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전 비서관 고강도 조사…정윤회 내주 소환(종합3보)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안희 서혜림 기자 =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문건의 내용과 유출 과정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은 5일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소환, 밤늦게까지 강도 높게 조사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출석 직후부터 형사1부에서 문건 내용의 실체와 관련된 조사를 먼저 받았다. 그는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근무할 때 직속상관이었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나오기 전인 올 1월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정씨가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핵심 비서관들과 매월 정기적인 모임을 하며 국정에 개입한다는 취지로 문건의 내용을 구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는 "정윤회씨가 올 4월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연락했다"고 폭로해 논란을 촉발시켰다.

청와대는 "정씨가 조 전 비서관에게 전화했는데 받지 않자 전화를 받도록 해달라고 이 비서관에게 전화한 적은 있지만 둘 사이의 만남은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조 전 비서관은 또 박 경정이 작성한 문건의 신빙성이 60% 이상 된다며 '근거없는 찌라시'라는 청와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런 내용들을 하나하나 따져묻는 조사가 형사1부에서 진행됐다.

아울러 정윤회씨가 박 경정으로부터 문건과 관련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타이핑만했다'는 답을 들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검찰은 조 전 비서관에게 정씨 동향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는지, 사실관계 등을 확인했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10시간 넘게 형사1부에서 문건 내용의 실체에 관해 진술한 조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8시30분께부터 특수2부에서 문건 유출 경위에 관한 조사를 받았다.

특히 조 전 비서관이 제3자를 문건 유출자로 지목한 민정보고가 있었다고 주장한 점과 박 경정이 청와대를 나올 때 다량의 문건을 갖고 나왔던 정황을 알고 있었던 점을 고려해 검찰은 유출 경위, 방조 여부도 캐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문건 유출 사건에 관해 지난 4월 작성한 감찰 보고서를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고서는 문건 유출자를 박 경정으로 지목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은 보고서 내용과 달리 '제3자 유출 가능성'을 언급한 조 전 비서관을 상대로 주장의 근거가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서 조 전 비서관의 신분은 참고인이었다. 그러나 향후 재소환 조사 경과에 따라 박 경정처럼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수도 있다.

앞서 조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 9시 58분께 검찰청사에 나와 '문건 작성을 지시했는지' 묻는 취재진에 "주어진 소임을 성실하게 수행했고 가족과 부하직원들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았다"며 "검찰에서 진실을 성실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 핵심 3인과 갈등을 겪던 와중에 박 경정이 경찰로 원대복귀한 지 2개월만인 올 4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 초 조 전 비서관과 진실 공방을 하고 있는 정윤회씨를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정씨는 지난 3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세계일보를 고소했다.

검찰은 박 경정도 한 두 차례 더 소환해 유출 혐의 부분의 수사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정씨와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 핵심 비서관 3인의 기지국 발신 내역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십상시' 회동 장소로 지목된 강남의 식당 대표는 전날 검찰 조사에서 정씨 등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새벽까지 조사를 받은 박 경정은 문건 내용과 관련해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어도 믿을만한 정보원에게서 확인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을 했지만 구체적인 물증이나 관련 자료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경정과 문건 내용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의 통화기록도 조회했다. 둘 사이의 통화사실 등이 확인됐지만 박 경정이 직접 해당 기자에게 문건을 건넸다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경찰관이나 박 경정의 지인, 청와대의 내부 인사 등 제3자에 의한 유출 가능성을 놓고 여러 설이 제기된 상황인 만큼 추가적인 확인 과정을 더 거쳐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검찰은 박 경정이 작성한 문건을 대통령 기록물로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원본을 확보하려면 임의제출이 아닌 압수수색 방식을 취해야 하지만 박 경정이 작성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검찰은 후속 조치를 늦추기로 했다.

한편 검찰은 박 경정이 압수수색 전날인 2일 직원을 시켜 삭제한 노트북 컴퓨터의 파일 내용을 복구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삭제된 파일이 혐의와 관련된 증거로 드러나면 박 경정에게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추가할 방침이다.

minor@yna.co.kr

prayerah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4/12/05 23:1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