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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퍼 "북한이 '특사'로 인정 안해"…방북 뒷얘기

송고시간2014-11-16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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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인터뷰서…"북한 떠날때까지 임무 완수 확신 못해"면담 상대는 김원홍 안전보위부장·김영철 정찰총국장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이달 초 방북했을 때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그를 상대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클래퍼는 또 북한을 떠나기 직전까지 케네스 배와 매튜 토드 밀러를 데리고 귀환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클래퍼와의 인터뷰를 통해 클래퍼 일행의 방북 전과정과 뒷얘기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클래퍼는 더 광범위한 평화 교섭안 등을 들고 오지 않은데 북측이 실망했지만, 억류자 석방에 대한 구체적인 대가를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을 전격적으로 풀어준 북한이 미국 정부에 다른 두 억류자의 석방 문제를 논의할 각료급 대표단의 방북을 요청한 것은 이달 1∼2일께였다.

북한은 미국에 '고위 특사' 파견과 함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백악관은 특사로 행정부처 장관이나 외교관은 아니면서도 각료급인 클래퍼를 낙점했다.

이에 따라 이달 3일 회의 참석차 캐나다 오타와로 날아가던 클래퍼는 비행기에서 전화를 받고 워싱턴DC로 곧장 되돌아와 그날 저녁 백악관에서 북한에 가서 뭘 얘기하고 뭘 얘기하지 말아야 할지를 놓고 긴급 전략회의를 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북한 방문은 일종의 내 '버킷 리스트'(반드시 하고 싶은 일)였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날인 4일 새벽 2시 C-40 공군 전용기를 타고 워싱턴DC 인근의 앤드루 공군기지를 떠났다.

그러나 중간 급유지인 괌에서 비행기 고장으로 하루 반을 허비한 뒤 현지시간으로 7일 오후 7시에 평양에 착륙했다.

클래퍼는 "비행기 지연으로 비밀 임무가 공개될까 조마조마했다"고 털어놨다.

공항에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 클래퍼와 그의 비서, 그리고 의사로 구성된 소규모 대표단을 맞았다.

클래퍼는 "영빈관으로 향하는 45분은 무한 시간 같았다"며 "차에 타자마자 김원홍과의 토론과 대화가 시작됐다. 북측은 엄청난 돌파구를 기대하고 있었다. 국가 인정이나 평화협정 같은 빅딜을 제시하기를 원했는지 모르지만, 그걸 위해 거기 간 건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실망했다"고 소개했다.

클래퍼 일행은 평양 시내 음식점으로 안내됐다.

이번엔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접대했다.

3시간 동안 이어진 식사 시간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나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등 북한과 미국이 서로 '도발행위'로 여기는 사안 등을 놓고 토론했다.

밤 11시15분께 식사가 끝나자 클래퍼는 일행과 숙의한 끝에 오바마 대통령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전달할 때라고 결정하고 김영철에게 서한을 건넸다.

북측이 다음날 일정을 얘기해주지 않았고 또 누구를 만날지 몰랐기 때문이다.

영어로 된 편지에는 클래퍼가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 특사이고 '긍정적 제스처'로 두 명의 미국인 억류자를 석방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클래퍼는 직접 인용을 거절했지만, "사과는 아니었다"고 못박았다.

다음 날 의사가 케네스 배와 밀러를 만나는 동안 클래퍼는 그날 일정에 대한 어떤 고지도 받지 못한 채 영빈관에 머물러야 했다.

낮 12시께 한 북한 관리가 클래퍼에게 북한 당국이 그의 신분을 강등했으며 단지 두 명의 억류자를 데리러 왔기 때문에 그를 더는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알려줬다.

클래퍼는 "이 관리는 아울러 새 신분을 고려할 때 북한 당국이 내 신변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평양 시민들이 우리가 억류자들을 제거하러 온 줄 알고 격앙해 있다는 등의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3시간가량 지난 뒤 다른 관리가 와서 20분을 줄 테니 짐을 싸라고 했다.

이어 고려호텔로 가서 어떤 방에 들어가자 검사로 보이는 관리들이 있었고 케네스 배와 밀러가 인민군 병사들에 이끌려 나타났다.

김원홍이 들어오자 마치 재판장이 법정에 들어서는 것처럼 모두 기립했다.

김원홍은 케네스 배와 밀러의 사면을 승인한다는 김 제1위원장의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클래퍼는 "김원홍이 나에게 '장래에는 억류자 사안이 아닌 다른 현안으로 대화를 나누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케네스 배와 밀러가 죄수복을 평상복으로 갈아입자 클래퍼 일행은 리무진을 타고 공항으로 돌아갔다.

클래퍼는 자신들을 공항으로 안내한 또 다른 젊은 북한 관리를 익명의 '대화 상대'(interlocutor)라고 표현하면서 그에게서 '희망을 여지'를 봤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다시 말해 김원홍, 김영철 등 그가 접한 늙은 관료들은 말이 통하지 않지만, 이 대화 상대에게서는 대화나 협상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을 느꼈다는 것이다.

클래퍼는 "김정은 휘하의 나이 든 세대는 자기 얘기에만 집착하고 변화하려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케네스 배와 밀러, 의사가 귀국하는 비행기의 앞좌석에 앉고 자신은 뒤쪽에 자리를 잡았지만, 사생활 보호 문제 때문에 이들과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다고 클래퍼는 덧붙였다.

8일 저녁 공군 전용기가 시애틀 근처 공군기지에 착륙했고 클래퍼는 조종석에서 석방된 억류자들이 가족과 재회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하러 워싱턴DC로 귀환했다.

key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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