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전국 사찰서 도난당한 조선시대 불교문화재 48점 회수

송고시간2014-10-22 12: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송광사 등 20개 사찰서 도난…보물급 포함·점당 수억원 가치

다시 찾은 성보전
다시 찾은 성보전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 조계종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다시 찾은 성보전'에서 관람객들이 최근 도난됐다가 회수된 불교문화재들을 살펴보고 있다.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한 사립박물관장이 몰래 보관하던 조선시대 도난 불교문화재 수십 점이 경찰과 문화재청에 의해 회수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남 순천 송광사와 충남 예산 수덕사 등 전국 20개 사찰에서 도난된 불교문화재 48점을 보관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서울 소재 한 사립박물관장 권모(73)씨와 그에게 매매를 알선한 A 경매업체 대표 이모(53·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는 지난 1989년 5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20차례에 걸쳐 경북 청도 용천사 '영산회상도', 수덕사 '지장시왕도', 충북 제천 정방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등 조선시대 도난 불교문화재 48점을 사들여 서울과 경기도 성남 소재 수장고 7곳에 보관한 혐의다.

권씨는 문화재 31점을 담보로 개인 사채를 끌어쓰다가 이자를 내지 못하게 되면서 도난 문화재 5점 등 16점이 경매에 넘어가는 바람에 범행이 들통났다.

경찰은 B 경매업체의 경매에 도난 문화재가 포함됐다는 조계사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으며, 지난 5∼8월 문화재 48점을 회수했다.

'이것이 정방사 목조관음보살좌상'
'이것이 정방사 목조관음보살좌상'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 조계종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다시 찾은 성보전'에서 한 관람객이 제천 정방사 목조관음보살좌상을 살피고 있다.

권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교 문화재에 대한 애착이 커 오랜 기간 관련 문화재를 수집해왔으며, 도난 문화재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회수된 문화재들이 문화재청의 '도난 문화재 정보'와 조계종의 '불교문화재 도난백서'에 등록된 만큼, 문화재 전문가인 권씨가 몰랐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봤다.

회수된 문화재들은 조선 중·후기에 만들어진 것들로 당시 불교문화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점당 추정가가 수억원을 웃돌뿐만 아니라 보물급 문화재도 10점 이상 포함됐다. 정방사 '목조관음보살좌상'은 이미 충북 유형문화재 206호로 지정된 작품이다.

실제로 B 경매회사에 출품된 5점 가운데 용천사 '영산회상도'는 경매시작가가 3억 5천만원에 추정가는 6∼7억원에 이르기도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회수된 불화 23점 가운데 17세기 작품이 1점, 18세기 작품이 10점"이라며 "18세기 후반의 불화가 최근 보물로 지정된 사례와 17세기 불화가 굉장히 드문 점을 고려하면 보물로 지정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회수된 문화재 가운데 경북 청도 대비사 '영산회상도'는 17세기 후반 불화의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어 보물급 문화재로 평가된다.

영상 기사 '되찾은 보물'…도난 불교문화재 48점 회수
'되찾은 보물'…도난 불교문화재 48점 회수

'되찾은 보물'…도난 불교문화재 48점 회수 [앵커] 경찰이 끈질긴 수사 끝에 전국의 사찰에서 도난당한 문화재 48점을 회수했습니다. 이 중에는 보물급 불화 10여 점도 포함돼있는데요. 경찰과 문화재청은 도난 문화재 회수를 위한 공조체제를 갖추기로 했습니다. 김동현 기자입니다. [기자] 부처의 온화한 얼굴과 밝은 색감이 특징인 53불도. 1998년 순천 선암사에서 도난당했던 작품으로 부처 53 존을 6쪽에 나눠 그린 매우 희귀한 작품입니다. 드물게 남아있는 17세기 불화 '영산회상도'와 독특한 구성으로 작품성이 높은 '삼장보살도' 충청북도가 문화재로 지정했던 불상까지. 전국의 사찰에서 도난당했다 약 넉 달간의 수사 끝에 경찰이 되찾은 문화재로 모두 48점에 이릅니다. 이 중 보물급 불화만 11점. <박도화 박사 / 문화재 감정위원> "큰 법당에서 예배 대상이 됐던 불화거든요. 크기도 크고 작품성도 있고 연대도 확실하기 때문에 수 억원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경찰은 도난 불교문화재 수십 여 점을 보관해오던 사립박물관장 권 모씨와 매매를 알선한 경매업체 대표 이 모씨를 불구속 입건하는 등 13명을 적발했고 해외로 도망간 매매업자를 쫓고 있습니다. 도난 문화재의 경우 공소시효가 지나 매매에 넘기는 경우가 많아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적발되도 처벌이 쉽지 않습니다. <장보은 / 광역수사대 지능3팀장> "문화재 자체는 오래될수록 가치가 오르기 때문에 보통 공소시효 이후에 유통되는 특징이 있고요. 본 건의 피의자들도 처벌을 면하고 있습니다." 도난당한 뒤 행방을 모르는 불교 문화재는 접수된 것만 8백여 건. 문화재청과 조계종, 경찰은 불교문화재의 도난을 막고, 도난된 문화재를 조속히 회수하기 위한 공조 체제를 갖추기로 했습니다. 뉴스Y 김동현입니다. 연합뉴스TV 제보:02-398-4409, yjebo@yna.co.kr

전남 순천 선암사 '53불도'는 석가모니불 등 53불을 6폭의 그림에 나눠 그려 대승불교의 다불사상(多佛思想)을 표현한 작품으로 비슷한 사례가 적어 매우 희귀한 작품이다.

경북 예천 보문사 '삼장보살도' 역시 일반적인 삼장보살도와는 다른 독특한 구성으로 가치가 높다고 문화재청은 전했다.

그러나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도난품임을 숨기려 고의로 훼손한 작품들도 있다.

경북 삼척 영은사 '영산회상도'와 경북 청송 대전사 '신중도' 등은 불화의 제작자와 봉안장소 등을 담은 기록인 '화기'(畵記)가 오려졌다. 전북 전주 서고사 '나한상'은 경매 출품을 목적으로 조각상을 덧칠해 마치 다른 작품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경찰은 권씨 외에도 해외로 도망간 매매업자 정모(66)씨를 쫓고 있다. 이 밖에 도난 문화재 유통에 개입한 매매업자 정모(55)씨 등 5명은 공소시효가 완성돼 '공소권 없음'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으며, 같은 혐의를 받은 매매업자 4명은 이미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문화재에 대해서는 매매 허가제를 도입해 허가 없이 팔린 문화재가 도난품으로 확인되면 매매를 무효로 하고,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수된 문화재들은 현재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이며, 추후 피해 사찰로 환수될 예정이다.

tsl@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