를 때 용기가 필요할 정도의 난도 높은 곡"이라며 "대곡이어서 많이 떨리지만 오프닝으로는 압도적인 곡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아시아드의 노래'는 하나 될 아시아의 꿈과 희망을, '아리랑'은 한민족의 한(恨)과 정(情)이 오롯이 담겼다.

조수미는 '아시아드의 노래'에 대해 "아시아인들이 지혜와 능력을 발휘해 서로 하나가 되자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리랑'에 대해서는 "저절로"라는 말로 압축해 표현했다.

"서양음악을 전공한데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했기에 '아리랑' 특유의 장단에 맞춰서 고유 지방의 정서를 끌어낸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제 타고난 핏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악기 소리를 듣는 순간, 아무런 가르침과 지침 없이 내 몸에서 리듬이 흘러나왔고, 그 노래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정할 수 있었어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우리 것을 더욱 소중하고 아껴야된다"고 생각하는 건 그처럼 "저절로" 느끼고 이해하게 되는 "예술가의 색깔" 때문이었다. 인터뷰 직전에도 조수미는 한국 가곡을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녹음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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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오랜만에 참가하는 국제대회에서 그런 '아리랑'을 부를 수 있어서 더욱 의미는 크다.

조수미는 "북한 동포 앞에 선 건 처음"이라고 밝히며 "사실 여러 루트를 통해 북한의 음악 하는 분들로부터 초청도 받았고, 아이들을 가르쳐달라는 제안도 받았지만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문화와 예술을 통해서 서로 소통해야 합니다. 음악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북한 아이들을 가르쳐보고 싶어요. 하지만 그에 앞서 인권 문제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악도 결국은 자유, 인권 등의 정신을 담는 거잖아요.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된 이후에 그러한 활동을 하는 게 옳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지난 1986년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로 데뷔한 그는 벌써 데뷔 28년 차를 맞았다. 여전히 정상에 서 있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니 "좋을 때 태어났다.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

"사실 동양인으로서 해외에 나가 프리마돈나로 살아간다는 건 엄청난 투쟁이고 전쟁이에요. 신체적 약점도 극복해야 하고, 본토 사람들인 서양인들보다 잘해야 하기 때문이죠. 타고난 재능뿐 아니라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저의 그런 오랜 노력을 팬들이 알아주시는데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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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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