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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성희롱 교수 감싸고 도는 한심한 대학들

송고시간2014-12-0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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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교수들의 제자 성희롱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대에 이어 중앙대, 강원대 등에서도 교수들의 제자 성희롱 사건이 잇따라 불거져 논란이 됐다. 갈수록 세상이 어지러워지고 있다지만 제자를 대상으로 성희롱을 일삼는 교수들이 속출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대학 측의 태도다. 정확한 진상조사나 징계를 생략한 채 대부분의 대학이 문제의 교수를 면직처분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짓고 있다. 면직은 해임이나 파면과 달리 징계에 따른 처분이 아니기 때문에 퇴직금이나 연금 수령, 재취업 등에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성희롱의 피해자인 학생보다 교수들을 감싸는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번에 논란이 된 서울대 수리과학부의 모 교수의 경우도 사표를 제출, 면직처분되기 직전 사회적 논란이 일자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최근 급증하는 교수사회의 성희롱 사건이 대학 측의 솜방망이 처벌로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비판을 대학당국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심지어 중앙대는 성희롱 혐의로 면직처분된 모 교수에게 계속 강의를 맡겨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 교수는 올해 초 연구실에서 여학생의 몸을 만지는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성희롱·성추행한 혐의로 학내 인권센터의 조사를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인정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중앙대는 학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수업을 대체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학기 말까지 그에게 수업을 하도록 했다. 대학 측이 학생들의 성희롱 피해에 얼마나 둔감하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강원대의 경우도 비슷하다. 이 대학 모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2건의 신고가 들어오자 진상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이 교수가 지난 92년 부임한 이래 여학생 다수를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과거 성추행건으로 조사를 받았던 전력도 나왔다. 하지만 대학 측은 이 교수를 면직처분했을 뿐이다.

올해는 유난히 교수사회의 제자 성희롱 사건이 많았다. 국내 최고의 대학으로 손꼽히는 서울대에선 최근 문제가 된 성희롱을 비롯 모두 3차례나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2월 서울대 음대의 한 교수가 제자에게 ‘가슴을 열고 (사진을) 찍어 달라’ ‘엉덩이에 뽀뽀하고 싶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나 진상조사 끝에 5월 파면처분됐다. 지난 8월에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모 교수가 만찬 자리에서 제자들에게 “넌 외모가 중상, 넌 중하, 넌 상이다”라는 식의 인격모독적인 성희롱 발언으로 학생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들 대학 외에도 고려대, 카이스트, 전남도립대, 충남대에서도 유사한 성희롱 사건이 꼬리를 물었다.

이처럼 대학에서 성희롱이 빈발하는 것은 교수가 학생의 성적과 취업 등에 절대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교수의 부적절한 언행을 고발했다가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학생들이 침묵을 지키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실제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가 1945년 해방 이후 2012년 말까지 성희롱 관련 판례· 결정례 304건을 분석한 결과, 3분의 1인 109건의 가해자가 대학교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에 비춰 대학들이 성희롱을 경미하게 처리해 교수사회에 경종을 울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무엇보다 진실규명을 외면한 채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결말짓는 기성세대를 보면서 어린 학생들이 우리 사회에 불신을 키우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대학 측은 교수들의 제자 성희롱 행위에 대한 문제의식을 확고히 하고 학내 인권센터의 활동을 강화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다. 교육부도 성희롱 사건이 많은 대학에 패널티를 주는 방안을 비롯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실제적인 성희롱 근절 대책에 관심을 쏟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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