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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충북> 친일파 민영은 토지 소송 '종지부'

송고시간2014-12-17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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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6개월 법리 공방 끝에 청주 '알짜 땅' 시민 품으로"친일재산조사위 판단 절대적 아냐…환수 상설기구 필요"

친일파 민영은 '땅찾기' 승소 기념 동판
친일파 민영은 '땅찾기' 승소 기념 동판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친일파 민영은 후손들의 토지 소송에 대한 청주시민대책위'가 청주 상당사거리에 설치한 민영은 땅찾기 소송 승소 기념 동판. 2014.3.1
jeonch@yna.co.kr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민영은이 친일행위의 대가로 챙겼던 청주 도심의 '알짜' 땅이 4년을 훌쩍 넘긴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곧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이번 소송전은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 조사위원회'(이하 친일재산조사위)가 '국고 환수 대상'에서 제외한 토지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환수할 수 있다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친일 청산을 위해서는 여전히 남은 과제가 많음도 재확인시켰다.

◇ 민영은 땅 국가 귀속 절차 연내 마무리

1905년 6월 충주 농공은행 설립 위원 등으로 활동한 민영은은 대표적 친일파 인사다.

이런 민영은의 후손 5명은 2011년 3월 청주 도심인 청주중학교와 서문대교, 성안길 부근에 있는 민영은 소유의 12필지(총 1천894.8㎡)의 도로를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라며 청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청주지법 1심 재판부는 2012년 11월 청주시에 패소 판결을 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꼭 1년 뒤 원심을 깨고 청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후손들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자 법무부는 문제의 땅을 국가로 귀속하기 위해 지난 2월 24일 후손을 상대로 소유권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가 귀속 재판도 적잖게 애를 먹였다.

후손 5명 중 미국에 사는 후손 1명에 대한 소장 수령 확인이 안 돼 이런 송달 작업에만 넉 달이 넘는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다.

가까스로 재판이 시작되자 후손 4명은 국가가 제출한 소장을 송달받고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들의 변론 없이 재판을 한 뒤 지난 10월 31일 국가 승소 판결을 했다.

소장 송달이 확인되지 않아 공시송달 절차를 거쳐 지난 12일 별도의 재판이 진행된 나머지 후손 1명 역시 끝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이날 변론을 종결한 재판부는 오는 19일 나머지 후손 1명에 대해 선고를 하기로 했다.

후손 4명이 패소한 점으로 미뤄 나머지 1명에 대한 재판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항소 가능성이 희박한 점을 고려하면 민영은 땅과 관련한 모든 소송이 4년 반 만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게 된다.

친일파 민영은 '땅찾기' 승소 기념 동판 제막식
친일파 민영은 '땅찾기' 승소 기념 동판 제막식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친일파 민영은 후손들의 토지 소송에 대한 청주시민대책위'는 1일 상당사거리 인근에서 민영은 땅찾기 소송의 승소를 기념하는 동판 제막식을 했다. 2014.3.1
jeonch@yna.co.kr

◇ 친일재산조사위 환수 대상 제외 결정 넘어선 첫 사례 '의미'

'민영은 땅 찾기 소송'은 친일재산조사위가 규정한 '국고 환수 대상'에서 제외된 토지를 친일재산으로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재판의 항소심을 맡은 청주지법 민사1부(이영욱 부장판사)는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하는 민영은이 취득한 문제의 땅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추정되며, 친일재산조사위의 국가 귀속 결정에 제외된 사정만으로 이를 뒤집기에는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특히 "친일재산조사위의 결정은 대상이 되는 재산이 친일재산에 해당하는지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친일재산 판단은 친일재산조사위 결정과 상관없이 새롭게 사실 관계를 명확히 따지고, 때에 따라선 친일 행적을 훨씬 폭넓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법원의 결정은 앞으로 친일파 후손의 재산 환수 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친일재산 환수, 신성한 국가 의무"

사법부의 판단이 '민영은 땅 찾기 소송'처럼 항상 친일파 후손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일제 강점기에 귀족신분인 '후작'의 작위를 받고 친일을 한 이해승은 친일재산조사위의 국가귀속 결정을 받고도 재판 과정에서 친일행적이 일부 인정되지 않아 국가 귀속 결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친일재산 환수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2006년 7월부터 4년간 활동한 친일재산조사위가 국가에 귀속시킨 친일 재산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친일재산조사위의 활동이 끝나고서는 친일재산 환수 작업을 이어받은 곳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항구적인 일제 청산을 말하면서도 친일파들이 반민족 행위의 대가로 벌어들인 재산을 환수하는 작업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난 셈이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한시적 조직이 아닌 상설위원회 구성이 필요하지만 여의치 않다면 정부 부처 내에 친일재산 조사위의 정신을 잇는 팀을 구성, 지속적인 환수 작업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친일재산 환수는 국가의 신성한 의무"라며 "정치권 역시 입법 활동 등을 통해 적극적인 친일재산 환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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