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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들 80∼90대 고령에 '살인적 외국출장'

송고시간2014-10-22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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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 더 알려야 하는데"…체계적 지원시스템 절실

지난 8월 4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일본군 강제동원 군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에 참석한 이옥선(87, 왼쪽), 강일출(86) 할머니.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8월 4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일본군 강제동원 군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에 참석한 이옥선(87, 왼쪽), 강일출(86) 할머니.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연합뉴스) 이강원 특파원 = "죽기 전에 일본군 위안부 실상을 더 알리겠다는 의욕은 강한데…할머니들은 고령에 살인적 출장에도 돈이 없어 이코노미석을 탑니다"

지난 8월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으로 향하는 관문인 유니언시티에 세워진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에 참석한 이옥선(87), 강일출(86) 두 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당일 저녁 주최 측이 맨해튼 유명공연장 링컨센터에 올린 군 위안부 연극 '위안'을 관람하지 못했다.

뉴욕 최고의 공연장에서 있은 군 위안부 연극행사에서 두 할머니의 생생한 증언을 듣고자 했던 관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예고 없는 '불참'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90살을 바라보는 두 할머니의 체력이 바닥난 탓이었다.

당시 두 할머니는 서울을 떠나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뉴욕과 워싱턴을 오가는, 고령의 할머니들로서는 가히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쉴 틈없는 일정에도 할머니들은 "우리가 죽기 전에 일본군 위안부 실상을 더 알려야 한다"는 강한 의욕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두 할머니는 이례적으로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들까지 만났을 정도로 '소명의식'을 갖고 임했지만, 할머니들의 의욕은 바닥난 체력을 이기지 못했다.

두 할머니는 태평양을 건너는 장시간의 비행 중에 젊은 사람도 힘이 부치는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다. 미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비행 여독'으로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던 것이다. 연극 행사 불참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가운데 최고령인 김복득(97) 할머니를 비롯해 현재 살아 계신 할머니는 50명이다.

이들은 군 위안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고령을 무릅쓰고 국내외 행사에 참석하지만, 이들의 '출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곳은 사실상 전혀 없다.

할머니들은 행사 주최 측이 마련한 항공표와 숙소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주최 측으로선 빠듯한 예산 때문에 비즈니스석 항공권은 엄두도 못 낸다. 그럼에도, 할머니들은 체력 소진을 무릅쓰고 출장에 나서는 것이다.

군 위안부 할머니 생존자가 몇 명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홀대'는 결국 위안부 문제에 대한 무관심과 홀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미국에서 한인들의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을 주도하는 시민·사회 단체인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석 상임대표는 21일(현지시간) "당시 두 할머니가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미국으로 왔다면 행사 불참이라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민참여센터는 당시 두 할머니의 방미를 주선했지만, 당시에도 '돈 문제' 때문에 할머니들은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다.

김 대표는 "정부나 공공단체, 기업들이 나서서 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정부, 공공단체, 기업 모두 군 위안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 사안의 중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할머니 출장 지원'과 같은 실질적인 문제까지 세심하게 신경쓰지는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영업과 마케팅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지원을 꺼린다는 얘기까지 있다.

김 대표는 "현재 미국 연방의회 일부 의원들이 두 할머니의 2차 방미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할머니들이 더 편안하게 미국에 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gija0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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