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쿠바 국교정상화 비밀협상 전말(종합)

(워싱턴 AP·dpa=연합뉴스) 미국과 쿠바가 17일(현지시간) 53년 만의 국교정상화에 합의하기에 앞서 수많은 비밀 협상을 계속해 왔다고 미 정부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봄, 쿠바와 '고위급 채널'을 통한 대화를 허가하면서 양국 간의 비밀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재선에 성공한 직후, 쿠바와 이란 등 오랜 적대관계를 이어온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포함, 두 번째 임기에 추진할 어젠다를 '크게 생각해 달라'(Think big)고 참모진에 요구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쿠바와 관계 개선을 위해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당시 간첩 혐의로 쿠바에서 5년째 갇혀 있던 미국인 앨런 그로스의 석방 없이는 양국 관계 개선도 없다는 전제가 깔렸다.

당시 지명된 존 케리 국무장관은 미국과 쿠바 모두에서 존경받는 바티칸 교황청에 재빨리 도움을 청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막후에서 비밀 외교에 나섰다고 다른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덧붙였다.

미국과 쿠바는 작년 6월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직접 얼굴을 맞댔다. 벤 로즈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리카르도 수니가 중남미 담당 보좌관은 캐나다로 날아가 쿠바와 9차례 협상을 벌였다.

이들은 쿠바 정부의 어떤 인사와 만났는지 지목하진 않았지만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권한을 위임받은 인사들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는 양국의 협상에 관계자를 참여시키지는 않았지만 수도 오타와와 토론토를 지난달까지 이어진 협상의 주무대로 제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3월 프란치스코 교황과 처음 만난 뒤 50여 분간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논의한 다른 문제만큼 쿠바에도 관심을 기울이기로 결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후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쿠바에 수감된 그로스와 미국에서 복역 중인 쿠바 정보요원 3명을 맞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교황청은 양국 대표단을 초청해 교황청 관계자가 참석한 협상을 열었다. 지난 가을 교황청은 미국과 쿠바가 각자의 공약을 제시하고 수감자 맞석방 등을 마무리 짓기 위한 '중요한 협상'을 바티칸에서 주선했다.

케리 장관도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4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 케리 장관은 그로스 석방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그에게 어떤 일이라도 생기면 미국과의 관계 개선 기회는 날아간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쿠바의 정상이 직접 접촉한 것은 올해 10월이었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10월 16일 45분 넘게 통화하면서 맞석방의 구체적인 걸림돌들을 해결한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미국의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밝혔다. 양국 정상이 연락을 취하기는 50년대 말 이후 처음이다.

jylee24@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4/12/18 17:5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