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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럽게, 위대하게"…中천재작가 샤오홍의 '황금시대'

송고시간2014-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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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탕웨이 주연

(부산=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불꽃처럼 살다 갔다'는 말은 상투적이지만 중국 작가 샤오홍(蕭紅)의 삶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어울리는 표현은 찾기 어렵다.

31살에 숨을 거두기 전까지 천부적인 재능을 바탕으로 10년간 100여권의 작품을 남긴 여성 작가의 파란만장한 삶은 중국 영화인들이 탐내는 소재 중 하나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쉬안화 감독의 '황금시대' 또한 샤오홍의 일대기를 사랑과 이별을 중심으로 그린 대하드라마다.

영화는 흑백 화면 속 무표정한 한 여성(탕웨이)이 "내 이름은 샤오홍"이라고 밝히며 자신의 삶을 읊조리는 건조한 독백으로 시작한다.

"어서 빨리 자라서 어른이 되거라"라며 자신을 귀애하던 할아버지와의 추억만을 간직한 채 1930년 스무 살이 되자마자 집을 뛰쳐나온 샤오홍은 헤이룽장성 하얼빈으로 향한다.

밀린 여관비를 내지 못해 여관 창고에 갇힌 채 글을 쓰던 샤오홍이 작가 샤오쥔과 사랑에 빠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통스럽게, 위대하게"…中천재작가 샤오홍의 '황금시대' - 2

샤오홍은 아낌없이 사랑했던 이 시절을 원고지로 옮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가난과 굶주림을 샤오홍의 글처럼 처절하게 그린 작품은 없었다"는 극중 어느 작가의 이야기처럼 극빈에 가까운 시절이기도 했다.

영화는 겨드랑이 부분이 뜯겨 나간 외투와 말라버린 빵 한 덩이가 전부인 식사, 물컵 대용으로 쓰는 세숫대야 등을 통해 이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포착해 냈다.

형편은 다소 나아지지만 샤오홍의 재능에 반해 "내가 지금까지 알았던 여자 중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만났다"고 고백했던 샤오쥔의 사랑은 그 재능에 대한 질투로 빛이 바랜다.

샤오쥔과 결국 헤어진 샤오홍은 다른 작가와 평범한 부부로 살 것을 약속하지만 괴로움과 외로움은 그의 삶을 계속 좀먹는다.

샤오홍의 독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루쉰을 비롯한 당대 주변 문인들의 회고와 샤오홍이 남긴 글을 더해 뜨겁고 짧았던 그 삶을 들려준다.

"고통스럽게, 위대하게"…中천재작가 샤오홍의 '황금시대' - 3

1인 인터뷰 식으로 카메라 앞에 등장하는 주변인들의 회고는 현재와 과거의 시점을 오가면서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쉬안화 감독은 3일 기자회견에서 "주변인들이 각자 전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샤오홍뿐 아니라 역사를 대하는 다양한 관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관객에게도 각자 다른 시각에서 샤오홍을 평가할 기회를 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극중 일본으로 홀로 유학을 떠난 샤오홍은 "자유롭고 편안하고 경제적 압박도 없는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시대일까. 새장 속에서 보내는…"이라고 읊조린다.

오히려 숱한 고난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글을 쓴 중국에서의 나날들이 고통스럽지만 위대했던 '황금시대'로 읽힌다.

"버틴 것은 그냥 그렇게 지나가고 못 버틴 것은 자연의 섭리에 따랐다"는 극중 샤오홍의 독백처럼 설령 끝내 버티지 못했더라도 분투했던 그 삶 자체만으로도 값지기 때문이다.

"고통스럽게, 위대하게"…中천재작가 샤오홍의 '황금시대' - 4

제작진이 7개월간의 장소 섭외 끝에 5개월간 1만3천km를 이동하며 하얼빈과 상하이, 산시, 우한, 홍콩 등을 누빈 덕에 영화 속 허름한 여관의 벽조차도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섬세한 연출이 강점으로 평가받는 쉬안화 감독과 특유의 분위기를 간직한 탕웨이의 조합은 샤오훙을 훌륭하게 되살려 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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