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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불만 분출구'로 변화하는 미국 퍼거슨 시위

송고시간2014-12-0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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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힌다구…
'숨' 막힌다구…

(AP=연합뉴스) '퍼거슨' 사태에 이어 또다시 흑인을 체포하다 숨지게 한 백인 경관에 대한, 대배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시민들이 '숨을 쉴 수 없네'라는 문구를 앞세우며 항의 시위하고 있다.

(댈러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넉 달을 향해가는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 소요 사태와 최근 활화산처럼 일어난 뉴욕 시민의 시위는 백인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따른 흑인 남성의 사망에서 비롯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일 시위를 벌이는 두 도시의 시위대는 연방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부를 향해 흑백차별 철폐와 경찰 훈련법 개선, 사법 시스템 개혁을 주로 외친다.

그러나 미국 전역에서 이들과 연대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위대가 이것만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당 임금인상, 소득 불평등 해소, 빈곤 퇴치 등 갖가지 요구가 난무한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미 전역으로 시위를 확산시킨 퍼거슨 시위가 최근 다양한 불만 분출구의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전했다.

패스트푸드 업체인 버거킹에서 시급 7달러 50센트를 받고 일하면서 퍼거슨 시위에 동참한 카를로스 로빈슨은 "퍼거슨에서 일어난 일과 요즘 최저임금 노동자에게 벌어지는 일을 볼 때 양측 시위대가 모두 기본적인 인권을 위해 싸우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인권 회복이라는 명분에서 두 시위의 목적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USA 투데이는 흑인을 살해한 백인 경찰의 불기소 결정을 내린 세인트루이스 카운티·뉴욕 대배심의 판단에 저항하기 위해 카를로스처럼 미 전역에서 분연히 일어난 시위 시민은 이번 사태에서 느끼는 분노를 미국 사회에 만연한 여러 부조리와 연계하고 있으며 연방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가 퍼거슨 사태의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 만든 '퍼거슨 위원회'의 위원이자 비영리 교사 양성기관인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의 지역 대표인 브리타니 패크넷은 "소득 하위층과 유색 인종이 미국 사회의 불평등으로 심한 고통을 받는다는 점을 볼 때 미 전역의 시위대가 주장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부당함은 서로 연계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에 이어 뉴욕에서도 흑인이 백인경관에 의해 숨지는 사건이 불거진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4일(현지시간) 시위자들이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문구를 앞세우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에 이어 뉴욕에서도 흑인이 백인경관에 의해 숨지는 사건이 불거진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4일(현지시간) 시위자들이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문구를 앞세우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실제 2011년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주장하며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이끈 많은 활동가가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퍼거슨에 모여 한층 진화한 형태의 운동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당시 시위에서 교훈을 얻어 기존 미디어 대신 TV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많은 미국인이 퍼거슨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했다.

또 시위자들이 경찰에 체포되면 이들을 변호할 법률대리인을 더 많이 확보하고 이들의 석방을 위한 보석금도 더 많이 비축하는 등 시위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처럼 다양하게 터져 나오는 목소리를 두고 정작 퍼거슨 시위의 주역인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차가운 쪽에 가깝다.

부조리 해결을 위한 국민적 연대는 필요하나 퍼거슨에서 벌어지는 시위 자체의 명분이 선명성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인트루이스 지역 교회 목사인 데릭 로빈슨은 어느 날 밤 퍼거슨에서 시위 중 경찰에 체포된 16명 중 15명이 외부인이라는 점을 들며 폭력을 동반한 외부 주민의 시위 참가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대배심의 발표 직후 벌어진 시위에서 경찰에 체포된 상당수가 지역 거주민이었고 약탈과 방화를 일삼은 대다수가 외부인이었다"며 앞으로 시위도 주민과 외부인으로 나눠서 하자고 주장했다.

인종 차별의 상징인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구호가 지닌 역차별적인 요소 탓에 이를 바꿔 '모든 이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문구가 퍼거슨에서 등장한 것을 두고 활동가 단체 대표 애슐리 에이츠는 "훌륭한 표현이지만 실제 차별로 고통받는 흑인에 대한 관심을 빼앗아갈 수 있다"며 경고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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