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연합시론> 소니 해킹으로 갈등만 격화된 북미관계

송고시간2014-12-21 17:37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의 미국 상영이 취소되고, 미국 정부가 소니 픽처스에 대한 해킹 공격을 '북한 소행'이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파장이 걷잡을수 없이 커지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공식 성명에서 해킹 공격에 사용된 데이터 삭제용 악성 소프트웨어와 북한 해커들이 과거에 개발했던 다른 악성 소프트웨어가 연계돼 있으며, 북한이 작년 3월 한국의 은행과 언론사 공격에 사용했던 것과 이번 해킹 프로그램이 유사성이 있다면서 "북한 정부가 이번 해킹에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북한의 이번 해킹 공격은 미국에 엄청난 손실을 입혔다"며 "북한에 비례적으로(proportionally) 대응할 것"이라고 말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보복 조치를 경고했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대한 사이버 공격, 고강도 금융제재, 테러지원국 재지정, 주한미군 군사력 증강 등 다각적인 조치를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검토중이라고 한다. 미국과 쿠바간 전격적인 국교정상화 선언으로 북미 관계도 해빙의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던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18일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이어 22일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을 공식 의제화하게 되면 양국 관계는 더욱 험악해질 것으로 보인다.

소니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과 극장 및 관람객들을 향한 테러 위협은 예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 영화 인터뷰의 상영취소로 소니 픽처스는 500억원 가까운 직접적 제작비 손실을 봤을 뿐 아니라 전현직 임직원 등 4만7천명의 신상과 미공개 블록버스터 영화 등 기밀정보까지 유출되면서 천문학적인 손실을 봤다. 이를 지켜본 미국 영화 제작사들 사이에서는 '제 2의 소니'가 될 수 있다는 우려속에 북한을 등장시킨 영화의 촬영을 취소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이번 해킹의 파급력은 가히 짐작할만 하다. 미 FBI의 공식 발표가 아니더라도 북한이 그들의 '최고 존엄'에 대해 취해온 저간의 행태와 영화 시사회를 전후해 보여준 북한 당국의 태도 등에 비쳐볼때 이번 해킹 사건은 북한의 직접적 소행 또는 최소한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음은 자명할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워싱턴이 사건 배후로 자신들을 지목하자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이 사건에 대한 북미 공동조사를 제안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소니가 영화 상영 취소 결정을 내리고, "북미간 첫 사이버 대전에서 미국이 졌다"는 평가들이 나온다고 해서 북한이 자축의 샴페인잔이라도 들어올린다면 이는 오산이다. 영화 인터뷰는 해킹 이전까지만 해도 그다지 호평을 받지 못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수준 낮은 코미디 영화라는 평가가 주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해킹 사태와 상영 취소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 영화는 졸지에 할리우드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표현의 자유의 상징처럼 되고 말았다. 미국의 영화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외부 극단주의자들에게 결코 겁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며 영화 인터뷰가 상영될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자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의도한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북한이 국경을 넘어서까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예술가들의 창의적 표현을 말살하려 한다는 비판만 더욱 커지게 됐다. 미국의 강경대응 천명으로 인해 북측이 내심 원했던 북미 대화도 상당기간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 북한의 국제적 고립은 더욱 심화될수밖에 없다. 우려스러운 것은 북미간 갈등 격화로 인해 한반도의 긴장 파고가 한층 높아지게 됐다는 점이다. 주변 정세가 갈수록 어려워 지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지혜를 모아 역내 긴장완화의 중재자겸 주도자로서의 역할을 찾아 나가길 기대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수도 있을 것이다.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