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상복 무시 못해"
송고시간2015-01-01 08:30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지상파 방송사 3사가 지난 연말 시상식을 열고 한 해 농사를 마무리했다.
2014 시상식에서도 평소 퍼포먼스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수상자들과 시상자들의 소감이 눈길을 끌었다.
시상식과 안방극장을 웃기고 울린 스타들의 말을 모았다.
▲ "지금 생방송 중에 뭐 하는 짓이냐. 귀신인 줄 알았다"(신동엽) = 30일 MBC 연기대상 사회자인 신동엽은 '야경꾼일지'로 여자 신인상을 받은 고성희가 MC석 뒤로 퇴장하자 순발력 있게 상황을 수습했다.
▲ "문희만입니다. 뭐 잘한 게 있어야 상을 받죠. 그렇죠? 그래서 죄송스럽지만, 수상을 정중히 거부하려 합니다"(최민수) = '오만과 편견'에 부장 검사로 출연 중인 최민수는 30일 MBC 연기대상에서 황금연기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시상식에 불참한 그는 자신의 극 중 배역 문희만 검사의 이름으로 수상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메모를 후배 백진희가 대신 낭독하게 했다. 백진희가 끝까지 낭독하지 못한 부분에는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 "세월호 가족 여러분, 용기 잃지 맙시다"(박영규) = 사극 '정도전'에 이인임으로 출연했던 배우 박영규도 31일 KBS 연기대상에서 우수연기상을 받은 뒤 수상소감에서 "세월호 가족 여러분, 내년에 힘차게, 용기를 잃지 말고 살자"고 말했다. 수년 전 아들을 잃은 박영규는 "이렇게 좋은 날 늘 보고 싶은 하늘에 있는 우리 아들"이라며 울먹였고, 아들과 시청자를 위해 노래를 선물한다며 베르디의 오페라 '축배의 노래' 한대목을 열창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 "누구를 그림자처럼 빛내주는 그림자 같은 역할을 많이 했는데 PD분들이 이렇게 뽑아주셔서 감사드린다"(이유리) = MBC TV '왔다! 장보리'에서 악녀 연민정을 소화하면서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배우 이유리가 30일 연기대상을 받은 뒤 밝힌 수상소감이다.
▲ "재현아 미안해"(유동근) = 31일 KBS 연기대상 대상 수상자인 유동근은 대상을 놓고 겨뤘던 조재현을 향해 "재현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둘은 올 상반기 방영된 사극 '정도전'에서 이성계와 정도전으로 각각 분했다.
유동근은 "('정도전'에서) 이성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조재현이라는 멋진 배우, 박영규, 임호, 서인석이라는 멋진 배우들이 있었고 그들의 향연이 매주 뜨겁게 펼쳐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 "'아빠는 이번에도 나쁜 놈이야?'라고 했던 우리 딸들, 보고 있지? 아빠가 주인공을 괴롭혀야 너희가 잘 먹고 잘사는 거다"(정웅인) = 정웅인은 31일 SBS 연기대상에서 '끝없는 사랑'으로 특별연기상 장편드라마 부문을 수상한 뒤 딸들에게 재치있는 인사를 전했다.
▲ "이제 오늘 저는 이걸로 끝났나 봅니다"(유재석) = 30일 SBS 방송연예대상의 유력한 대상후보였던 유재석은 시청자가 뽑은 최고인기상을 받은 뒤 "누군가 꽃다발을 안기며 '넌 이제 끝났어'라고 하더라"라 이같이 말했다. 그의 예감대로 대상은 이경규에게 돌아갔다.
▲ "후배 여러분 발목을 잡아 너무 죄송합니다. 프로그램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상복이라는 건 무시 못 합니다"(이경규) = 방송인 이경규는 30일 SBS 방송연예대상에서 강호동, 유재석, 김병만 등 쟁쟁한 후배들을 제치고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 "9년 전 연습생 시절 모두 제가 비호감이라 (개그맨이) 안 될 거라고 했는데 한 분이 '국주는 잘 될 겁니다'라고 해줬다. 변기수 오빠가 아니었으면 개그우먼이 안 되고 다른 길을 가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이국주) = 요즘 가장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는 개그맨 이국주는 30일 SBS 방송연예대상에서 뉴스타상을 받은 뒤 선배 개그맨 변기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 "20년 전 '가요톱텐'에서 골든컵을 받은 뒤 처음 상을 받는 것 같다"(김정민) = 육아 예능 '오 마이 베이비'로 새롭게 인기를 얻은 가수 김정민은 30일 SBS 방송연예대상에서 베스트 패밀리상을 받았다.
▲ "올해는 정말 도 매니저가 천송이 부럽지 않은, 꽉 찬 한 해였던 것 같다"(김수현) = '별에서 온 그대' 속 천송이(전지현 분) 매니저 도민준으로 인기를 끈 김수현은 31일 SBS 연기대상에서 10대 스타상과 네티즌 인기상을 연이어 받은 뒤 재치있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 "제가 영화 위주로 하다 보니 10대들은 저를 못 알아보기도 한다. 10대 스타상을 받아 너무 기쁘다" (전지현) = 31일 SBS 연기대상 무대에 오른 전지현은 10명의 스타에게 수여하는 10대 스타상을 10대들이 뽑은 스타상으로 오해했다.
▲ "아직 하고 싶은 12개의 프로그램이 남아있다" = SBS 김일중 아나운서는 30일 방송연예대상에서 예능 뉴스타상을 받은 뒤 영화 '명량'의 명대사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를 패러디한 말로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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