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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세월호특별법 협상서 뭘 얻고 잃었나

송고시간2014-09-3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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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국정과제 입법화 기대…집권초 '골든타임' 허비野, 진상규명 장치 강화…'정치적 활용' 지적은 부담이완구-박영선 득실 엇갈려…김무성-문희상 '막후주역'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송진원 기자 = 여야가 30일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면서 국회 가동을 가로막았던 커다란 빗장이 풀렸다.

한 달간 공전했던 정기국회가 제 궤도에 오르게 됐고, 이날 당장 열린 본회의에서 90건의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다섯달이 넘도록 비판받아온 '제로입법 국회'라는 어두운 터널을 벗어났다.

이는 세월호 참사 이후 출구 없는 긴 터널 속에 갇힌 듯했던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협상 타결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그러나 장기간 국회를 공회전시키면서 정치 혐오증을 더욱 키운 허약한 정치 리더십은 여야 정치권 모두에 계속 부담이 될 전망이다.

◇ 與, '마지노선' 지켰지만 국정 '골든타임' 허비 = 여야 합의문을 뜯어보면 아무래도 국정을 책임지는 새누리당이 국회 정상화로 야당보다는 얻을 게 더 많은 상황이다.

세월호특별법과 더불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세월호 참사 후속입법인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을 10월말까지 기한을 못박아 처리키로 한 점은 부수적 소득으로 꼽을만 하다.

야당이 해양경찰청을 사실상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어 조기 입법이 진행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창조경제, 경제활성화, 규제완화, 일자리창출, 서민복지 대책 등 주요 국정 과제를 실천하기 위한 입법화 작업에도 본격 착수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세월호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하자는 야당과 유족 측의 요구를 막아낸 것도 여당은 성과로 자평한다. 사법체계를 훼손하고 피해자의 자력구제금지 원칙을 깰 수 없다는 입장을 결국 관철한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 밖에 되지 않은 데다 전국 단위의 선거도 없어 핵심 국정 철학을 실천할 '골든 타임'을 상당 시간 흘려보낸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 野, 진일보 특검 얻었지만 당내 분열 노출 =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최선은 아니지만 진상 조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차선의 성과는 얻은 듯 보인다.

상설특검법에 규정된 것보다 특검추천위원 단계나 특검후보 추천에서 야당과 유족의 의견을 더욱 많이 반영할 수 있도록 진상조사를 위한 장치들을 '쟁취'함으로써 역대 특검보다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세월호법 제정 과정에서 유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약자를 보듬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지나치게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비판도 감수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당력을 모으기보다는 사사건건 강온파가 대립하면서 '모래알 정당'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 이완구 '뚝심' 발휘, 박영선 '명예회복' = 협상의 주역인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협상 내내 조명을 받았지만 정치적 부담도 떠안게 됐다.

이 원내대표는 여권의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한 뚝심을 발휘함으로써 강한 인상을 남겼다.

26일 본회의 법안처리가 무산되자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승부수를 던져 의원들의 재신임을 끌어냈다. 지난 8월19일 2차 합의안이 강경파들의 반발에 부딪혔을 때도 직을 걸겠다며 정면돌파하는 단호함을 보이기도 했다.

당내 특별한 기반이나 계파가 없었던 이 원내대표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이며 여당과 지지층에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러한 완고한 모습 때문에 야당으로부터 '불통 정치'라는 비난을 받은 점은 손실이다. 또 법과 원칙을 강조했지만 야당과 유족의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배후에는 청와대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 원내대표는 협상 과정에서 의원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과거 독선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어느 정도 불식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또 협상 과정에서 당 일각으로부터는 퇴진하라는 압박까지 받았지만 결국 국회 정상화를 위한 단초를 마련함으로써 명예회복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서명한 원내대표간 두 번의 합의가 당 내부와 유족의 반발로 무위로 돌아가면서 협상력과 리더십의 부재를 노정하며 쓴맛을 보게 됐다.

◇5선 김무성 문희상 막후 정치력 발휘 = 이번 협상 타결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막후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김 대표는 다급해진 야당으로부터 전면에 나서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번번이 "협상은 원내대표에게 전권이 있다"며 거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 원내대표에게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또 2차 협상안이 나온 뒤 이 원내대표가 강경파 반발에 부딪히고, 본회의가 무산돼 사퇴를 선언했을 때도 앞장서서 이 원내대표의 버팀목이 돼 주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가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문 비대위원장은 강경파의 목소리를 누그러뜨리고 김 대표와 회동을 통해 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막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문 비대위원장과 김 대표가 각각 과거 동교동계와 상도동계로서 여야 관계를 초월해 오랜 인연을 이어오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aayyss@yna.co.kr,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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