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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소 항의' 뉴욕시위 수천명 운집…주요 도시 확산(종합2보)

송고시간2014-12-0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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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개혁 발표에도 확산일로…흑인 인권운동가 "13일 국민행진" 오바마 "미국 전체의 문제"…일부 뉴욕 경찰에 '보디캠' 부착

'숨' 막힌다구…
'숨' 막힌다구…


(AP=연합뉴스) '퍼거슨' 사태에 이어 또다시 흑인을 체포하다 숨지게 한 백인 경관에 대한, 대배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시민들이 '숨을 쉴 수 없네'라는 문구를 앞세우며 항의 시위하고 있다.
이 표현은 지난 7월 흑인 에릭 가너(43)가 담배밀매 혐의로 백인 경관 대니얼 판탈레오에게 체포될 때 '목조르기'를 당해 결국 숨진 것을 빗댄 말.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흑인을 체포 중 숨지게 한 백인 경찰에 대한 뉴욕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4일(현지시간) 밤 뉴욕을 비롯한 미국 동부의 주요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뉴욕의 시위대는 시위 이틀째를 맞아 수천 명으로 불어났고 워싱턴DC, 시카고, 보스턴, 피츠버그, 볼티모어에서도 각각 수백 명의 시위대가 동조 시위에 나섰다.

뉴욕 경찰이 지난 7월 흑인 에릭 가너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 졸라 숨지게 한 이번 사건에 대해 연방 정부가 '공정한 재조사'를 약속하고, 뉴욕시도 경찰의 수사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격앙된 민심을 가라앉히는 데 주력했지만 미국인의 공분은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흑인 인권 운동가들은 이달 13일 워싱턴DC에서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국민행진'을 갖겠다고 공언하는 등 지난달 '퍼거슨 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인종갈등이 이번 사건을 기폭제로 악화되고 있다.

◇ 뉴욕 이틀째 대규모 야간 시위…주요 도로 통제

맨해튼 남부 폴리스퀘어에는 이날 저녁 수천 명의 시위자들이 운집했다.

3∼4천 명에 이를 것으로 짐작되는 시위대는 "정의 없이 평화 없다", "모든 시스템을 폐쇄하라", "차별주의 경찰은 필요없다" 등의 격한 구호와 함께 가너가 죽어가며 남긴 "손들었다. 쏘지마",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을 외쳤다.

'불기소 항의' 뉴욕 시위
'불기소 항의' 뉴욕 시위

'불기소 항의' 뉴욕 시위

(AP=연합뉴스) '퍼거슨' 사태에 이어 또다시 흑인을 체포하다 숨지게 한 백인 경관에 대한, 대배심의 불기소 처분에 분노한 시민들이 4일(현지시간) 뉴욕의 폴리 광장을 메운 채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날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 대배심은 지난 7월 흑인 에릭 가너(43)를 담배밀매 혐의로 체포 도중 '목조르기'를 하다 숨지게 한, 백인 경관 대니얼 판탈레오를 기소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시위대 일부는 이어 맨해튼 서부 간선도로인 '웨스트사이드' 고속도로를 점거, 경찰과 대치한 가운데 거리행진을 벌였다.

다른 일부는 맨해튼 남부에서 다리를 건너 브루클린으로의 진입을 시도했고 이 때문에 경찰은 브루클린 다리의 한쪽을 통제했다.

맨해튼과 뉴저지 주를 잇는 '홀랜드 터널' 역시 경찰에 의해 한때 봉쇄되는가 하면, 맨해튼과 스태튼아일랜드 사이의 통근 여객선 운항도 밤 9시부터 중단됐다.

경찰은 시위가 맨해튼 밖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곳곳을 통제했으나 그럼에도 브루클린에서는 교통이 차단된 중심가 사거리에서 수백 명의 항의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거리 한복판에서 일제히 모형 관을 놓고 죽은 듯 땅바닥에 드러눕는 '다이인'(die in) 시위를 벌였다.

◇ 주요 도시마다 대규모 거리행진·드러눕기

수도 워싱턴DC에서는 전날에 이어 100여 명이 백악관 근처 간선도로에서 거리행진과 '다이인' 시위를 했다.

보스턴에서는 도심 '보스턴커먼'에서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에 맞춰 수 백 명이 거리행진을 통해 분노를 표출했다.

또 '백인'경관 한테…
또 '백인'경관 한테…


(AP=연합뉴스)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에 이어 뉴욕에서도 흑인이 백인경관에 의해 숨지는 사건이 불거진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4일(현지시간) 시위자들이 길거리에 누워 항의하고 있다.





횡단보도 드러누운 뉴욕의 분노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 대배심이 흑인을 숨지게 한 백인 경관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데 분노한 뉴욕 시민들이 3일(현지시간) 항의 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 시위자가 길에 횡단보도에 드러누워 통행을 가로막고 있다.

Demonstrators protesting the deaths of two unarmed black men at the hands of white police officers in New York City and Ferguson, Mo. lay in the street during a march through Pittsburgh on Thursday, Dec. 4, 2014. (AP Photo/Keith Srakocic)

시카고에서도 추운 날씨 속에 수백 명이 도심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이 '댄 라이언' 도로를 따라 행진할 때 경찰은 물리적 충돌을 피하면서 시위대를 도로 바깥쪽으로 유도했다.

볼티모어에서도 수백 명의 시위대가 도심에서 시위를 벌이며 점등행사를 막으려 했고, 피츠버그에서도 150여 명의 시위자가 거리에 드러누웠다.

전날 뉴욕에서만 83명이 연행된 가운데 이들 시위는 대체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물리적 충돌이나 부상자도 보고되지 않았다.

◇ 오바마 "누군가 공정하게 대접받지 못하면 문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뉴욕 대배심의 결정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시위 확산에 대해서는 "인종과 지역, 신념을 넘어서는 미국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나라의 누군가가 법에 따라 공정하게 대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문제로,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내 의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날 클리블랜드 경찰에 대해 지난해 3월부터 실시해온 조사 결과를 발표, 지난 몇 년 간 지나친 무력 사용이 만연해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건을 통해 경찰력의 남용을 인정함으로써 악화된 여론을 가라앉히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지역 사회가 경찰을 신뢰하려면 (경찰 업무의) 투명성과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야에 폭발한 보스턴 시민의 분노
심야에 폭발한 보스턴 시민의 분노


(AP=연합뉴스) 흑인을 숨지게 한 백인 경관에 대한 대배심의 잇따른 불기소 처분에 분노한 수천명의 미국 보스턴 시민들이 4일(현지시간) 밤 찰스타운 다리 위에 앉아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뉴욕시 경찰관을 재교육시키는 대책을 발표했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근본적인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우리의 치안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종합대책의 골자는 뉴욕 경찰관이 주기적으로 받는 총기사용 재교육에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시는 아울러 이날부터 2주에 걸쳐 6개 경찰서 소속 경찰관 54명의 유니폼에 담뱃갑 절반 크기의 카메라(보디캠)를 부착, 현장 상황을 녹화하기로 했다.

◇ 미국사회 분열 가속…경찰노조, 백인 경찰관 옹호

흑인 인권운동가들은 이달 13일 워싱턴DC에서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흑인 인권운동가 20여명은 이날 알 샤프턴 목사가 이끄는 단체에서 모임을 갖고 대배심의 결정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퍼거슨 사태'와 '에릭 가너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 임명도 요구했다.

그러나 뉴욕 순찰경찰관노조는 가너를 목조르기로 제압한 백인 경찰관 대니얼 판탈레오의 대응은 적절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패트릭 린치 노조위원장은 "그는 경찰관에게 기대되는대로 (행동)한 모델"이라고 감쌌다.

가너의 부인은 이날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배심의 결정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 어떻게 기소하지 않을 수 있느냐"며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quint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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