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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서 퍼거슨 시위 사흘째…일단 진정 기미(종합2보)

송고시간2014-11-2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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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평화적 시위…400여명 체포·주정부군 2천여명 곳곳 배치런던서 동조 시위…추수감사절 거치며 소강국면 접어들 듯

눈보라 속 시위 중인 미국 퍼거슨 여성
눈보라 속 시위 중인 미국 퍼거슨 여성

(퍼거슨<미국 미주리주>=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눈보라가 흩날린 26일(현지시각)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 경찰서 맞은 편에서 두 명의 여성이 대배심의 불합리한 결정에 항의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샌프란시스코·퍼거슨=연합뉴스) 노효동 심인성 임화섭 장현구 특파원 =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촉발된 소요 사태가 26일(현지시간) 사흘째로 접어들면서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소요 사태의 진앙인 퍼거슨 시는 물론 수도 워싱턴DC와 뉴욕,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미국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이어졌으나 대부분 평화롭게 진행됐다.

특히 지난 이틀간에 비해 시위참가 규모가 많이 줄어들고 대규모 폭동이나 약탈·방화와 같은 불상사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 퍼거슨 시에서는 약한 눈과 진눈깨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간헐적인 시위가 이어졌다.

오전에는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시청 건물 앞에 시위대 200여 명이 모여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총으로 사살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에 대한 모의재판을 열었고, 이중 몇 명이 시청건물 안으로 진입해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외치다가 3명이 체포됐다.

저녁에는 진눈깨비가 내리고 기온이 급격히 내려간 가운데 시위대 40명이 퍼거슨시 경찰서 앞에서 피켓을 든 채 심야 집회를 벌였다. 그러나 첫날과 둘째 날 처럼 구호를 외치거나 소동을 벌이지는 않았다.

미주리 주 정부는 25일 밤부터 주 방위군의 숫자를 기존의 세배인 2천200명으로 늘리고 추가 경찰 병력을 투입하는 등 퍼거슨 시내와 외곽 곳곳에서 치안활동을 대폭 강화했다.

우리 손 든 거 보이지?
우리 손 든 거 보이지?


(AP=연합뉴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의 백인 경관 불기소 결정에 반발하는 전국적인 소요가 사흘째로 접어드는 가운데 2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중심가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던 사람들이 경찰이 보이자 손을 든 채 무릎을 꿇고 있다.



Protesters kneel down with their hands up in front of Los Angeles police officers in downtown Los Angeles on Wednesday, Nov. 26, 2014. People protesting the Ferguson, Mo., grand jury decision took to the streets in cities across the U.S. for a third day Wednesday. (AP Photo/Damian Dovarganes)

퍼거슨 시 주민들은 이날 오전 자발적으로 청소작업반을 꾸려 시위대가 방화하고 약탈한 세인트 루이스 카운티 주변 상가와 거리를 청소하는 등 지역사회를 정상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추수감사절 특수를 기대하던 많은 상점들이 이번 소요사태로 문을 닫았고 학교는 다음 달 2일까지 문을 닫기로 했다.

워싱턴DC와 뉴욕, 댈러스, 애틀랜타 등 미국 주요도시에서도 집회와 시위가 있었으나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은 지금까지 이번 시위와 관련해 미국 전역에서 400여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퍼거슨 씨의 경우 24일 61명, 25일 45명이 각각 체포됐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하거나 도로 점거, 경찰관 폭행, 음주 소란 등의 혐의로 173명이 체포됐다.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서도 200여 명의 시위대가 일부 상점을 공격하는 일이 발생해 상당수 체포됐으며,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경우 300여 명의 시위대가 버스와 경전철 교통을 막자 경찰이 최루가스를 사용해가며 체포작업을 진행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영국 런던에서도 수 천명의 군중이 모여 "손들었으니 총 쏘지마"라는 구호를 외치며 동조시위를 벌였다.

이번 소요사태가 더는 격화되지 않는 데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폭력시위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력히 경고한 것이 한 몫한데다 추수감사절 연휴라는 시기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시카고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좌절감은 단순히 특정 사건에 대한 것이 아니라 많은 유색인종 공동체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것이지만, 좀 더 생산적인 방식으로 좌절감을 표현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빌딩과 차를 불태우고 재산을 파괴하면서 시민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방식에는 관용이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지난 24일 밤 시민운동가들과 전화통화를 갖고 퍼거슨 시 경찰의 법 집행 관행에 대해 '공격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경찰, 미국 퍼거슨 시위 장소 봉쇄
경찰, 미국 퍼거슨 시위 장소 봉쇄

(퍼거슨<미국 미주리주>=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미국 미주리주 고속도로순찰대가 26일(현지시각) 석 달 넘게 시위가 벌어진 퍼거슨 시 웨스트 플로리샌트 거리를 봉쇄하고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은 대배심의 경관 불기소 결정으로 방화와 약탈이 자행된 24일 밤 이후부터 이 도로를 봉쇄했다.

미국 시민권을 위한 법률가 위원회의 바버라 안와인 사무국장과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의 로라 머피 변호사 등은 "홀더 장관이 강도높고 신속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사가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법무부가 조사결과 퍼거슨 시 경찰이 조직적으로 시민권리를 위반했다고 결론지으면 이를 금지하는 1994년 연방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법무부는 퍼거슨 시 경찰에 대해 독립적인 감시기구를 설치하거나 새로운 훈련프로그램을 부과하는 등 강도높은 개혁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숨진 마이클 브라운의 부모는 이날 NBC 방송에 출연해 백인 경관 윌슨이 최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결백을 주장한 것을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어머니 레슬리 맥스패든) "미친 소리"(아버지 마이클 브라운 시니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다만, 어머니인 레슬리 맥스패든은 "우리가 처음부터 말해온 것은 평화적 시위"라며 "이성적인 마음으로 생각해달라"며 폭력시위 자제를 촉구했다.

미국 활동가연대 회장인 알 샤프톤 목사는 이날 뉴욕에서 마이클 브라운의 가족을 비롯해 최근 경찰관의 총격에 의해 숨진 흑인 세 명의 가족들을 만났다.

고(故)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장남인 마틴 루터 킹 3세는 논평을 내고 "대배심 앞에서 대런 윌슨과 다른 증인들을 왜 대질 심문하지 않았는지 가장 큰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는 시민운동 단체인 '인권을 위한 블랙아웃'의 라이언 쿠글러 대표가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블랙프라이데이'에 소비를 하지 말자는 운동을 전개해 눈길을 끌었다.

백인 경관 윌슨에 대한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추수감사절 연휴가 끼인 주말을 거치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미국의 각종 흑인 인권단체와 시민운동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항의시위를 벌여나갈 것으로 보여 이른 시일 내에 사태가 수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rhd@yna.co.kr sims@yna.co.kr solatido@yna.co.kr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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