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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열차 여행> 지금까지 알던 스위스는 잊어라!

송고시간2014-10-0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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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열차 여행> 지금까지 알던 스위스는 잊어라! - 2

(루가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22㎞ 길이의 철도가 터널 55개, 다리 196개를 지난다. 산을 뚫고, 계곡 위에 고가교를 만들어 철로를 완성했다는 증거다.

베르니나 익스프레스는 인류가 발전시킨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됐다는 이유로 지난 200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레티셰(Rhaetische) 철도가 운영하는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열차는 알불라(Albula) 구간과 베르니나 구간으로 나뉜다. 알불라 구간에서는 환상적인 구름다리를 통과하는 짜릿한 경험을 하고, 베르니나 구간에서는 해발 2천253m에 올라 절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베르니나 구간의 종점은 이탈리아 티라노(Tirano)로, 도시의 분위기가 색다르다. 티라노에서는 붉은색 베르니나 익스프레스 버스를 타고 티치노(Ticino)주로 이동한다.

◇ 스위스의 작은 이탈리아, 루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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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지도 않았는데, 달라도 매우 다르다. 스위스 남부에 위치한 티치노는 통일성을 거부하는 지방이다.

일단 억양이 독특한 이탈리아어를 사용한다.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음식이 맛있고, 젤라토와 에스프레소를 파는 상점이 많다. 오래된 건물에는 대부분 아치가 떠받치는 회랑이 설계돼 있다.

날씨도 좋다. 야자수가 자랄 정도로 겨울에도 따뜻하다. 독일 작가인 헤르만 헤세도 티치노에서 감동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는 "이곳의 태양은 더 강렬하며, 산은 더 붉다"고 말했다.

티치노는 스위스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어서 전쟁이 자주 발생했다. 스위스 연방에 가입한 시기도 나폴레옹이 유럽을 호령하던 1803년으로 늦은 편이었다. 자치권을 부여받은 티치노는 스위스에서 이탈리아 색채를 간직한 유일한 주가 됐다.

지금은 티치노의 주도가 벨린초나(Bellinzona)지만, 1870년 이전에는 벨린초나와 루가노가 6년씩 번갈아서 주도를 맡았다.

루가노는 정치권력을 상실한 뒤에도 경제와 문화 면에서는 으뜸이었다. 현재도 인구가 약 6만 명으로 티치노에서 가장 많고, 거리와 광장에는 활기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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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치노주가 유다르다고는 하지만, 여타의 스위스 지역과 비슷한 점도 있다. 맑고 푸른 호수가 도시를 감싸고 있다는 사실이다.

루가노에는 도시명과 같은 루가노 호수가 있다. 미로처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이 얽혀 있는 구시가는 호수에 붙어 있다. 시내는 넓지 않아서 한두 시간이면 충분히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루가노 여행의 출발점은 치아니(Ciani) 공원이 적당하다. 형형색색의 고운 꽃과 녹음이 우거진 숲이 있고, 부드러운 호를 그리는 호수가 한눈에 보인다.

치아니 공원의 중심에는 다양한 미술품이 전시된 박물관인 '빌라 치아니'가 있다. 공원을 나서면 곧바로 수변 산책로가 이어진다. 아름드리 가로수와 붉은색 벤치가 대조를 이루는 길은 낭만적이고 운치 있다.

건축물 중에서는 성당을 눈여겨볼 만하다. 기차역에서 구시가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산 로렌초(San Lorenzo) 성당은 루가노의 역사를 대변하는 상징물이다. 9세기에 지어진 뒤 다양한 건축양식으로 개축됐다.

호반에 자리한 산타 마리아 델리 안졸리(Santa Maria degli Angioli) 성당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제자가 그렸다고 전하는 프레스코화가 남아 있다.

◇ 스위스에서 가장 따뜻한 도시, 로카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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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가노에서 약 40㎞ 떨어진 로카르노는 로마시대에 건설됐다. 중세에는 성이 있는 꽤나 큰 도시였다. 이후 티치노의 일원이 됐고, 지금은 마조레(Maggiore) 호수를 끼고 있는 휴양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로카르노는 스위스에서 가장 낮고, 가장 따사로운 곳이다. 해발 193m인 마조레 호수가 스위스의 최저 지점이다. 가장 높은 몬테로사(Monte Rosa)의 두포우르슈피체(Dufourspitze) 정상보다 4천441m나 낮다.

로카르노 날씨의 온난함은 2천300시간에 이르는 연간 일조량이 증명한다. 그 덕분에 로카르노는 한겨울에도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거의 없다. 가장 추운 1월의 평균기온이 3도를 넘는다.

로카르노는 인구가 기껏해야 1만5천 명이지만, 지명도가 높다. 해마다 8월에 개최되는 국제영화제 때문이다. 열흘 남짓 계속되는 영화제를 관람하기 위해 인구보다 훨씬 많은 여행자가 몰려든다.

축제가 펼쳐지는 주된 공간은 그란데(Grande) 광장이다. 빛깔이 예쁜 건물에 에워싸인 광장은 로카르노의 심장이다. 노천카페에 앉아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이 많다. 또 목요일에는 광장에서 농산품이 거래되는 시장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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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델 사소(Madonna del Sasso) 성당은 로카르노의 또 다른 명물이다. 시내에서 출발하는 귀여운 톱니바퀴 열차를 타거나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다다른다.

성당은 바위 절벽에 위태롭게 서 있는데, 로카르노의 아기자기한 건물과 마조레 호수가 빚어내는 가경을 감상할 수 있다.

15세기에 완성된 성당 내부도 둘러볼 만하다. 성모마리아의 계시를 받은 신부가 지었다고 전하는데, 화려한 벽화와 장식으로 꾸며져 있다. 바닥과 기둥까지 공들여 만든 흔적이 역력하다.

본당의 오른편에는 로카르노의 기념엽서에 자주 등장하는 아치 회랑이 있다. 회랑 아래로 보이는 풍광이 압권이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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