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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발자국 따라 두 시간…길 잃은 장애인이 거기에

송고시간2015-01-0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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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양말 차림에 실종된 50대 지적장애인 야산서 구조

눈길에 난 발자국 따라가 실종자 구조
눈길에 난 발자국 따라가 실종자 구조

(가평=연합뉴스) 경기 가평경찰서는 지난 4일 실종돼 야산에서 추위 속 위기에 놓인 50대 지적장애인을 무사히 구조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실종자의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눈길 위의 발자국을 손전등으로 비춘 모습. 2015.1.7 <<가평경찰서>>
suki@yna.co.kr

(가평=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의 한 야산에서 두 형사가 눈길 위의 발자국을 쫓고 있었다.

눈이 녹은 땅에선 발자국이 없어 길을 헤맸다. 어렵사리 발자국을 다시 찾으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양말 차림으로 나가 추위 속에 길을 잃었을 50대 지적장애인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날 오후 1시께 경기도 가평의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에서 지내던 김모(56·지적장애 1급)씨가 친구와 다투고 시설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시설 관계자는 오후 3시 45분께 실종 신고를 했다.

현장에 도착한 가평경찰서 소속 이윤복(47) 경위와 최상용(32) 순경은 시설에 설치된 CCTV를 돌렸다. 뒷산으로 향하는 김씨의 모습이 포착됐다.

그런데 오후 5시까지 CCTV를 봐도 산에서 내려오는 모습은 어디에도 안 찍혔다.

이미 캄캄해진 주위에, 형사들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산을 오르기로 했다.

그러나 50분이 걸려 꼭대기까지 갔는데도 김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실종된 장애인 구조한 가평경찰서 강력팀
실종된 장애인 구조한 가평경찰서 강력팀

(가평=연합뉴스) 경기 가평경찰서는 지난 4일 실종돼 야산에서 추위 속 위기에 놓인 50대 지적장애인을 무사히 구조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현장에 출동했던 이윤복(오른쪽) 경위와 최상용 순경. 2015.1.7 <<가평경찰서>>
suki@yna.co.kr

그러던 중 아래로 내려가는 발자국을 찾았다. 엉덩이로 구른 흔적도 발견했다.

한참을 다시 따라가다 보니 손전등 불빛이 비춘 절벽 아래 바위 옆에 사람이 보였다.

정신연령이 네다섯 살 수준인 50대 아저씨가 불빛이 비춰온 곳을 향해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어버버버.'

이름을 불러도 제대로 대답을 못했지만, 한겨울 외투도 없이 나와 길을 잃은 김모(56·정신지체1급)씨가 맞았다.

양말 차림으로 눈길을 걸어다녀 옷도 젖고 추위 탓에 다리도 얼어붙기 시작한 상태였다.

조치가 조금이라도 늦어졌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형사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은 들것으로 김씨를 옮겼다.

김씨는 안전하게 시설로 돌아갔다.

이 경위는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랜턴을 비췄을 때 보인 그분의 웃음이 정말 해맑았다"면서 "한해를 시작하자마자 좋은 일을 하게 돼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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