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③ 유통단계 보완 등 과제 남아(끝)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 도서정가제 전면 도입 이후 제도의 조기 정착 여부와 함께 이후 남겨진 보완 과제들 또한 주된 정책적 관심사로 대두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정가제를 통해 무엇보다 '중소서점 보호'의 정책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도서 공급의 기반을 늘리고 가격 경쟁보다는 도서의 질적 경쟁을 유도해 결과적으로 건전한 출판문화를 조성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 중소서점 간 가격 격차가 줄어들어 가격 경쟁력 제고가 이뤄지더라도, 중소서점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가격 경쟁력 면에서 중소서점들의 과제는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도매 단계의 가격협상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의 문제다.

지역내 중소서점들 사이의 공동 구매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정작 서점주들의 인식과 실천의지 부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체부와 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소서점주들은 학습참고서의 '공급률 인하'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우선으로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률이란 출판사가 서점에 공급하는 단가를 뜻하는 것으로 도매가로 이해하면 된다. 지역 서점들이 양질의 도서 공급보다는 기존의 참고서 판매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돼 씁쓸하다.

17일 공개된 KDI 정책 보고서는 도서정가제의 부작용으로 "도서가격을 높이고, 비효율적인 기업을 시장에 잔류시킴으로써 손실을 야기한다"는 점을 꼽았다.

도서정가제를 통해 숨통을 튼 중소서점들이 적극적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와 업계가 애써 마련한 정책적 배려가 물거품이 되리란 우려가 나온다.

제도 시행 초기의 정부 감독과 규제 역할은 정책 성패를 가를 요소다.

우선 그간 할인 유통구조에 익숙한 출판사와 주요 유통업자들의 관성을 끊는 것이 숙제다. 카드결제와 배송료 등을 활용해 현행법과 제도상 규제를 피할 방법은 얼마든지 상존하기 때문이다.

문체부와 업체는 제도 시행과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6개월 후 시행령 개정 등 적극적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가격이 아닌 양질의 도서가 시장에서 더 많이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 마련도 중요한 과제다. 문체부 관계자는 "중소서점들이 도서 출판정보와 판매량 등에 관한 정보를 쉽게 접하고 서점 경영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적 정보제공시스템 마련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도서정가제를 통해 숨통을 튼 중소서점들이 이에 안주하지 않고 독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는 변화의 시도에 나서야 한다.

노원문고(대표 탁무권)의 경우 지난 14일 교보문고와 배송대행 협약을 체결해 서점을 찾은 독자가 책을 찾지 못할 경우 온라인 교보문고 배송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대행 협약을 체결했다. 독자의 편의를 높이겠다는 적극적 시도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각 지역 깊숙이까지 책을 공급하는 '실핏줄' 기능 강화를 위해 서점 뿐 아니라 작은 도서관들의 역할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문체부는 작은 공공도서관들이 지역 내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서관 지원 정책을 마련해 시행에 옮길 방침이다.

실제로 협동조합 등 운영 방식을 통해 성공적으로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는 도서관 운영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종로구 삼청공원 내의 숲속도서관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하에 민간이 주도하는 도서관 운영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은 출판문화 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서막일 뿐이다. 가격이 아닌 출판의 질 경쟁이 전면에 부각될 때 독자들 또한 더욱 많은 양서를 접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아울러 전자책 활성화를 위한 출판업계의 적극적 인식 전환과 도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서점 관계자는 "미국의 아마존이 매년 국내를 찾아 시장조사를 하면서 진출을 꾀하는 것으로 안다"며 "지금과 같은 열악한 인프라와 콘텐츠 유통 구조 하에서 아마존 진출이 이뤄진다면 우리 출판시장은 급속도로 잠식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jbk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4/11/18 11: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