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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성과 미흡한 '시간선택제 일자리'…안착 가능할까

송고시간2014-09-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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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합뉴스) 이상원 김승욱 차지연 기자 =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성과가 크지 않아 보인다.

시간선택제 공무원 채용은 계획대로 되고 있지만,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분위기는 아직 미지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새로운 시간선택제 일자리 대책을 통해 그동안 미비한 점을 보완함으로써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 정부, 시간선택제 관련 다양한 지원 쏟아냈지만 성과 미흡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정부가 '고용률 70% 로드맵' 달성을 위한 핵심 과제로 꼽고 있는 제도다.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활성화되면 경력단절여성과 경험이 많은 퇴직 근로자 등을 경제활동 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을 뿐 아니라, 노동시장 전반에 장시간 근로 해소와 유연근로 확산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과 네덜란드 등 단기간에 고용률 70%를 달성한 국가들은 고용률 상승 과정에서 시간제 고용 비율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사례들을 발판 삼아 정부는 지난해 11월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고용률 70% 로드맵에 따라 2012∼2017년 신규 창출되는 일자리 238만개 중 시간제 일자리가 93만개(39%)를 차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새로 추진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기존의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와는 실제 혜택과 사회적 인식이 모두 달라야만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책 초점을 ▲개인의 자발적인 수요가 있고 ▲전일제와 차별이 없으며 ▲최저임금과 4대 보험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이 보장되는 등 3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맞췄다.

이후 중앙·지방 공무원과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을 늘리고, 민간부문에서 시간선택제 직원을 채용하면 인건비와 사회보험료를 지원하고 세액공제까지 해주는 등 각종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제도 추진 1년이 지나도록 가시적인 성과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 공무원 채용은 순항 중…공공기관·민간기업에선 '안갯속'

정부는 2017년까지 공무원 4천여명과 중앙 공공기관 직원 9천명, 국공립학교 교사 3천500명 등 공공부문에서만 총 1만6천500명 분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정부가 직접 손댈 수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 중 시간선택제 공무원 채용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부는 올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합쳐 총 1천60명의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채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앙정부에서는 약 200명을 이미 뽑았고 100여명은 하반기 중에 추가로 선발할 계획이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모두 684명을 채용하기로 해 각종 절차를 진행 중이다.

9월부터 도입하려고 했던 시간선택제 교사제도가 교원단체와 교·사대생의 반발로 유보됐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채용 수치로만 봐도 목표를 넉넉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간접적으로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공공기관은 다소 부진하다.

올해 시간선택제 채용 목표가 1천명 가량인데, 현재 전체 공공기관에서 110명 정도를 채용한 상태다. 공공기관 채용이 10∼11월 등 하반기에 주로 몰린다는 점을 고려해도 목표 대비 11% 채용률은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상당수 공공기관은 조직을 키우거나 정원을 늘리는 것이 자유롭지 못해 신규로 시간선택제 직원을 채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의 경우 일부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시간선택제 채용 계획을 밝혔지만, 중소기업을 포함해 전반적인 기업 분위기는 '안갯속'이다.

현재 국내에는 정부가 말하는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현황이나 증감을 알 수 있는 통계가 전혀 없어 구체적으로는 파악조차 할 수 없다.

다만, 올해 초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5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4.6%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의 취지와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현장에서 시간선택제를 이미 채용했거나 채용 예정인 기업은 6.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정부가 직접 뽑는 공무원 이외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서는 시간선택제 제도가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셈이다.

물론 올해 1∼8월 고용률이 65.2%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비경제활동인구도 꾸준히 줄어든 데에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수치상에서 나타나는 새 시간제 일자리가 정부의 정책 취지처럼 '양질'의 일자리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지만 인프라 정비·지원 필요"

정부는 다음 달 중 시간선택제 일자리 종합대책을 다시 한번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대책 이후 지금까지는 '제도 도입 후 정착' 단계였다면, 이번 대책을 통해 지난 1년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본격적으로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은 '채용'뿐 아니라 '전환'에도 무게를 두기로 했다. 처음부터 시간선택제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전일제 근로자가 육아, 학업, 간병 등 개인적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시간선택제로 전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간선택제가 고용률 제고를 위해 필수적인 정책이라는 점에는 한 목소리로 공감하면서도 '제대로 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고용률 제고를 위한 일자리사업 방향의 모색' 보고서에서 "고용률을 높이려면 보육과 근로시간이 탄력적인 일자리를 제공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며 "시간선택제 근로의 확산 등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 제공으로 가정과 일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도 "시간제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대책 이후 일자리의 양은 늘고 있지만 질의 개선은 아직 불명확하다. 오히려 악화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생산성 향상과 적합한 직무형태 개발, 민간기업의 급격한 노동비용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 마련, 시간제 근로 보호법 시행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기준법 조항이 대부분 주 40시간 일하는 풀타임과 관련돼 있는데 시간선택제는 탄력성이 생명이다. 정부가 노동법상 시간선택제의 보호·복지 혜택 등 인프라를 제대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eesang@yna.co.kr, ksw08@yna.co.kr, char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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