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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시간 번 이란 핵협상 쟁점은

송고시간2014-11-2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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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제조가능성 차단-제재해제 조건 맞물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주요 6개국 핵협상 시한 연장 문제에 관해 협의에 들어가기 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주요 6개국 핵협상 시한 연장 문제에 관해 협의에 들어가기 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내년 7월로 또 한차례 타결 시한이 연장된 이란 핵협상의 핵심 쟁점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서방의 대(對) 이란 경제제재 해제 조건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이 이란에 요구하는 우라늄 농축 중단, 농축 우라늄 희석, 아라크 중수로 설계변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원심분리기 감축 등은 모두 이란의 핵무기 제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핵무기를 제조하려면 농도가 90% 이상인 고농축 우라늄-235 또는 플루토늄-239가 개당 250㎏ 정도 필요한데 이를 농축하려면 원심분리기 수만 세트가 필요하다.

이란은 현재 농도 20%의 우라늄 186㎏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무기를 제조할 수준의 농도는 아니지만 서방은 '위험수위'로 보고 있다.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플루토늄을 얻지 못하도록 현재 가동 중인 원심분리기를 1만 개에서 4천 개 정도로 줄이라는 게 미국의 요구 조건이다.

내년 가동될 아라크 중수로를 경수로로 설계를 변경하라는 미국의 요구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채광·정련·화학적 처리를 거쳐야 하는 우라늄과 달리 플루토늄은 중수로 가동 과정에서 비교적 쉽고 '은밀하게' 얻을 수 있는 탓이다.

IAEA의 사찰도 당연히 핵무기와 직접 연관된다.

미국은 이란이 우라늄 채광부터 농축, 사용후 핵연료 저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과 모든 시설을 하나도 빠짐없이 IAEA가 매일 감시해야 한다는 '추가의정서' 적용을 요구한다.

핵주기 상 1g이라도 우라늄이 몰래 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와 같은 강경파는 '추가의정서 플러스(+)'까지 언급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란이 IAEA에 비공개한 파르친의 대규모 고폭장치 실험 시설을 미국과 IAEA가 문제 삼는 것도 기폭실험이 핵무기 제조에 꼭 필요해서다.

미국과 서방은 이란이 IAEA의 사찰을 받지만, 과거의 경험이 비춰 비밀 장소에서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의심하는 이런 모든 핵 프로그램이 '오로지 평화적·산업적·과학적' 목적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란이 미국에 요구하는 경제제재 해제는 방법과 시기를 놓고 양측의 이견이 크다.

1979년 11월 주테헤란 미대사관 점거 뒤 시작된 대(對) 이란 경제제재는 이후 30여 년간 실행 주체와 횟수를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란이 원유·가스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지만 서방의 경제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민생이 매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이란 정부는 이런 경제제재를 일괄적·영구적으로 즉시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은 경제제재를 이란의 핵활동 중단에 대한 확신과 물증을 보고 단계적으로 풀고,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면 다시 제재를 되살리는 가역적 조건을 붙이자고 주장한다.

이들은 특히 이란에 가장 타격을 주는 에너지와 금융 제재는 이란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했다는 확증을 내놓을 때까지 내주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을 요구한다.

경제제재 해제는 두 정부의 결단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점도 핵협상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석유화학제품 수출과 일부 자동차 관련 제재는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이어서 대통령의 결심만으로도 해제할 수 있지만 국방수권법(NDAA) 등은 의회가 동의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의 제재 역시 28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완전히 해제할 수 있다.

협상의 유효 기간도 양측간 이견이 크다.

미국은 협상 타결 뒤 적어도 20년간은 유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란은 3∼5년 정도로 정하고 만료되면 협상을 다시 하자고 주장한다.

일부 언론에선 미국이 이란의 미사일 사거리를 150㎞로 줄이라고 요구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우라늄을 농축해 핵탄두를 제조해도 장거리 미사일 기술이 없으면 사실상 무용지물인 탓이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2천㎞에 달하는 지대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란 핵문제는 북한과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기술적인 문제에 앞서 협상이 교착되는 배경엔 이란과 서방의 해묵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협상이 성사되려면 양측 모두 자신의 주장을 일부 양보해야 하지만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탓에 덜컥 양보해 줬다가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의심이 여전하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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