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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사이버망명' 안이하게 볼일 아니다

송고시간2014-10-0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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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카카오톡 등 국내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가 해외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서비스를 이전하는 `사이버 망명'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느닷없는 현상도 아니다. 지난달 19일 검찰의 사이버 검열 강화 방침에 뒤이어 사이버 공간에 대한 실시간 감시 논란이 일면서 불거진 일이다. 대화내용이 암호화되고 서버를 외국에 둔 독일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텔레그램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검찰의 발표 직후 1주일 만에 텔레그램 국내 이용자 수가 2만 명에서 25만 명으로 급증했고 현재 앱 스토어 무료 앱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찰, 검찰, 정치인들의 가입도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텔레그램의 암호화 기술이 특별한 것도 아니고 카톡의 사용량이 줄어들지도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단순히 과장과 오해로 치부하는 것도 안이한 상황인식이다.

국내이용자가 국내 관련법 적용을 피하려고 서버를 외국에 두는 서비스로 이전하는 사이버 망명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다. 지난 2007년 인터넷 실명제 도입 직후와 2009년 검찰의 PD수첩 작가 메일 공개직후 해외 사이트로, 해외 전자메일 계정으로 국내 이용자들의 이동이 있었다. 이번 논란의 발단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한 뒤 검찰이 19일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신설하는 등 사이버 검열 강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모바일 메신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은 수사대상에서 제외라고 해명했지만 지난 1일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지인들과 카톡 대화 내용을 사찰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메신저서비스 검열에 대한 우려는 증폭됐다. 서비스 제공업체인 다음카카오측은 대화내용의 서버 저장기간을 2∼3일로 대폭 축소, 검ㆍ경이 영장을 발부받아 자료 요청을 하더라도 대화내용은 볼 수 없게 된다고 밝혔지만 논란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다.

검찰과 서비스업체의 해명에도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검열 우려가 과장됐고 암호화 기술 등도 다른 서비스와 별반 다르지 않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텔레그램과 같은 외국 메신저서비스는 서버를 외국에 두고 있다. 외국 수사기관과 공조해 외국 통신사업자도 수사한 사례가 있다는 당국의 설명이지만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관련법의 직접 적용을 받는 우리 기간통신사업자나 메신저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와 사정이 다르다. 국내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옮기는 주된 이유다. 그 기저엔 개인의 내밀한 메시지를 남이 볼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한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불만과 인터넷 검열 자체에 대한 염증이 자리하고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으로 인해 정보통신기술을 발판으로 창조경제를 육성하겠다는 정부정책의 동력도 훼손된다. 국민의 불신은 커져 사이버 명예훼손을 엄단하겠다는 수사 당국의 합법적 집행수단도 효력이 떨어진다. 어느 측면을 살펴봐도 검찰 등 수사당국의 자충수다. 논란과 부작용을 바로잡을 책무도 당국에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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